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작, 시스터를 보았다. 레아 세이두를 보려고....힛.
12세 소년 시몽은 스키장에서 스키와 스키 악세사리등을 훔치는 능숙한 도둑이다. 시몽은 훔친 물건을 동네 아이들과 리조트에 잠시 일하러 온 제 3세계의 노동자들에게 판다.시몽의 고객들은 물건의 출처를 알면서도 모른체 넘어간다. 시몽의 누나 루이는 시몽에게 용돈을 받아 쓰고 내키는대로 일을 관두고 남자를 만나고 가출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시몽은 루이에게 외려 용돈을 주고 그저 돌아와주기만을 바란다. 누나 루이는 시몽의 고객들처럼 시몽이 도둑질을 한다는 걸 알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만, 씁쓸하게 웃거나 웃지 않을 뿐이다. 시몽의 도둑질은 과감하고 리조트의 관리는 허술하다. 시몽과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세상의 사람들은 시몽을 방관할 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몽의 세상은 더 쓸쓸하다. 누군가 나의 잘못을 크게 꾸짖어주지 않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나를 더 슬프게 하고 외롭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몽이 훔치고 팔고를 반복하던 끝에 겨울이 끝나가고 스키 시즌은 끝이 난다. 파장이다. 그제야 시몽의 외로움이 드러난다.
스키장에서 일하던 사람들, 휴가 온 사람들이 모두 떠났을 때 시몽은 외로움을 느낀다. 12세 소년이 지나치게 늙어 보인다. 인생을 본의아니게 오래 살아버린 노인처럼, 폐허가 된 도시에 나타난 리플리처럼, 종말의 끝에 혼자 살아남은 지구인처럼 시몽은 외롭고 혼자다. 그동안 시몽이 저지른 범죄들이 이해될 것만 같다. 시몽에게 도둑질이란 또래의 소년들처럼 친구와 가족과 놀이를 즐기는 시간이었던 것만 같은 것이다. 시몽이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때울 수 없었고, 그것은 곧 가족이 있지만 없는 것과 같은 자신의 처지를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들켰을 테니까. 남의 물건을 훔치는 시몽에게는 거짓말도 자연스럽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장에 온 영국 부인에게 시몽은 자신의 부모가 아주 큰 호텔을 경영하고 있다며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그들의 식사 값을 치루려 선뜻 지폐를 꺼내는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그순간의 시몽은 소년이면서 부인의 가정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빈 옆자리를 차지하려는 성인 남자같다. 시몽은 왜, 열두살 소년의 보통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시몽의 물건을 구입하는 어린아이들은 시몽이 스키도 무척 잘 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몽은 일(=훔치기)하는데만 열중하며 스키는 탈 줄 모른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시몽이 할 줄 모르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시몽은 물건 훔치기에만 능숙하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서툴다. 누나 루이에게 큰소리 치며 청바지 하나 사입으라고 베풀지만 누나는 시몽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늘 씁쓸하게, 불편하게만 바라본다. 거기에 두 사람의 비밀이 있다. 루이는 시몽의 진짜 누나일까? 시몽은 루이의 진짜 동생일까?
사람의 마음은 무척 정직하다. 사랑이나 정은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초 단위로, 분 단위로 차곡차곡 쌓이고 오고 가고 주고 받으며 학습되며 자라난다. 그런 과정은 가족이라는 단위에 속해있을때 배울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일. 시몽이 영국부인에게 진심으로 대하지만 그 진심은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이고, 시몽 또한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단, 훔친 물건을 판 돈으로 누나의 환심을 샀던 것처럼 돈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에 시몽은 영국 부인에게 진심을 베풀었지만 영국부인에겐 그저 자신의 가족을 잠시 도와준, 그러나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소년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시몽의 도둑질이 발각되어 스키장 출입이 금지되었을 때, 시몽은 고속도로 히치하이커로 변신하여 최선을 다해 또 훔친 물건을 판다. 어린 시몽은 왜 그토록 최선을 다해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차라리 보통의 소년 도둑처럼 물건을 판 돈으로 자기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쓴다면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시몽에게 루이는 그리운 모성, 그리운 가족이다. 시몽은 자신이 보통의 아이들이 부모의 축복아래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랑을 얻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소년은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과 바꿔서라도 괜찮은 가족의 구성원이고 싶었을 것이다. 심지어 시몽의 고객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해 시몽의 훔친 물건을 기꺼이 산다. 그때의 시몽의 마음은 어땠을까. 시몽이 누나 루이에게 같이 자게 해달라며 돈을 지불하는 장면에서 그 마음은 들통난다. 누나의 배에 머리를 대고 누운 시몽은 그제야 어린 열두살 소년의 표정으로, 따뜻한 가족이 있는 소년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에 기꺼이 다가가고 마음을 사려했던 시몽에게 <빌리 엘리어트>의 가족이 있었다면, 또 하나의 빌리 엘리어트가 탄생했으리라. 열 두살 소년에게도 고독은 고독이고 외로움은 외로움인 것이다. 아마 어른의 고독보다 더 무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나태한 어른들보단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독과 처지를 헤쳐나가려 하는 면면은 가히 서럽고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