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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사랑해요
문현주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읽으면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역시 꾸준히 독자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라는 것.
지극히 평범하고 식상한, 그 정략결혼이라는 소재와 교수와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를 질척거리지 않고 귀엽게 풀어내고 있다. 결혼하고 사랑한다라는 로설의 단골 코드가 악역 여조나 악역남조 내지 골치 아픈 못된 가족없이 편안하게 진행된다.
할아버지들이 맺어준 결혼. 서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고 서로 적절한 시점에서 풀려날 궁리를 하던 남녀가 한집에 살면서 -남주는 특히 여주가 다니는 학교 학과의 교수로 오는 장치가 더해져서- 서로 점점 끌리고 사랑하게 되다가 중간에 적당히 오해하고 난리치다가 결국은 해피엔딩.
길게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한권 분량에 적절한 수위의 갈등과 해결을 줬기 때문에 살짝살짝 짜증이 나려는 부분이 스무스하게 넘어간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요즘 나온 책이라면 정사씬을 우겨 넣었을 부분도 깔끔하게 지나가는 것. 요즘 추세가 그런지 대부분 기회만 되면 무조건 씬을 우겨 넣어 그 감칠맛이랄까, 밀고 당기는 간질간질함을 로설에서 만나기 힘든데 오히려 삐리리~할 수 있는 이 로설에서 그런 감성이 있었다. 적절한 시점에서 딱 한번의 씬으로 간 절제 때문에 호감을 느낀 것 같음.
근데... 초반에 좀 황당했달까, 책을 읽는 전반부 내내 머리에 남은 작은 삑사리(?)가 있었음. 한국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등장한 베라 왕. 정말 작가나 편집자가 베라 왕을 한국계 디자이너로 알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베라 장이나 베라 강, 혹은 베라 양이었으면 설정이려니 확신하고 편히 지나가겠는데 좀 그랬다. 쓰잘데기 없는 것에 꽂히는 이 병을 고쳐야 하는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