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 젊은 시인 12인이 털어놓는 창작의 비밀
김승일 외 지음 / 서랍의날씨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매번 시쓰기가 재미있다

자신만의 언어로 구성된 문장들 속에는 각자의 표현이 하나하나 와닿는게 많이 있었다. 바로 생각하며 써내려가는 일상의 글 자체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잘 정제된 형언들로써 아름답게 느껴지더라. 그러면서 나도 왠지 일상적인 글을 벗어나 나만의 방식대로 글을 읊조리고 싶어졌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지는 건지 은유적인 화법인 건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세계가 보이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들의 흐름 속에는 은유가 있고 해학이 있고 시간이 있다. 그래서 간파할 수 없다하더라도 아름답다. 시인들의 문장은 그래서 낯설고 그래서 흥미로운가보다.

책은 12인의 시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창작 방식, 영감, 생각들을 독창적으로 뽐내는데 진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보통 이런 느낌이 오지 않는 시들은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데 갑자기 어느 한 순간에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다. 이해가 된 것도 아닌데 그냥 끌리고 와닿는 경우가 있다. 파헤치고 보면 수식이 과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그 문장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오로지 나에게만 감동적이기에 내가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뭐 정말 나 혼자만 받는 감동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내 삶의 경험 속에서 딱 와닿는 무언가가 평범해보이는 듯한 문장에서 스쳐 지나갈 때 무척 짜릿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이게 아직도 내가 시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젊은 시인들이 굶어 죽지 않게. 자신이 사랑하는 창작활동을 덧없이 해나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p 21
우리는 언제나 특정 시대를 애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울고 있는지만 보여 줄 수 있다. 나는 할아버지 작가의 철학을 답습할 수 없다. 답습하려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답습하려다가 가끔 뛰어넘었다고 착각하는 모습을, 갑자기 이것도 저것도 공허하게 느껴져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장막을 걷고 싶다고 소리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애도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거기서 출발하면 좋겠다. 당신만의 방식을 알아내라고 닦달하고 싶진 않다. 당신은 남들의 문장을 빌려다가 쓰고 있을 뿐이니까. 당신만의 방식이란 원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결국 당신의 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몸부림이다. 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흔적이다.

p 74
나는 내게 다가온 정황이나 말, 이미지 등등을 시적 언어로 교환해야 할 때 어떤 색감을 가지려고 한다. 색감은 내가 그동안 지니고 있던 기분이나 느낌, 분위기적 요소 들이다. 본래 색을 철학이나 논증으로 해명할 수 없듯이 여기서의 색감이란 내가 가진 은밀한 것, 해명할 수 없는 내 것들이다. 나는 그런 내게 있으되 명쾌하지 않은 어떤 것을 발견하는 재미로 시를 쓴다.

p 263
"작가가 되는 순간 아주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겁니다. 내려놓을 수도 없고 내려놓아서도 안 돼요. 이것이 의무입니다." 그 짐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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