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도서협찬

황금가지 출판사(@goldenbough_books)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 리베카 머카이

📙 황금가지

어느 날, 인터넷을 보다가 한 사건을 접했다. 어린 여학생이 피해자가 된 충격적인 범죄였다. 당연히 분노가 치밀었고, 가해자를 향한 분노의 댓글을 몇 개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건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이다. 뉴스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책에서. 그리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몇 번째 반복되고 있는 걸까?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를 읽으며 가장 무서웠던 건, 이 이야기 자체가 낯설지 않았다는 거다. 23년 전, 한 명문 고등학교에서 살해된 소녀. 그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고,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집착하지만, 정작 그녀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언론과 대중의 반응이 너무 익숙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건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이 책은 '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런 사건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는 항상 젊고 예쁘고 순진해야 한다. 가해자는 특정한 이미지여야 하고, 사건은 자극적일수록 좋다. 그렇게 우리는 피해자를 동정하면서도 소비한다. 그 시선 자체가 폭력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강하게 꼬집는다.

 

이 책을 미스터리 소설로 기대하고 읽었다면 놀랄 수도 있다. 단순히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도 못 본 척했는지를 일깨워준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그 안에는 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녹아 있다. 성범죄, 여성 혐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피해자를 평가하는지까지. 책을 읽고 나면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들었다면, 그건 좋은 신호다. 왜냐하면 이 책은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 당신의 사고방식에 균열을 내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소비해 온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폭력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는 예전처럼 뉴스를 읽지 못할 것이다.

 

영화학 교수인 보디는 23년 만에 모교로 돌아와 팟캐스트 강연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학생이 23년 전 살해당한 룸메이트 '탈리아' 사건을 조사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보디는 점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고, 당시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진짜 범인은 누구였을까? 혹은, 우리는 진실을 제대로 보려고 한 적이 있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뉴스에서 보았던 이름들, 우리가 쉽게 동정하고 또 쉽게 잊어버린 피해자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가해자와 방관자들. 우리는 언제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불편해야 한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깨달음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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