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식사
찻길가의 조그만 빵집
하나밖에 없는 조그만 테이블 앞에
소박하고 정갈한 정장 차림의
아직 늙지 않은 한 아주머니
테이블 위에는 보랏빛과 잿빛이
섞인 속살을 드러낸 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갈색 조그만 드링크 병
아주머니는 이따금 한 모금씩
드링크로 입을 적시며
달게 케이크를 베어 물었다
유리벽 너머의 거리에
비스듬히 등을 돌리고.
詩 황인숙 <리스본行 야간열차>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건 꽃보다 구준표 그리고 잔치국수다. 잔치국수를 먹고 나면 '맛있어 죽겠어'를 연발하게 한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잔치국수와는 좀 다른 국수일지도 모른다. 플레져국수라고 해야 할까. 화원 보다 꽃집이 더 정감있고, 베이커리 보다 빵집이 더 친숙한 것처럼 플레져국수 보다는 잔치국수가 훨씬 낫다. 레시피 라고 하기엔 쑥스러워서 만드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한다. 재료 : 호박, 신선한 김장김치, 소면, 구수한 육수. 육수는 보통 육수와 비슷하다. 건새우, 양파, 대파, 다시마, 멸치등 냉장고에 있는 국물내기 재료를 모두 넣고 푹 우려낸다. 호박은 굵게 채 썰어 참기름 포도씨유를 넣고 살살 볶는다. 그사이 국수 삶을 물을 올려놓고, 호박이 다 익었을 때쯤 국수를 넣어 삶는다. 김장김치는 푹 익은 것보다는 잘 익은 정도가 좋다. 저 詩에서 처럼 아직 늙지 않은 아주머니 와 흡사한 느낌의 김치면 좋다. 1cm 크기로 채 썬 김치와 호박을 국수에 올려놓고, 육수를 붓는다. 호박을 좋아해서 호박은 아주 듬뿍 넣어 먹는다. 요즘 호박 값이 금 값 못지 않더라. 여러 군데 마트를 들러보면 싱싱한 호박을 파격 세일로 파는 곳도 있다. 비싼 호박이 장바구니에 두 개나 담겨있어 아쉬울지언정... 오후 세 시, 오후 일곱시, 오후 열 시에도 틈틈이 내 방식대로의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는다. 맛있어 죽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