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

1883, 3.21~28


늙고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인물화가들과 거리를 산책하다가, 한 사람에게 시선을 주고 있는데, 그들은 "아, 저 지저분한 사람들 좀 봐" "저런 류의 인간들이란" 하고 말하더구나. 그런 표현을 화가한테서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Wheat Field Under Threatening Skies, 1890,
Oil on canvas, 50.5 x 100.5 cm, Vincent van Gogh Museum,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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