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 - 개화기부터 해방기까지
이배용 외 지음 / 청년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서양 여성사에 비교적 족적을 남긴 여성들에 대한 인물서를 읽고 우리나라에선 읽기 쉬운 여성사에 대한 글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이 책을 만났을 때 상당히 반가왔다. 그리고 여성에게도 과연 역사가 있었는가라는 적절한 질문의 머릿말로 글을 시작해 상당히 도발적이다. (포장에 비해 내용이 빈약해 좀 아쉽긴 했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호감이 느껴진다)

내용은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역시 입분서로서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듯 하다. 생활사나 풍속 위주로 끌어간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소제목으로 다룰만한 기록과 내용을 가진 여성들이 그 빈약한 역사 기록 속에서도 찾을 수 있었을텐데 그 부분이 생략된 것이 못내 아쉽다.

고대부터 조선까지를 다룬 1권의 내용이 비교적 괜찮았었기 때문에, 또 김일엽, 임영신, 나혜석과 같이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던 선구자적 여성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 2권도 시작했는데. 그런데 2권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해, 왜 이 책을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한두명의 저자가 방향을 가지고 힘있게 써나간 책이 아닌 경우에 갖기 쉬운 짜집기식의 '중구난방'. 그것이 이 책에 가진 전체적인 인상이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있기는 하고 정말 많은 공부를 했구나 하는 글도 만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최소한 '우리나라 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제목을 내세웠을 때 독자의 기대치와 수준을 과연 생각했는지는 의문이다. 나름대로 주제를 정해 묶었다고 했지만 일관성이나 연결성을 말한다는건 조금 억지인 느낌... 거기다 많은 내용이 신문의 특집 기사 정도의 취재도 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신문만 좀 제대로 읽은 독자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론과 관점. 과연 그 내용이 우리나라 여성의 과거사를 알려주는 대표적 내용으로 묶일만 한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실망한 것은 최초를 연 여성들에 대한 부분. 최소한 내게 있어서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사에서, 소위 주류사에 있는 남성들 일화의 한 부분으로 단편적으로 드러났거나 신문의 특집 기사에서 감질나게 만나던 이름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정보를 원해서였다. 하지만 많은 내용이 특집 기사 정도의 취재와 내용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되던 어떤 인물을 '역사'란 이름으로 소개할 때는 그 사람의 공과가 공평하고 사실적으로 서술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선 그 가장 기본적인 '사실'이 글쓴이의 의도에 의해 뭉개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이름들의 내용은 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지만 김활란의 경우는 도대체 이런 정도로 슬쩍 넘어가는 겉핧기의 글이 왜 이 책에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정도. 최초의 여성 총장, 박사 등 분명히 공은 있지만 그것 못지 않게 일제 말 친일에 앞장섰던 (내적인 갈등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당시 그녀의 활약상(?) 내키지 않는 협조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뛰어났다) 활동에 대해선 어떻게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지나갈 수 있었는지? 김활란이란 인물에 대해서 아무런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 하지만 여성 인물의 이름으로 묶었다면 최소한 사실은 알리고 지나가야 하는게 아닐까?

이런 명백한 오류 외에도 인물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이 너무나 많이 생략됐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인상과 평가는 그렇게 높지 않다. 굳이 이 책의 의미를 찾자면 이제 막 시작되는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탐구의 시작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봐야할 것 같다. 서구처럼 도서관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반환하면 딱 좋은 수준의 책.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여성학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사상이나 방향은 고사하고 확인된 사실에 대한 기록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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