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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를 안아 준다 -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2017년 3월
평점 :
우리는 예술활동을 하며 감성을 넓혀나간다. 감성을 넓힌다는 이야기는 내가 지각할 수 있는 고정된 감각의 한계를 인식하고 어떤 작품들을 통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나를 풀어놓는 것이다. 새로운 감각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와 인간의 삶에 있어 물을 주고 거름이 되게하는 소중한 영양분이다. 그 형태는 무척 다양하게도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는 흔히 글과 그림으로 그 모습이 표현되어진다. 어떤 순간으로부터 느낀 찰나의 감정, 감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포착해 표현해내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이다. 그리고 그 중 짧은 글들로만 표현되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시이다. 시는 글보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읽는 이들의 개입이 가능해지고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의 여지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포문이 된다. 나도 반복되는 일과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책 또는 시를 접할 때가 있다. 그렇게 찾아온 글들은 내게 또다른 창작의 영감이 되고, 무한한 창작의 원동력이 되게 한다.
이 책의 작가는 물질만능주의와 경쟁구도에 내몰린 사회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치유가 될 수 있는 시들을 엄선해 묶어냈다.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하루를 마치고 내일 마주할 스트레스들을 걱정하며 불안 속에 잠이 드는 현대인들. 그들에게 지어질 수 있는 약간의 처방전인 이 다섯묶음의 시들은 밤, 고독으로 시작해 사랑, 감사, 희망으로 마무리 된다. 그 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난해하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맞닥뜨릴 수 있다. 일상을 살아가며 한번 쯤 생각해보았을법한 시선. 우리들은 그 시선으로부터 곧바로 현실을 돌아보지만 시인들은 그 시선에 오래 머물러 있는다. 그런 시선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진중한 발걸음으로 찾아온 시들은 무의식으로 흘려보낼 수도 있을테지만 가능하면 의식으로 붙잡고 꼭꼭 씹어먹기를 권유하는 바람이다. 홀로 마주한 시들을 통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오늘보단 다른 내일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갖추게 된다면 충분히 값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거창한 삶을 살지 않아도 좋다. 위대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다. 지금 순간에 만족하고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드는 것. 그런 삶이 진정 아름다운게 아닐까. 그것이 우리가 예술을 찬미하고 글들을, 시를 사랑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