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 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리고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 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이다.

<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121쪽>

***

아아... 내일이면 또 잊혀지고 말,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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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2004-08-2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내 것도 역시.

  나는 기계 앞에 앉아서 부품들을 집어넣고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그 거대한 시계공장 건물은 계곡을 굽어보는 위치에 있었다.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나처럼 시내에서 오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시내에 사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버스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그 공장에서는 부품만 만든다. 시계의 초벌 형태만 만들어서 다른 공장에 납품한다. 우리는 아무도 완성된 시계를 만들지 못한다.

  내가 하는 일은 십 년 전부터 변함없이 똑같은 조각에 똑같은 구멍을 뚫는 것이다. 우리의 작업은 대개가 비슷하다. 기계 안에 한 가지 부품을 넣고 페달을 밟아서 구멍을 뚫는 일이다.

  이 일을 해서 우리는 먹을 것과 잠잘 곳을 마련하고, 특히 다음날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번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 48쪽.

제가 한때 많이 좋아했던(사실은 지금도 그럴 거예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책에 대해 쓰셨길래 몇 자 남기고 가요. 차갑고 우울한 것 같지만, 생에 대한 통찰력이 상당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곧 주말이네요. 좋은 계획 많이 세우시기를요.. ^^..


플레져 2004-08-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최...한 번 읽어서는 안되는 글이에요. 또 펼칩니다.
브리즈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