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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 15 - 마술 열차 살인 사건
가나리 요자부로 원작,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9월
평점 :
이번에 소개하는 <마술 열차 살인사건>의 무대는 특급 침대 열차와 호텔, 극장 등의 비교적 광범위한 장소들이 배경이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김전일 시리즈의 주무대라 할 수 있는 섬이나 폭설이나 폭우, 안에서 끊어진 다리 등을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 비록 범인의 수가 한정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그래서인지, 고립되지 않은 사건의 무대는 신선한 편이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고립을 지양함으로써 더 풍부한 트릭과 아이디어를 연출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읽어본 김전일 시리즈 중에서도 이 작품에서 사용하는 트릭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작가의 머리가 빠지지는 않았을까.;;)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김전일의 숙적이 등장하게 되는 것도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지옥의 광대'가 보낸 협박장을 받은 김전일과 친구들. 홋카이도행 열차를 타고 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그 열차에는 인기 마술단인 '환상마술단'의 맴버들도 타고 있다. 그러나 사신(死神) 김전일은 역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달리는 밀실 안에서 마술단의 단장이 기묘하게 살해당한다. 풍선과 장미에 둘러싸인 채. 이 부분이 이 작품을 읽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첫번째 살인 현장에서 제시되는 단서와 기차라는 독특한 공간이 주는 이점을 활용한 범인과 작가의 대단히 교묘한 트릭과 함정은 경탄할 만한 것이다. 게다가 사람의 심리를 역이용하고 천재적인 트릭과 마술 같은 살인을 연출해 내는 범인 - 이전에 나온 김전일을 다 읽으신 분이라면 아마도 범인의 이름을 잊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후에 이 범인은 또 다른 살인사건을 연출해낸다. 그리고 김전일 시즌 2에도 조만간 또 나올 예정인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김전일 시리즈가 그러하듯이, 이 사건의 동기 또한 '과거의 원한에 대한 복수'라 할 수 있다. 살인의 동기는 작품 초반에 아케치 경시의 입을 빌어 제시되는데, 범인을 맞히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놀랄 만한 복수로 작가는 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의 마지막 부분에 지뢰를 하나 설치해 놓는다. 참으로 훌륭한 트릭과 안정적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
열차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작품(대표작으로는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들은 그다지 흔치 않다. 여타의 작품들은 열차라는 배경이 독특했기 때문에(알리바이 조작과 고립된 밀실이라는 점) 열차를 작품의 배경으로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열차를 보조적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열차라는 도구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백분 활용한 작품이다. 역시 김전일 작가님들에게는 천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참고로 마츠모토 준 주연의 드라마로도 이 작품은 만들어졌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