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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인 신경숙님을 나는 참 늦게 알았다.
한때 너무 많은 이들에게 팔리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왠지 남들이 다 보는 블록버스터나 베스트셀러보단 남들이 찾지 못한 영화나 책을 찾아 보며 혼자 즐거워 했었다.
그 시기에 나온 책제목만으로 나는 선입견을 가지고 신경숙님을 더 멀리 하곤 했더랬다.
이제와서 보니 참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 ㅋ
나 또한 그녀의 <외딴방>을 읽고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외 몇몇 작품을 통해 팬심 가득한 1인이 되었다.
그랬기에 이번 신간 소식은 육아로 인해 놓치지도 않았고 ! 사인회 소식까지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서울에 살지 않았고, 주말에 아이를 놔두고 사인회를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아줌마였다. ;;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대신 사인을 받은 소중한 책 한권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
이 책은 '2년간 그녀가 자유롭게' 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연재했던 순간들의 반짝임이 담긴
단편소설 26편의 모음집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부분 가볍지도 않아 마음을 이리저리 후벼파고 여운을 길게 남기는 편에 속하는데,
첫번째 단편부터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스님'과 '목사'의 이야기인데 서로의 사랑이 다르기에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ㅋ
얼굴은 낯이익은데 이름을 도통 기억할 수 없는 동창생을 만났다면 ? 그런데 또 별명은 생각난다면 ?
그래, 바로 그런것이 너무 오래된 어릴적 친구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니겠는가 ?! ㅋ
동생의 자리를 대신해서 엄마와 일일연속극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언니 이야기에 코끝 찡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같고
코딱지를 아내의 무릎에 딱는 매형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들을 달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공감들 속에, 내게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가 있고, 내 이야기가 있었다.
짧은 호흡이라 아쉬움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나 같이 짬짬히 책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였다.
그녀는 말한다.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인문구가 더 다가온다.
어딘가 꽁꽁 싸매어 처박혀 있을 나의 꿈을 찾아봐야 겠다. :)
그런데 너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좋다고 분명히 말했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지.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고.
그날 네가 예뻐 보였던, 그리고 부러웠던 이유가 그 말에 있었다.
네 입에서 무엇무엇을 하며 살면 행복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너를 수정해야 했어.
너를 어리게만 봤던 게 미안했다.
비록 첫 번에 실패해 재수를 하지만 너만할 때 분명한 꿈을 가지고 있기도 쉽지 않은 일이란다.
그래서 부럽기도 했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네 앞날이 말이다.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