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 젊은 시인 12인이 털어놓는 창작의 비밀
김승일 외 지음 / 서랍의날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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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번 시쓰기가 재미있다

자신만의 언어로 구성된 문장들 속에는 각자의 표현이 하나하나 와닿는게 많이 있었다. 바로 생각하며 써내려가는 일상의 글 자체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잘 정제된 형언들로써 아름답게 느껴지더라. 그러면서 나도 왠지 일상적인 글을 벗어나 나만의 방식대로 글을 읊조리고 싶어졌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지는 건지 은유적인 화법인 건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세계가 보이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들의 흐름 속에는 은유가 있고 해학이 있고 시간이 있다. 그래서 간파할 수 없다하더라도 아름답다. 시인들의 문장은 그래서 낯설고 그래서 흥미로운가보다.

책은 12인의 시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창작 방식, 영감, 생각들을 독창적으로 뽐내는데 진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보통 이런 느낌이 오지 않는 시들은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데 갑자기 어느 한 순간에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다. 이해가 된 것도 아닌데 그냥 끌리고 와닿는 경우가 있다. 파헤치고 보면 수식이 과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그 문장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오로지 나에게만 감동적이기에 내가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뭐 정말 나 혼자만 받는 감동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내 삶의 경험 속에서 딱 와닿는 무언가가 평범해보이는 듯한 문장에서 스쳐 지나갈 때 무척 짜릿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이게 아직도 내가 시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젊은 시인들이 굶어 죽지 않게. 자신이 사랑하는 창작활동을 덧없이 해나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p 21
우리는 언제나 특정 시대를 애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울고 있는지만 보여 줄 수 있다. 나는 할아버지 작가의 철학을 답습할 수 없다. 답습하려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답습하려다가 가끔 뛰어넘었다고 착각하는 모습을, 갑자기 이것도 저것도 공허하게 느껴져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장막을 걷고 싶다고 소리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애도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거기서 출발하면 좋겠다. 당신만의 방식을 알아내라고 닦달하고 싶진 않다. 당신은 남들의 문장을 빌려다가 쓰고 있을 뿐이니까. 당신만의 방식이란 원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결국 당신의 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몸부림이다. 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흔적이다.

p 74
나는 내게 다가온 정황이나 말, 이미지 등등을 시적 언어로 교환해야 할 때 어떤 색감을 가지려고 한다. 색감은 내가 그동안 지니고 있던 기분이나 느낌, 분위기적 요소 들이다. 본래 색을 철학이나 논증으로 해명할 수 없듯이 여기서의 색감이란 내가 가진 은밀한 것, 해명할 수 없는 내 것들이다. 나는 그런 내게 있으되 명쾌하지 않은 어떤 것을 발견하는 재미로 시를 쓴다.

p 263
"작가가 되는 순간 아주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겁니다. 내려놓을 수도 없고 내려놓아서도 안 돼요. 이것이 의무입니다." 그 짐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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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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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남오빠에게

당연하다 생각되는 것들을 끊임없이 의심해라.
인간은 기계들과는 달리 마음 속에 왜? 라는 질문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발휘되어야 탁월한 통찰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사회적으로 줄곧 있어왔던 성차별에 관한 문제들. 미디어의 발달은 억압 받는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페미니즘 운동도 그런 현대사회의 조류에 따라 널리 퍼지게 된 것일까? 사실 운동의 시발은 그리 중요한 초점은 아닌 것 같다. 농경시대때부터일지 선사시대때부터일지는 몰라도 역사는 남자를 여자보다 우위한 존재로 묘사한 것이 대부분이었을 것이고 그 인식에 따라 가부장이라는 관습도 만들어졌을것이다. 

살아오면서 어른들이, 사회가 심어주었던 편견들. 그런 환경들. 그 속에서 나는 아무런 의문 없이 자라난 아이였다. 집안일은 당연히 어머니가 하는 것, 여자는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란 것, 남자는 여자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 그런 무의식적인 관습은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막연한 고정관념들을 심어주었으며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당위성을 가진 채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나도 이런 사회현상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기득세력입장에서 행동되어졌던 무의식적인 언행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럴때마다 한 편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을 숨기고 누군가에게 멸시당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다행히 페미니즘이라는 이슈가 부각이 되면서 여성들은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사회에 깊게 박혀버린 인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신경쓰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 점에서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라는 이 책은 무척 의미있는 책이다. 여성들에게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해주며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작가들의 7가지 색깔들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각각의 특색과 주제가 페미니즘이란 키워드로 묶이는 와중에 다양해서 무척 매력있었다. <현남 오빠에게>와 <당신의 평화>, <경년>은 현대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놓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유를 통해 자기 최면을 걸어가며 자신의 존재와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애처로운 현실을 보았던 것 같다. <이방인>은 사회적으로 불공평한 위치에서 불리함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터프한 여성 주인공의 기개를 볼 수 있었고 <히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폭력과 위협. 혹은 사회적으로 차별 받는 동성애자들에 관한 혐오의 시선들이 느껴졌는데 구병모 작가의 거침없고 풍부한 문장력으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화성의 아이>는 임신을 한 여성 우주인과 남겨진 강아지, 로봇의 감성적인 애정들이 돋보였다.

인습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던 행위들에 대해서 왜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결코 옳지 못하다. 역사는 인류가 만들어 놓은 길이지만 특정 다수를 편가르게 하는 이념이 되어서는 안된다. 부당한 역사에 저항을 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역사의 힘이었고 앞으로도 만들어가야 할 역사의 원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편견에 무심해져서는 안된다. 불편함을 느끼고 예민해지며 신경을 쓰고 응원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서 사회에 내재된 인식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는 절대 특별한 지위도 신념도 아니다. 유명 배우 엠마 왓슨이 말했듯이 그냥 성차별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가올 평등한 사회를 위해 모두가 의식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p 12
규연이에게 직접 자신은 오빠의 동아리 후배이고 저와 다른 과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런데도 제가 울었던 건 오빠가 우겼던 일이 화가 나서도, 그래놓고 착각할 수도 있다고 별것 아닌 듯 넘겨서도 아니에요. 사실 규연이를 만나러 가면서 정말 내가 틀린 거면 어떡하지, 내가 헷갈리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저 자신을 계속 의심했기 때문이에요.

p 39
여자로 사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별일 아니라고,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자주 의심합니다. 저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믿지 않지만 또 절대 불가능한 결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 51
그가 말했던 현명한 아내, 현명한 어머니란 무슨 의미였을까.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남자와 아이들에게 궁극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사람. 자기 욕구를 헐어 남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 자기 주장이 없거나 약하므로 갈등을 일으킬 일도 없는 사람.... 그가 ‘현명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유진은 거부감을 느꼈다.

p 57
외로움이라는 건 대체 뭘까. 밤새 잠들지 못하고 울어대는 예민한 아이를 키우면서 벽을 보고, 젖을 물리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럴 때면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얼굴을 덮었다. 외로움이 너무나 익숙하고 너무나 당연해서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면서. 외롭지 않다는 감각을 알아야 외로움이 무엇인지 떼어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넌 내 유일한 친구야." 정순은 유진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 딸이 있어 참 다행이야."

p 113
윤서는 되바라진 여자애구나. 그럼 윤서 엄마는 어떤 여자아이였을까. 나는 또 어떤 여자아이로 사람들에게 평가받았을까. 그 평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왔던 걸까. 그나저나 그 평가는 누구의 시선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p 282
컸던 혼란과 두려움이 보다 작은 혼란과 두려움을 낳은 데로부터. 그리고 이야기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의심하는 데 지쳐 세상과 자신 중에 틀린 쪽이 아마도 자신이라고 생각할 뻔한 어떤 여성을 구해줄 것이다. 그 여성은 홀로 품고 있던 마음이 활자로 태연히 찍힌 것을 보고 자신에 대한 불신을 조금 거두어볼 것이다. 이미 자신은 틀렸다는 마음을 먹은지 오래인 여성의 마음마저도 조금 돌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자신을 꺼내어 놓는데 필요한 혼란과 두려움은 점점 작아지다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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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특별기획 통찰 - 예리한 관찰력으로 동서고금을 관통하다
EBS 통찰 제작팀 지음 / 베가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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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분야의 저명한 교수나 연구진들이 그것에 연관되어진 모든 지식들을 아우러 하나의 사건 또는 현상을 보며 어떻게 느끼는지, 어떠한 통찰을 발견하고 지혜를 얻었는지 마치 잘 쓰여진 감상문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강의들이 자신의 높이에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
다양한 분야를 보여주며 그들이 발견한 통찰, 깊이있는 시선에 대해 강연을 하는데 물론 영상을 보는것이 훨씬 유익하겠지만 이 책도 필요한 핵심적인 통찰력들을 쉽고 알차게 써놓은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내가 얻은 통찰이라는 것의 주관적 정의는 여러 지식들을 쌓고 그것으로부터 연관되어지는 일상 속의 깊이, 탁월한 시선을 포착해내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것이 진짜 지혜이고 내 삶을 살아가는데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가 아닐까.
더욱 배우고 싶은 의지가 강해지며 내가 서툴던 부분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공부해야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p 19
배움이란 어쩌면 지식을 쌓아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았던 세계를 허물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깨달음은 배움의 범위를 확장해서 이 피비린내 나는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무기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지극히 좁은 시공간의 세계에서 형성된 편견을 깨부수는 작업이다. 그 편견으로부터 나와야 무아의 경지로 들어가는데, 이를 그리스인들은 엑스타시스라고 했다. ‘내가 서있는 곳에서부터 나오는 것‘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시작이다.

p 184
그것은 ‘우리가 그림을 얼마만큼 알고 있냐‘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떠한 경험을 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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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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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회에서 생각하고 공부하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성을 갖추어야 한다. 책 읽기를 통하여 생각 하는 법에 대해 소개를 하며 다양한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전한다. 종교, 철학, 과학, 신화 등 책 하나를 밀도있게 정독하여 관련 배경지식과 역사를 섭렵한다면 그에 얽힌 다른 고전들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탐구하는 방법.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배경과 역사를 공부하고 생기는 의문점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렇다면 어떤 한 개념을 이해할 때 무척 폭이 넓은 상태에 이르러서 개념을 습득할 수 있고 다른 관련 개념과의 사고도 풍부해 진다.

이 책을 통해 어느 공부 방식의 책과 그렇듯이 다시금 공부 방식에 대한 생각이 다양하게 들었다. 물론 그 흐름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의미와 가치를 헤아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독서법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사람마다 환경에 따라 문화에 따라 수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문장이어도 얻을 수 있는 메세지는 다르다. 책을 읽으며 어떠한 생각을 느꼈는지가 경험이 된다. 단순히 줄거리만을 파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그런 고전 문학들을 읽으며 주인공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것이 가장 옳은 것이었을까?, 그런 선택을 이해하려 해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는 그런 개인의 생각이 책으로부터 도출이 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에 의미를 두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책을 통해 느낀 점, 생각하게 된 것과 의문점들, 작가의 세계관과 표현에 대해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겠다. 그것이 내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해석하고 생각하는 힘이 되기에.


공부 방법에 관한 기술을 알려준 책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내 공부 방식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게 해준 책이다.

p 28
지성을 쌓는 독서비결
1. 그 논리의 취지, 주장
2. 논리의 근거
3. 논리의 전제가 되는 지식, 관점, 가치관과 그 논리가 발생된 역사적 배경 (관련 도서, 시대 고증과 영향을 준 서적을 비교하며 읽는다.)
4. 그 논리의 구조 (저자가 수많은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가)

p 37
읽고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지침
1. 밑줄을 긋기 (선명한 기억. 포스트잇)
2. 여백에 기록 (논리의 문제점, 비판, 의문점, 모르는 용어 기록)
3. 필요한 자료 준비 (백과사전, 연표 등 배경지식, 역사자료)
4. 전체상을 파악하기 (책의 마지막 참고문헌, 해설과 후기 참조)
5. 질문하기 (의문이 생기면 바로바로 해답을 찾기, 조사)
6. 다시 읽기 (마음가는 부분만 보거나 속독을 통해 새롭게 깨닫는다.)

p 48
자신에 대한 걱정도 거의 마찬가지다. 좋지 않은 상상을 하며 불안해 하거나 실망한다. 그 불안이나 실망을 위무하거나 얼버무리려는 데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버릇은 심한 낭비벽과 같으니 반드시 버려야 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꼭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다른 일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채 그냥 인정하는 태도로 변할 필요가 있다.

p 68
탐구란 대상 속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는 것, 대상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보는 것,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여 또 다른 매력과 한계를 도출해내는 것 등이다.

p 82
폭넓은 독서를 통해 어떤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자신에게 중요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일상의 요소요소에서 자유롭게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이 곧 니힐리즘을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p 92
만약 정확히 모른다면 그 단어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하나씩 조사해 봐야 한다. 그것이 정독의 기본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알 필요는 없고 대강 큰 뜻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그것은 고등학교 수준 정도의 임시변통이며 어중간한 지식으로 세계를 애매하게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셈이다.

p 127
상대의 이야기가 새까만 거짓이라는 것을 간파하려면 스스로 세계사를 공부하고 종족과 자연도태의 올바른 의미를 조사해야만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높은 분들의 말씀이니까 옳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의 안이하고 자포자기식의 경향을 현대의 정치가도 잘 알고 있다.

p 134
세계문학이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언제까지나 읽히는 이유는 왜일까. 그 당시 사람들의 심리와 사고방식에 의도적으로 맞춰 쓴 오락 취향의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문학에는 인간 자체가, 즉 보편적인 인간성이 묘사되어 이싿. 그 보편성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것이다.

p 165
마치 시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충분히 시간을 들이다 보면 영원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테고, 하고 있는 일이 현실 속에서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열중하고 있어 심리적인 절박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많고 적고는 처음부터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시간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는 시계를 보지 말 것.
요컨대 자신이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자신의 자발적인 의욕에 순순히 따르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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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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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쓰지 않고 내 할 일만 한다고 해서 절대 신경이 안쓰이는 것이 아니다.


난 언제나 그런 복잡하고도 필요 없는 상념에 사로잡혀 내 일을 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다른 책을 읽는 와중에도 잡다한 생각들이 두리뭉실하게 떠올라 왔다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창작의 영감이 되어주기 때문에 무조건 쳐내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 생각에 푹 잠겨 있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쓸데없는 관계나 걱정거리들, 불안거리들에 사로잡혀 내 업무들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런 불쾌한 사건들을 만들어두려 하지 않는 편이다. 감정낭비가 도통 심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신경 끄기의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특별함, 능력, 긍정적인 태도를 기준삼던 세상에 당당히 소리친다. 애쓰지 말라고. 억지로 자기최면 걸지도 말고 짜증과 고통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대단한 사람이 되려는 욕구를 버리고 일상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런 소소한 삶의 즐거움을 영위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말한다.


어쩌면 나도 과거의 내가 추구했던 소박한 삶의 즐거움이란 테마의 불교 마인드로부터 멀리 벗어나 모든 이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살아오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것은 정말 유토피아지만 그것은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다. 세상에는 반드시 필요악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처럼 짜증과 고통이 정상적인 삶을 만들어 줄 것이며 그것이 지금의 우리를 더욱 보람차게 만들어 줄 것이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며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처럼.. 위대함을 바라지 말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작은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소망하고 개선해야겠다. 정말 재치 넘치고 많은 인상을 주었던 책이다. 하지만 결국 내 마음에 달려있는 신경 스위치를 off에 위치시키는 것처럼 편리하게 신경을 끌 수 있는게 아니라서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자기계발서는 지쳐가는 나에게 가끔씩 활력을 넣어주기 때문에 아예 배제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여느 계발서와는 방식이 조금 다르게 쓰여져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자기계발서는 이제 멀리하고 싶어졌다. 실질적으로 별다른 효용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라는 것이 요즘 들어 명백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추천하는 유명 인사들, ceo들은 성공한 주제에 왜 그렇게나 자기계발서들을 탐독하고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댈까? 오히려 그런 찬사들이 관심도를 더욱 떨어뜨리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p 21
진짜 행복한 사람은 거울 앞에 서서 ‘난 행복하다‘고 되뇌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행복한데 뭐하러 그런 행동을 하겠는가?

p 32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마크 맨슨이 ‘목표에 따르는 역경에 신경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보기에 옳거나 중요하거나 고귀한 것을 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열 받게 하는 것쯤은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p 42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규정한다.

p 43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있다.

p 47
"마크, 삶이란 본래 문제의 연속이야." 판다가 술을 홀짝이고 작은 분홍 우산을 매만지며 덧붙였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곧 다른 문제가 잇따르지. 문제없는 삶을 꿈꾸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p 63
자신이 평범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어떤 평가나 거창한 기대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삶의 근본이 되는 경험을 깊이 음미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소소한 우정을 나눈다거나, 무언가를 창작한다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거나, 좋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웃는 일 등에서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따분한 소리 같은가? 그건 이런 일들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이 괜히 일상인가. 중요하니까 일상이다.

p 66
그동안 드러난 바에 의하면, 그럴듯한 이유 없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끼는 건 사실 아무 소용이 없다. 다부지고 출세한 성인이 되는 데는 역경과 실패가 실제로 도움이 되며 심지어 ‘필수적‘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고 자기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해봐야, 빌 게이츠와 마틴 루터 킹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는다. 지미 같은 인간들이 쏟아져 나올 뿐이다.

p 93
당신이 처한 상황에 관한 객관적 사실보다, 당신이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평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문제가 생기는 건 필연적이겠지만, 문제의 의미는 필연적이지 않다. 문제의 의미는 우리가 어떤 사고방식과 평가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p 97
색다른 조언들 대부분이 단기적으로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얄팍한 수법일 뿐, 장기적으로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지각과 느낌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근본적인 가치관과 그 가치관을 평가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얄팍한 조언에 기대는 건 진정으로 성장하는 길이 아니다. 그건 그저 더 큰 쾌락을 얻기 위한 또 다른 길에 지나지 않는다.

p 105
삶은 때로 엉망진창이라는 게 사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더 깊어지고 오래가며 감정이 장애를 일으키고 만다. 한결같은 긍정은 일종의 회피일 뿐,삶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올바른 가치관과 기준을 확립한다면, 삶의 문제는 오히려 우리에게 활력과 자극을 준다.

p 111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
1. 강한 책임감, 2.당신의 믿음을 맹신하지 않는 것, 3. 실패, 4. 거절, 5.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p 115
내 문제는 내가 선택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에너지를 느낀다. 반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문제가 강요되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부당함과 비참함을 느낀다.

p 121
"큰 책임에는 큰 힘이 따른다." 삶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질수록,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내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p 132
그래, 당신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 책임이다.
신경적,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정신적, 감정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지만,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 문제와 장애는 이들 탓이 아니지만, 역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문제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갈 책임과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책임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

p 162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스스로를 특정한 역할이나 쓸데없는 기대에 옮아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잠재력과 기회를 자기 발로 차버릴 수도 있다. 너 자신을 절대 알지 말라. 그래야 끊임없이 노력해 깨달음을 얻게 되며,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p 179
그러나 정작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이 선택한 고통을 견디는 법이다. 새로운 가치관을 선택한다는 건 새로운 고통을 자신의 삶에 들여오는 것이다. 그 고통을 즐기고 음미하라. 두 팔을 활짝 벌려 환영하라. 그리고 고통스러워도 당신이 선택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라.

p 185
동기가 부족해서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뭔가를 하라. 뭐라도 말이다. 그다음 행동의 반응을 활용해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라.

p 197
응석받이들은 자신의 기분이 항상 좋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거절하거나 거절당하는 상황 자체를 무조건 피하고 본다. 본인이나 타인의 기분이 나빠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거절을 회피하기 때문에 이들은 쾌락과 자아도취에 빠져 가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들이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쾌락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해서 곧 닥쳐올 실패를 요리조리 피하고 고통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뿐이다.

p 201
건전한 관계와 불건전한 관계의 차이는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각자가 책임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가. 둘째, 각자가 기꺼이 상대를 거절하고 상대로부터 거절당할 수 있는가. 불건전하거나 치명적인 관계를 맺는 이들은 하나같이 책임감이 희박하며, 거절을 하지도 받아들지도 못한다. 건전하고 다정한 관계를 맺는 이들은 각자와 각자의 가치관에 명확한 경계를 두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서로 거절하고 거절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경계‘란, 두 사람이 각자의 문제에 대한 책임에 딱 부러지게 선을 긋는 걸 일컫는다.

p 204
피해자가 구원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건 내 문제야. 직접 해결할 테니 옆에서 응원해줘."
자기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상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게 진정한 사랑이다.

p 213
지금 내게 있는 게 충분히 좋다는 걸 안다면, 무엇 때문에 마냥 더 좋은 것을 쫓아다니느라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이처럼 대안을 거부할 때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자신이 선택한 기준에 어긋나는 것을 거부할 때, 깊이 없이 폭넓은 경험만을 추구하기를 거부할 때,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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