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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원앤원북스 출판사 @mixcoffee_onobooks @onobooks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Op.23
📗 조가람
📙 믹스커피

우리는 종종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못해 마음속에 쌓아두곤 한다. 특히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내면의 파동을 붙잡기란 쉽지 않다. 『Op.23』은 이러한 현대인에게 음악이라는 언어로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음표와 삶을 연결 지으며, 음악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내면의 언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은 쇼팽,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라벨 등 익숙한 클래식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 접근법은 다분히 인간 중심적이다. 각 음악가의 삶과 고뇌, 그리고 그들이 남긴 곡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의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섬세하게 설명한다. 그로 인해 클래식을 잘 모르는 독자도 음악과 삶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Op.23』의 제목은 단순한 작품 번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Opus를 ‘인생의 하나의 순간을 의미하는 상징적 기호’로 재해석한다. 이로써 독자도 자신의 인생에 고유한 작품번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예술을 개인의 서사로 끌어들이는 매우 감각적인 시도이다.

특히 라벨의 이야기는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는 ‘앙팡 테리블’이라 불릴 정도로 기존의 음악 질서에 저항하며,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하고, 전쟁과 인간애 사이에서 예술의 진로를 고민한 음악가였다. 그의 삶은 단지 혁신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와 사람을 향한 깊은 사유와 책임의 산물이었다.

『Op.23』은 세 파트로 나뉘어 전개된다. 첫 번째는 연주자들의 삶과 연주에 대한 고찰, 두 번째는 곡의 감정적 배경과 작곡가의 세계관, 세 번째는 저자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성찰을 담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클래식 음악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통한 자기 탐색의 여정에 동참하게 한다.

책의 문장은 유려하고 세련되며, 동시에 따뜻하다. 피아니스트이자 문장가로서의 저자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난다. 음악을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문체는 곡의 여운을 글로 재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이는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작곡된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위로의 힘을 지닌다. 단지 음악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삶의 고통과 불완전함을 견디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수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연주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완벽을 강요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온다.

『Op.23』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뿐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이에게도 적절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Opus를 써 내려가고 있음을 일깨우며, 지금 이 순간의 흔들림 또한 아름다운 악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결국 이 책은 음악과 삶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작품이다. 예술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닿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Op.23』을 통해 우리는 들리는 음악 너머, 느껴지는 음악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을 덮은 지금, 나는 나의 Op.23을 생각한다. 불완전하지만 진심 어린 선율로 이루어진 하루하루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어간다는 것. 음악처럼 흘러가도 괜찮다는 이 책의 마지막 울림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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