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타인으로 의식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때로 길거리에서 타인인 척하는 일도 있다.
얼마 전 전철 속에서 그랬을 때는 꽤나 몸집이 큰 사람이로군, 하고 생각했다.
자세가 영 안 좋네,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옷차림이 별로네, 하고 생각한 적도, 제법 인상이 좋은데, 하고 생각한 적도,
꽤나 따분하게 생겼네,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반대로, 지금 남편이 나를 보면 타인 같은 기분이겠지, 하고 생각하는 일도 있다.
일 때문에 무슨 의논을 하고 있을 때, 옛 친구를 만났을 때,
어쩌다 잘못해서 강연을 하는 신세가 되었을 때.
남편의 눈에 내가 타인처럼 비치겠지, 하고 생각할 때의 나는
정신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인 듯하다.

모노톤의 안정.

세계는 늘 다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좁은 아파트 안에서도 무수한 풍경이 겹쳐 있고,
무수한 시간의 흐름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 -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



Bernard Descamps-Coast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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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1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na 2005-07-1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이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조만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흐흣...

2005-07-11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7-1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님, 가끔 들춰보는 책이에요. 리뷰를 오래전에 써놓긴 했는데... 또 봐도 새롭네요.
속삭 ㅁ님, 남편은 타인입니다. 타인으로 봐야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많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