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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공감합니다 - 타인의 뇌를 경험하는 역할놀이 사고법
고보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4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신의 뇌를 공감합니다
📗 고보
📙 청년정신

"공감을 잘한다는 건 뭘까?"
누군가 울면 같이 울어주는 걸까, 아니면 차가운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걸까.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오해는 반복되고, 사람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특히 조직에서, 일터에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공감’은 그리 따뜻한 말만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그건 네 입장이지”라는 말을 머릿속에 수없이 되뇌는 순간들이 있다. 듣는 척, 이해하는 척, 격려하는 척을 하면서도 마음 한켠은 공허해진다. 타인을 배려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갈등을 피하려는 회피였던 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공감이란 단어가 주는 피로감, 그걸 딱 짚어준다.

『당신의 뇌를 공감합니다』는 공감을 감정의 나눔이 아니라, 뇌의 작동방식이라고 본다. ‘브레인 롤플레잉’이라는 낯선 개념은, 처음엔 생소하지만 읽다 보면 익숙하게 스며든다. 저자는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역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역할을 바꿔보는 경험이 공감의 본질에 다가서는 길이라고 제안한다.

책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관람력’, 즉 타인의 입장을 멀리서 바라보는 능력이고, 또 하나는 ‘연출력’, 그러니까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의식적으로 상상하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둘 다 연극의 용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놀라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공감은 단순한 감정 이입이 아니라, 시선과 해석의 전환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실제 사례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직장 내 갈등, 상사의 불통, 후배의 오해… 익숙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척하는 나’를 인정하고, ‘같은 상황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을 연습해보라고 말한다. 마치 감정의 근육을 키우는 트레이닝 같다.

책의 핵심 개념인 ‘거울 시스템’과 ‘심리화 시스템’은 신경과학에 기반한 설명을 제공한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따라하는 뇌의 특성과, 의도적으로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는 기능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론이 낯설 수 있지만, 저자는 쉬운 비유와 반복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특히 ‘라면 된다’라는 유쾌한 표현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우리는 ‘공감’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또는 피상적인 도덕적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공감은 훈련이고, 설계이며, 의식적인 역할 바꾸기라는 ‘행동’이라고. 말로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공감을 뇌의 언어로 다시 배워야 한다.

‘공감은 나 자신부터 시작된다’는 책의 문장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타인의 뇌를 이해하기에 앞서, 나라는 존재의 감정과 역할을 먼저 성찰해야 한다. 내가 어떤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야, 타인의 시선도 받아들일 수 있다. ‘관객이자 배우인 나’를 자각하는 순간이, 공감의 첫걸음이다.

이 책은 누군가를 이해해보려 애쓴 적이 있던 모든 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무대다. 지쳤던 공감, 어설펐던 위로, 반복된 갈등 속에서 헤매던 사람이라면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뇌가 펼치는 연극에 나도 조연으로, 혹은 연출자로 한 번쯤 출연해보는 건 어떨까. 공감이란 결국 ‘함께 꾸는 상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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