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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쇼쇼 -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이성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흥미있는 주제고 시작부터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내용이었지만 책 사이즈가 갖고 다니기엔 너무 크다보니 (공책 크기) 이동할 때 주로 책을 보는 나한테 계속 밀려 푸대접을 받아왔다. 찔끔찔끔 읽다가 갑자기 책읽기에 삘받은 이번 주말 사이클에 앉아서 마음 먹고 끝을 냈다.
1960년에 태어나 2002년에 죽은 짧다면 짧은 생을 산 저자. 이 책은 과거부터 작가가 세상을 떠난 2000년대 초엽까지 한국의 대중 문화사에서 그가 갖고 있는 기억들의 정리이고 편린이다.
이 사람과 조우는 활자를 통해서밖에 없지만 굉장히 친근감이 간다. 만약 살아 계셨으면 나의 남자 버젼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을 느꼈다는 스토킹성 팬레터를 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보냈을 지는 모르겠음. ^^)
자기가 발 붙이고 어울리는 그 세대보다 더 과거의 향수어린 문화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기억을 갖고, 앞에선 그럴듯한 모범생 내지 사회 순응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은 뒤로 호박씨를 다 까는 놀이의 추억. 유치한 조숙함과 알량한 지식으로 같은 또래들을 무시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성향.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어릴 때 가졌던 동경을 잊지 않고 실현하면서 (절대 대단한 건 없음. 예를 들자면 키세스 초콜릿을 쌓아놓고 원없이 먹어보겠다. 사고 싶은 책은 다 사겠다 등등의. ^^) 과거를 요상할 정도로 잊지않고 되새김질 하는 인간. 그리고 한줄로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그렇다고 투사가 되기엔 모자란- 체제비판적인 방관자형.
이성욱씨는 그런 자신의 성향을 극대화해서 체험과 추억을 바탕으로 사실 확인을 거쳐 재미있는 대중문화사를 한편 펼쳐냈다.
한국의 대중 문화에 대한 학문적인 정리서는 많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꽤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추억이라는 감성적 코드 위에 가요, 영화, 드라마, 스포츠, 문학과 같은 것은 물론이고 고고장이나 디스코텍, 캬바레, 락카페 같은 놀이까지 아울러 사회상의 변화를 엮어 나간 책은 찾기 쉽지가 않다.
이 책은 얼핏 보기엔 상당히 개인적이면서도 또 다수의 경험과 추억을 포괄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좀 잡다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 대체로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상당히 수준있게 20세기 중후반의 한국문화사를 보여준다.
어렴풋이 기억으로만 남은 이름들이 다시 떠오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