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 식사 방식으로 본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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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가정이 정해진 시간만 되면 소반 주위에 양반다리를 한 채로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가족이 전부 모이면 '잘먹겠습니다'를 외치며 어른이 숟가락을 든 뒤에 아이들이 차례로 음식을 집는다. 상다리 한껏 차려진 반찬들과 따뜻한 밥, 국들. 가지런히 놓여진 젓가락과 숟가락을 집어들고 음식을 먹는다. 든든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다음 식사를 위해 식기들을 세척해둔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바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의 한 장면이다. 이런 장면은 우리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진 이른바 의례적이고 전통적인 대한민국 식사풍습이다. 또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모여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숟가락을 뒤집어 둔다거나 밥에 젓가락을 꽂아둔다거나 밥상에 팔을 올려두는 등의 행위들을 금지하는 다양한 식사예절들이 존재해왔다. 물론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식사를 하는 가정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어느덧 흐릿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지 생활을 해온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그치면 좋겠지만 사회이슈로 떠오른 '혼밥', '혼술'이라는 키워드가 결코 나 혼자만의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글로벌화의 영향인지. 각종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세계각국의 음식점들이 들어와있는 마당에 요즘 전통적인 식습관 문화는 기억 속으로 방문을 걸어잠그려하는 추세이다. 모종의 이유들로 사라져가는 전통 풍습은 안타깝지만 사회의 흐름에 맞추어 생활습관이 변하듯, 그렇게 모든 것은 변해간다.

전통의 소실성은 각설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 고유의 풍습을 왜 그런식으로 행동하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역사 속에서 추적해나갔다. 우리가 당연하게 행해오고있던 습관들. 그 습관과 행동에는 저마다 하나하나의 이유들이 숨어있었다. 주영하 교수님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호기롭게 쓰여졌지만 이상하리만치 끌리지는 않았다. 혼자 사는 1인가구의 급증하는 사회분위기도 그렇고 오랜기간 타지생활로 인해 밥 먹는것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일이 귀찮아졌기에. 식사라는 개념에 너무 무뎌진 나머지 이 책의 내용은 조금의 흥미도 들지 않았다. 전통은 나라의 고유한 민족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개인 입장에서는 귀찮은 관습이 되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왠만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 제목이 생각났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잡학사전처럼 언젠가 식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잘난척 하는 듯이 읊어댈 수 있을 만한 잡다한 지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한 일에 몰린 현대사회에 밥이라도 잘 챙겨먹고 다녀야 좋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식사는 1순위의 시간감축 대상일 뿐이다. 나 또한 그렇고.... '밥 한번 같이 먹읍시다' 라는 문장은 너무 좋은 말이고 아름답지만 사실 가정집에서 그러기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사노동과 근본적으로 얽혀있는 가정 식사의 특성상 여러가지의 계산이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외식의 빈도가 잦아지고 패스트푸드와 친근해진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호화로운 만찬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식단이 되어버렸고 햄버거와 편의점 도시락이 일상을 책임지며 위치가 전도되었다. 책에서 인간은 요리하는 생물이라고 나오지만 아직까지 내게 요리는 너무 흥미 밖의 요소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여유롭게 단란한 가정식사를 만들어 먹는 꿈은 누구나 꾸고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언젠가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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