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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공간 -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공간의 원칙
다비데 루촌 지음, 김경일 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인간을 위한 공간
📗 다비데 루촌 지음 | 김경일·김태훈 옮김
📙 포레스트북스

집을 구할 때는 위치와 가격, 평수, 교통편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카페나 식당을 고를 때도 인테리어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어떤 공간 안에서 보내면서도 정작 그 공간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무심하다.

다비데 루촌의 『인간을 위한 공간』은 건축을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건물의 외관이나 구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경험에 관심을 둔다. 건축과 신경과학, 인지심리학을 연결해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처음에는 건축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오히려 인간의 본능과 감각을 이해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공간을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긴장감, 좁은 통로를 지날 때의 답답함, 탁 트인 장소에서 경험하는 해방감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몸의 움직임과 균형감각, 과거의 경험이 함께 작용한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거나 이유 없이 불편해하는 데에도 나름의 신체적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행위지원성'이라는 개념도 기억에 남는다. 계단을 보면 올라가고, 의자를 보면 앉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처럼 공간은 끊임없이 인간의 행동을 유도한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우리는 주변 환경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알아차린다. 결국 공간은 사람이 활동하는 배경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평소 자주 가던 카페들이 떠올랐다. 인테리어가 화려한 곳보다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고 적당히 조용한 곳에서 더 오래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특별히 무엇이 좋다고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그곳에서는 책도 잘 읽히고 시간도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공간의 여러 조건이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저자의 설명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저자는 좋은 건축을 결정하는 요소로 '조율'을 강조한다. 햇빛이나 공간의 크기, 재료와 색채가 각각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의 목적과 감정에 맞게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병원에는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환경이 필요하고, 학교에는 배움과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좋은 공간을 만드는 일은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책은 이러한 문제를 도시 전체로 확장한다. 오늘날 도시는 점점 화려해지고 편리해졌지만, 사람들이 걷고 머물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한지 돌아보게 한다. 건물의 높이나 부동산 가격만으로 도시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편안하고 풍요로운 일상을 누리는지도 중요하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사는 집과 매일 지나는 거리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앞으로 공간을 선택할 때는 얼마나 멋지고 편리한지를 따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생각해보고 싶다. 좋은 공간이란 결국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이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인간을 위한 공간』은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의 일상과 생활환경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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