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 15 - 마술 열차 살인 사건
가나리 요자부로 원작,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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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는 <마술 열차 살인사건>의 무대는 특급 침대 열차와 호텔, 극장 등의 비교적 광범위한 장소들이 배경이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김전일 시리즈의 주무대라 할 수 있는 섬이나 폭설이나 폭우, 안에서 끊어진 다리 등을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 비록 범인의 수가 한정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그래서인지, 고립되지 않은 사건의 무대는 신선한 편이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고립을 지양함으로써 더 풍부한 트릭과 아이디어를 연출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읽어본 김전일 시리즈 중에서도 이 작품에서 사용하는 트릭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작가의 머리가 빠지지는 않았을까.;;)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김전일의 숙적이 등장하게 되는 것도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지옥의 광대'가 보낸 협박장을 받은 김전일과 친구들. 홋카이도행 열차를 타고 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그 열차에는 인기 마술단인 '환상마술단'의 맴버들도 타고 있다. 그러나 사신(死神) 김전일은 역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달리는 밀실 안에서 마술단의 단장이 기묘하게 살해당한다. 풍선과 장미에 둘러싸인 채. 이 부분이 이 작품을 읽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첫번째 살인 현장에서 제시되는 단서와 기차라는 독특한 공간이 주는 이점을 활용한 범인과 작가의 대단히 교묘한 트릭과 함정은 경탄할 만한 것이다. 게다가 사람의 심리를 역이용하고 천재적인 트릭과 마술 같은 살인을 연출해 내는 범인 - 이전에 나온 김전일을 다 읽으신 분이라면 아마도 범인의 이름을 잊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후에 이 범인은 또 다른 살인사건을 연출해낸다. 그리고 김전일 시즌 2에도 조만간 또 나올 예정인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김전일 시리즈가 그러하듯이, 이 사건의 동기 또한  '과거의 원한에 대한 복수'라 할 수 있다. 살인의 동기는 작품 초반에 아케치 경시의 입을 빌어 제시되는데, 범인을 맞히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놀랄 만한 복수로 작가는 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의 마지막 부분에 지뢰를 하나 설치해 놓는다. 참으로 훌륭한 트릭과 안정적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

열차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작품(대표작으로는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들은 그다지 흔치 않다. 여타의 작품들은 열차라는 배경이 독특했기 때문에(알리바이 조작과 고립된 밀실이라는 점) 열차를 작품의 배경으로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열차를 보조적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열차라는 도구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백분 활용한 작품이다. 역시 김전일 작가님들에게는 천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참고로 마츠모토 준 주연의 드라마로도 이 작품은 만들어졌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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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올해의 추리소설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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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 성장기에도 도달하지 못한 한국추리문학 단편을 위한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한 의미있는 단편들 9편이 실려있다. 많은 분들이 호평을 남기셨는데 나는 왜 별로였는지... 개인취향이기는 하지만서도. 그런데 엄연히 따지고 보면 이 작품집을 보면 정교한 추리와 트릭이나 반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추리소설답게 살인이 거의 빠지지 않고 작품마다 나오기는 하지만, 이 작품집을 추리소설집으로 보아야 할지는 참으로 의심스럽고, 또 한국추리문학의 부흥을 바라는 독자인 나로서도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의 작품들이 실려있었다.(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많으므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한국추리문학의 특징으로는 작가가 지향하는 주제와 인물들이 독자와 참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첫째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을 따지고 본다면 먼저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은 없고, 둘째, 작가 개인의 세계에만 치중한 듯한 작품들이 많고, 셋째, 요즈음의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트릭이나 반전은 제로에 가깝고 인간 심리의 섬세한 묘사에만 치중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작품집의 경우 가독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었지만 놀랄 만한 요소도 없고, 밋밋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아서 코난 도일이라 불리는 김성종 선생님이 최근 세 권으로 이루어진 신간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를 살펴보건대 판매량은 대단히 저조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아마도 김성종 선생님의 작품답게 그 작품에는 (신작은 9.11테러에 참여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같은데..) 추리는 거의 없고 테러, 살인, 섹스, 거대한 음모와 거대한 죽음과 파국을 향해 치닫는 비극적 인간군상들이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구상도 좋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다 가볍고 긍정적이고 귀여운 인물을 등장시키든지, 기묘한 트릭이나 반전을 준비한다는지 하는 식의 작풍을 구성했으면 하는데, 한국 추리작가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내 개인적인 의견인 한국추리문학의 부흥을 위해서 먼저 영미의 홈즈나 엘러리 퀸, 일본의 아케치 코고로나 긴다이치 코스케, 또 가깝게는 만화 주인공인 코난이나 김전일에 이르기까지, <국민탐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여러 명의 형사와 범죄심리분석관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에게서는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글자 그대로 톡톡 튀는 개성이 제로인 죽어있는 인물들인 것이다. 이 작가들의 지향점이 이래서는 한국추리문학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한국추리문학은 보다 섬세해지고 밝아지고 전문적이고 지속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숟가락 두개>라는 작품은 그저 그런 살인사건. 살인을 가려주려는 두 부녀의 섬세한 사랑을 훈훈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단편이다. 그러나, 살인만 등장한다고 해서 이 작품이 추리소설의 반열에 낄 수 있을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이런 따뜻한 작풍에 더하여 좀 더 치밀한 트릭과 형사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더 필요하다. 단지 해장국을 시원하게 들이킨다고 해서 이 작품에 나오는 형사에게 매력을 느낄리는 만무하다. (물론 이 작품의 주제는 그런 것이 아니지만서도....)

<차바퀴 밑의 인생>도 그저 그런 단편이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형사의 연민과 부자가 느끼는 고통 같은 것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단편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스튜디오 몽>은.. 이건 추리가 아니다. 스티븐 킹의 단편에 실릴법한 이야기인데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 5분짜리용에 나올 듯한 단막극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묘한 소재는 좋았는데 재미는 없었다. 결말도 그저 그랬고... 이런 작품을 보고 정말 재미있다고 공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선물>에는 참으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이건 좋았다. 아... 그런데 이 작품을 추리로 볼 것인가 연애미스터리물로 볼 것인가.. 그저 그런 미지근한 이야기와 뒤에 곁들여지는 약간의 반전.

<뫼비우스의 꿈>이라는 작품도 비교적 훌륭한 작품이었다. 사람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비극적 구성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 또한 흔해빠진 결말을 제공한다.

<짐승을 처단하다>라는 작품은 그럭저럭 볼만하다. 삶과 인간에 대한 동정심과 슬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리소설로서 보자면 매우 수준이 낮지만 등장인물들의 얼개는 비교적 섬세한 편이다. 

<포말>이라는 작품은 비극적 결말이 돋보인다. 휴우...

<주초위왕>이라는 작품은 배경이 매우 색다르다. 조선 중종조의 처참한 살인. 살인과 주초위왕의 배후에 거대한 거대한 비밀이 파헤쳐진다. 배경을 빼면 재미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살인에 대한 형사, 범인, 프로파일러, 피해자에 대한 각각의 관점을 보여준다. 형사가 욕하는 부분은 피식, 하고 웃었지만 범인은 그냥 잡히고 작품 전체도 미적지근한 구성이었다.

이상 9편을 살펴보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단편집이었다. 작가님들도 언젠가는 한국추리문학도 크게 부흥할 날이 있을것이라 믿고 열심히 써주셨으면 한다. 지금 한국 추리소설시장의 실정은 토종은 거의 없고 영미나 일본의 것들이 대부분을 자리를 차지하는 그런 실정이다...(물론 대박이 난 팩션들이 있기는 하다..) 아쉽지만 작가님들도 그런 작품들을 많이 읽으시고 분투하셨으면 한다.

덧붙임) 책 앞 등(?)의 작가 소개에서는 최종철님만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셨다고 써져 있고, 다른 작가들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런 학벌 따지는 것은 출판사에서 지양해주셨으면 한다.

덧붙임 2 ) 한국추리작가협회란 도대체 무엇이고, 이 단편들을 쓴 작가들에 대한 설명이며 어떤 구성으로 이 단편을 뽑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그냥 자뻑으로 써서 애정으로 보아달라고는 하지만 이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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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ellitteri 2006-09-2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필은 작가 본인들이 보낸 것을 편집진에서 고대로 싣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ㅎㅎ
퍼가도 될까요??

포와로 2006-09-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pellitteri님/ 오호...그렇군요^^ 퍼가셔도 됩니다.^^;;

 
아내의 여자 친구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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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문단에서는 비중 있는 작가 고이케 마리코(《사랑》으로 제 114회 나오키상 수상)의 단편집으로, 연약함으로 무장한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 6편을 묶었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언뜻 보기에는 평화롭고 유약해보이는 존재들이지만, 그들 내면 깊은 곳에는 인간에 대한 살의(殺意)가 도사리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내면 심리가 분출되는 양상을 섬뜩하게 묘사해 낸다.

처음에는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책표지만 보고 연애소설로 추정해버렸는데, 인터넷 서점의 서평을 보고서야 추리 단편집임을 알게 되었다 ^^;; 작가의 작품활동이며 수상경력등도 화려하며, 이 단편집은 작가 특유의 여성스러움외에도 톡 쏘는 맛 같은 공포와 긴장감, 떨리는 공포와 섬뜩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홈즈나 크리스티의 중,단편들, 포의 공포스러움이나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같은 분위기와는 다른 독특한 단편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어느 정도 취하고는 있지만, 머리아플 정도의 구성은 아니며, 오히려 일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지만, 결말의 구성과 작품의 교묘함은 더없는 스릴과 공포를 가져다 주는 듯 했다.

《보살 같은 여자》는 가족 모두가 싫어하는 반신불수의 한 의사와 그 가족들이 중심 인물이다. 어느날 별장에 휴가를 온 가족 모두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만 두고 저녁에 호텔로 식사를 하러가게 되는데, 가족들이 늦은 시각 별장에 도착해보니 별장은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아버지는 죽음을 맞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가족들은 안도하고 그 후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와 그 진실을 실로 섬뜩한 것이었다. 대략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상당히 섬뜩한 결말과 평범함과 미소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 여운을 가져다 준다. 

《추락》은 한 여자의 우연한 죽음으로 생기는 한 남자의 심리를 날카롭고 섬세하게 보여주는 단편이다. 이쁘게 단장한 한 여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녀와 깊은 관계를 가졌던 남자는 깊은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갖게 되는데, 독자도 이에 못지 않은 스릴과 안타까움등으로 책장을 빨리빨리 넘길 수 있다. 결말은 결국 남자의 입장에서는 허탈, 허무하게 끝나지만, 평범하게만 보였던 사람을 독자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단편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섬뜩했다.

《남자 잡아먹는 여자》라는 작품은 결혼한 남편과 그 주변의 남자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현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 여자 때문에 주변 지인과 아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여자는 그녀를 살인자로 매도하고, 남자 잡아먹는 여자는 울며 해명할 뿐이다. 비록 그녀가 남자를 죽였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고 결말도 다소 맥빠진 듯이 전개되지만, 일상 속의 공포와 두려움을 섬세히 묘사한 흔적들이 보인다.

《아내의 여자 친구》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상을 받은 걸작이다. 평범한 소시민적인 행복을 아내와 자식과 함께 끝까지 누리고자 하는 공무원 남편. 그러나 화려하게 성공한 아내의 여자 친구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 생활에 행복을 느끼던 아내를 유혹하고, 마치 파출부 부리듯이 부려먹는다. 이에 심히 불쾌함을 느끼는 남편은 과연.. 결말이 돋보이는 단편이었다.

《잘못된 사망 장소》도 상당한 걸작이라고 생각된다. 한 거만한 남자를 한 여자가 죽이고 또 그 주변인물들이 허둥지둥대며 죽은 이를 둘러싼 이익과 유산만을 차지하려 하는 모습에서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지만,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결말에서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미소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고 생각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마지막 작품인 《종막》은 마치 콜롬보나 후루하타 닌자부로 같은 도서추리형식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좋았다. 성공과 영광을 눈앞에 둔 남자가 어쩔 수 없이 자기와 관계를 맺은 여성을 죽이지만 결정적인 단서에 꼬리가 잡히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에 더하여 쓴웃음을 짓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허무하게 실패하는 완전범죄! 잘 다듬어진 단편이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이 작가의 단편들은 읽을수록 재미있었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지만, 평범함 속에서 더욱 날카로운 살의 또는 욕망등이 숨쉬는 인간의 모습을 대단히 사실스럽고 섬세하게 표현해낸 작가의 솜씨는 탁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좀 더 잘 알려졌으면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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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못 살인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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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 포청천과 함께 중국의 명판관으로 이름 높은 '디런지에' 시리즈의 대표작. 불륜, 축첩, 매춘, 간통, 애증, 독살, 권모술수 등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물결치는 중국 당나라의 베이저우 마을을 그린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중국 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필력을 바탕으로 머리 없는 시신, 종이 고양이 살인, 피살의 세가지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킨다. 각 장의 구성과 삽화는 중국 전통 소설 형식을 그대로 지키고 있으며, 연이어 일어나는 몇 가지 다른 사건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중국 판관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작가인 로베르트 반 훌릭이라는 사람도 대단히 흥미로운데, 1910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언어, 문화, 역사, 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연구하였다. 특히 중국 전통 추리담의 영웅 디런지에의 범죄 수사와 판결 사례를 각색한 일련의 추리 소설을 발간하여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의 대표작인 《쇠못 살인자》는 판결 및 수사 지침서인 《당음비사 : 중국 송(宋)나라의 계만영(桂萬榮)이 1207년에 만든 재판기록집》를 참고하여 썼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작가의 박식함과 전문적인 지식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당대의 중국 풍습, 중국의 권법, 각종 분쟁, 및 시대를 살아가는 신분이 다른 각양각색의 인간들과 작중의 배경인 베이저우 또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좋았다. 배경이 색다르고 등장인물도 아득한 옛날의 실존 인물인 것이 독특해서 좋았고, 추리소설로서도 훌륭한 짜임의 작품이었다.

베이저우의 판관을 맡은 디런지에는 처음에는 머리가 잘린 여성의 살인사건과 이름있는 규수가 실종되는 사건을 동시에 맡게 된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 사이에는 과연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 부분은 작가인 반 훌릭이 《당음비사》를 상당 부분 참고한 부분이다. 물론 실제의 사건에 가공의 인물들과 또 다른 사건들을 첨부하여 읽는 재미를 더하여 주는 일종의 팬픽션을 작가는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아득한 고대의 인물들에게 생명력과 개성을 부여하고, 역사적인 사건과 가공의 사건을 전혀 어색함 없이 버무린 작가의 솜씨는 경탄할 만한 것이다. 또 서양인이라는 입장과 당시의 제국주의적인 사상으로 점철된 당대의 시대적 상황속에서도 이미 쇠퇴해버린 늙은 호랑이 중국을 새로운 눈으로 작가는 바라본 것 같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과 베이저우라는 마을은, 생명력과 희망, 더 나아가 중국 황제에 대한 충성이 가득하다. 주인공 디 공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임금에게 충성스럽고 백성을 아끼고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당대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인식에도 불과하고 중국에 대한 남다른 지적 호기심과 열정, 동양문명에 대한 사랑이 이 작품과 그 외의 저작들을 낳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쇠못 살인자》를 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포청천보다는 《별순검》이 떠오른다. 참혹한 범죄 현장과 계속해서 나열되는 증거의 파편들, 포청천보다 명쾌한 추리와 사람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수사가 불가능하고 추리와 이해에도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공은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남다른 추리를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그를 위해 정보를 모으면서 헌신하는 멋드러진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고풍스러운 배경과 인물의 설정에서도 현대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한 독서의 묘미을 느낄 수 있어 특히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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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호텔 살인사건 - Mystery Best 10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김정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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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다음날 개관식을 앞둔 이하라 호텔에서 거대한 '빛의 십자가'가 나타났다. 도쿄 시내의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사람이 떨어져 죽는 것으로 시작된 연쇄 살인 사건. 마치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죽음들의 연결고리들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추악함.
 
일본의 인기 추리 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으로 밀실살인의 트릭과 시간의 알리바이가 장대한 드라마를 연출해낸다.

일본의 추리 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종전 후의 요코미조 세이시 시대(대표 탐정은 긴다이치 고스케.)와 50년대의 마쓰모토 세이초 시대를 거쳐 일본에서의 세 번째 추리소설 붐을 일으킨 시대의 중심에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10여년간 호텔에서 근무하였다. 호텔에서의 경험 덕분인지 그의 초기작품인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고층의 사각》을 비롯, 《초고층 호텔 살인사건》등등 그의 작품에는 호텔을 배경으로 하고 그 호텔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기업인과 기업들 사이의 알력과 탐욕, 정략 결혼, 상류 계층의 이기심과 추악한 본성 및 인간성의 붕괴를 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는 이 작품외에도 《인간의 증명》, 《야성의 증명》등이 출판되어 있는데, 둘다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눈에 띄는 탐정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범인을 잡기 위해 발로 뛰고 인내하는 형사들의 모습만이 보인다. 오히려 이들의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고와 협동성 및 진짜 형사들의 사건 수사를 보는 듯한 눈에 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76년도 한 해 소득이 6억엔을 넘어 일본 문단사상 최고로 제 1위를 마크하여 세인을 놀라게 한 일본의 인기작가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져 간다고들 하지만. 이러한 추리작가가 전무한 우리나라와 외국추리소설들만을 바라다 보는 국내의 편협한 독자로서, 역시 많이 부럽고, 우리나라의 추리소설 작가들도 그들 작품의 깊이와 내면을 갈고 닦는 데 정진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도 상당히 많고 이름도 복잡하여 읽기 힘들 줄 알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굉장한 재미와 몰입감을 주는 구성이며, 화려한 배경과 기묘한 두 개의 밀실 살인(호텔에서의 살인, 개인 맨션에서의 체인 록의 밀실 살인), 등장인물들의 서로 대한 애증과 불륜, 기업인들의 탐욕과 야망 등등, 잘 짜여진 한 편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그의 작품들에서는 인간의 잠재된 야망과 본성을 드러내면서 사회 자체의 모순과 갈등양상과 화려한 재력과 배경을 가진 인간들의 추악한 본모습을 드러내는데 주목하고 있다. 사회파 추리소설이지만, 그러나 완벽한 트릭과 알리바이 및 밀실의 구성, 참으로 현실적인 설정의 사건 전개와 형사들의 고군분투, 철벽의 알리바이 파괴 등의 어우러짐은 이 작품을 비롯 작가를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음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애증, 숨겨진 불륜관계, 비뚤어진 애정, 기업인들의 끝없는 탐욕과 자기가 사랑하는 이와 사랑을 맺지도 못하고 기업과 기업의 친선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는 인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메말라 버린 인간의 본성과 놀랄정도로 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도시와 현대사회의 모습과 진실 등등. 상류계층의 화려한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아닌, 소설 속에 나오는 이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을 정상적으로 누리지도 못하는, 가련하고 불쌍한 인간들일 뿐이다. 추리소설이 아닌, 이러한 주제 만으로도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이러한 사회성에 더하여 능수능란한 추리적 기법을 구사함으로서 일류 작가의 반열에 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영국식 미스터리 식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무언가 가슴을 무겁게 하고, 어쩐지 서글프고 고독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89년, 나이 56세 때 내놓은 작품이다. 그 외에도 구미가 당기는 수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역시 국내 출판계에서는 작가에 대한 소개와 작품 출판이 전무한 상태라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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