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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25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책읽는 쥬리님(@happiness_jury) , 북로드 출판사(@bookroad_story)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릴 때는 당연히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시로 가야 더 많은 기회가 있고,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한 번쯤은 반대로 생각해본 적 있나? 시골에 남는다고 해서, 또는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그게 실패는 아닐 수도 있다.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남아서 버티는 사람. 이들이 만들어가는 마을의 이야기다.

탄광 산업으로 번성했던 일본의 작은 마을, 도마자와. 하지만 그 영광은 과거의 것이고, 지금은 노인들만 남아 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고, 남아 있는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25년째 영업을 멈추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무코다 이발소’다.
이곳의 주인, 야스히코는 묵묵히 가위를 든다. 손님들의 머리를 깎아주면서 그들의 고민도 들어준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마을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아들 가즈마사가 이발소를 물려받겠다고 선언한다.

조용했던 마을이 들썩인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영화 촬영. 평생 이런 일이 없던 곳이라 주민들은 흥분한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의 내용이 마을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 “이 마을이 범죄 영화 배경이라니, 너무 부정적이지 않아?”
▶ “그래도 유명 배우가 왔으니 좋은 거 아냐?”
▶️ “이 영화가 잘되면 관광객이 올지도 몰라.”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러다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 마을이 유명해졌다’며 자랑한다. 결국 중요한 건 영화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마을 출신의 슈헤이는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도시에 나가 성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욕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던 놈이 결국 저렇게 됐네.” 하지만 야스히코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는 슈헤이를 찾아가 말한다.
“네가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벌을 받은 후에도 널 받아줄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
이 말에 슈헤이는 결국 자수를 선택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며 그를 다시 받아들인다. 한 번의 실수가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는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대화의 중요성’이다.
▶ 젊은이들은 마을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기성세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 외국에서 온 신부는 마을에 적응하려 하지만, 편견이 그녀를 막는다.
▶️ 마을에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다. 이발소는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곳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때로는 오해를 풀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소통’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벗어나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는 시골도 충분히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걸 보여준다.
▶ 진짜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 도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 작은 공동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시골에서 사는 게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은 자연스럽게 말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용히 미소가 지어진다. 큰 사건 없이도 충분히 몰입되는 이야기. 웃음을 주면서도,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 도시 생활에 지쳐 쉬고 싶은 사람.
▶ 인간관계에서 벽을 느끼는 사람.
▶ 시골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
이 책을 덮고 나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문득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안부 인사를 먼저 건네볼 수도 있다. 혹은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의 이름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쉽게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는 단순한 시골 마을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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