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의 방

강신애

나는 그 숲의 불가사의한 어둠을 사랑하였습니다

밤이면 습관적으로 음란해져

숲으로 들어가면, 숲은 내게로 기울어

귓속 차고 슬픈 전설이 흘러나와 발가락을 적십니다

나는 노루처럼 순한 눈망울로

숲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며칠 가지 않으면 숲은

일없이 가랑잎이나 발등에 쌓아놓고

종일토록 심심해합니다

내가 길에 뜻없이 굴러다니던

옹이투성이 통나무들을 주워다

이 숲에 방을 들인 건 언제부터일까요

마지막 망치질로 문패를 달고

이름 석 자 적어놓습니다

길 위에서 방을 구할 때

방은 달아나고 찢겨,

내 잠은 줄줄 샜습니다

따뜻한 뿌리 베고 나는 나뭇결 고운 잠을 잡니다

가수가 몇 옥타브 고음을 위해

영혼을 수천 미터 상공 어느 한 지점에 띄우듯

나는 이 방에서 어떤 출생을 꿈꿉니다

신이 땅을 만드시고 숲으로 기름지게 하신 것처럼

숲은 내 방으로 그 특이한 어둠을 한 겹 벗을 것입니다

까막까치 울음소리로 장작 타들어가고

아침밥 지을 때 ,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가

이 숲을 밥냄새 가득한 인간의 방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나는 두 겹의 방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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