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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우리가 왜 동양인 차별발언에 분개하고 장애인 차별대우에 비난하는지, 을에 대한 갑질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질타하는지. 사회적 약자, 소수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역사 속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고 그것에 익숙해진 강자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하나의 영향력은 작지만 뭉치면 강하단 것을 보여주었고 지금까지도 증명해온 소시민들의, 약자로 취급받던 이들의 투쟁은 이어져왔다. 그렇게 사회는 그것으로부터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사회적으로 강자라고 인식되어진 남성성의 젠더문제도 이런 형태에 대해 다른 구조를 지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행해졌던 편의가 누군가에겐 편의가 아니었음을. 또한 무의식적으로 소비되어지고 있던 콘텐츠들이 누군가를 대상화하고 잘못된 관념을 심어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모두 함께 잘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더욱 유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왜 서로에 대해 알려하지 않고 머릿속에 존재하는 단편적인 가치에 휘둘려 일방적으로 타인을 규정하고. 혐오에 매몰되어 특정한 단어로써 누군가를 가두고. 자신이 가진 생각만이 옳고 한발 물러서서 다른 의견이 있음을 헤아리려 들지는 않고 서로 날이 선 잣대를 들이밀며 비난만을 일삼는 사회가 되어버린걸까.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성에 대한 갈등은 날로 갈수록 치솟고 있다. 단순히 사회에 대한 혐오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현재의 역사를 넌지시 살펴보면 성별에 대해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 내재해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건 성을 소비의 관념으로 묘사하는 사회의 컨텐츠들이 사회에 무의식적인 관념을 심어주는데 일등공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길러졌기에 어찌보면 내 무의식에도 잔재해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의식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남성으로써 완벽한 이해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보는 것은 충분하다. 사실 민감한 이슈라 나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 많으나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그런 인식의 개선이고 표현의 순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혐오 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정도로 개념을 정의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묘사하는 컨텐츠들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관념을 심어주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개인의 생각은 없고 단체의 논리만이 앞선다. 그 상황에서 서로 논리적 비약이 심한 부분에 대해서만 비판하고 조롱하고, 소통은 되지 않으며 각자의 주장만을 늘어놓기 일쑤인 것처럼 보인다. 이 상황에서 논쟁은 없고 맹목적인 조롱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책을 평하는 부류는 대개 두 가지의 입장으로 나뉘며 극과극의 견해 차이를 보인다. 피해망상에 불과하며 성 갈등을 조장하는 불쾌한 소설. 다른 하나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한 소설이라고들 말한다. 음 개인적으로는, 소설은 언제나 비약적인 과장이 덧대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다수의 여성들이 공감하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사회의 이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소설 자체가 흥미롭거나 훌륭하게 쓰여지지는 않았지만 사회에 강한 파급력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소설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