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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세트 - 전10권
오승은 지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3달 여에 걸쳐서 서유기 전권을 끝냈다.
억지로 읽지 않고 일부러 쉬엄쉬엄 읽어나갔기에 즐겁게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은데 일단 어릴 때 읽던 서유기를 정말 제대로 어른이 되어서 다 읽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다.
생략됐던 모험들, 단편만 나와서 궁금했던 얘기들을 다 챙겨보는 즐거움. 어린이 때 단순하게 받아들였던 그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입체감을 갖고 살아나오는 것을 파악하는 기쁨. 그리고 도교, 유교, 불교가 어우러진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과, 이런 엄청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발견하는 순간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구어체 형태인 문체에 대해 불만을 가진 리뷰를 보고 걱정을 좀 했는데, 어법이나 맞춤법에 문제가 심하지 않는 한 내가 문체 같은 것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얘기 자체에 빠져들다보니 거기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듯.
서유기의 캐릭터들은 워낙 영화나 애니매이션, 만화로 많이 캐릭터화되다 보니 삽화가 사실상 크게 필요 없었지만 책 앞쪽에 그려진 고전풍의 삽화들도 꼼꼼하니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있는 사전 형식의 용어 풀이와 삼장법사 일행이 겪은 81가지 고난을 요약 정리해놓은 부분은 리포트나 감상문 숙제를 해야할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유기 전권 번역본이 여러개 있는데, 직접 다 읽어보지 않았으니 객관적인 평가는 될 수 없겠지만 이 전집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그런데 저 박스는 솔직히 좀 무용지물. -_-; 앞에서 책을 뺄 수 있도록 하는 박스형태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전시용 보관은 몰라도 책을 읽으려는 사람에게는 영 불편. 아까워서 어떻게든 남겨두려고 했지만 걸리적거려서 결국 버렸다. 이왕 돈을 쓸거면 모양과 함께 실용성도 고려를 좀 해줌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