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전작들은 들어만 보고 읽지를 못했기에 전혀 추측이 되질 않았다.

 

鍵のない夢を見る
2012년 제147회 나오키상 수상작 

 

 

다만 수상작이니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표지로 여자들의 이야기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대체 무슨 꿈을 꾸었길래 희망이 없어 보일까 ?

이 책은 꿈 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여자 다섯 명의 씁쓸한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다.

그 꿈은 너무나도 소박한 꿈이였는데 말이다.

 

미치루는 우연히 한 때 친구였던 리쓰코를 알아보면서

도벽이 있는 친구엄마와 친구를 용서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해 가슴에 묻었던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흔히들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기억하기 마련인 일들,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는 강렬한 기억들.

"전학 오기 전부터 그런 소문은 있었어. 하지만 리쓰코는 어머니하고 상관 없어. 미치루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런데 그 도벽은 여성들이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생리중 충동'에 의한 도벽이였다.

다들 알고 있던 도벽이 있는 친구 엄마, 그리고 어느샌가 되물림 된 리쓰코를 미치루가 발견한다.

 

16년이나 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쇼코는 그만큼 올드미쓰인 셈이다.

실제로는 한번 만났을 뿐인 오바야시의 얼굴을 평범해서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가능성을 열어두듯 어쩌면 그리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믿어보려 한 적도 있다. <중략>

약속한 장소에 나타난 오바야시를 본 순간, 후회는 시작되었다.

자신의 상대가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바야시임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친구인 아쓰코의 자랑에 떠밀려 만남사이트를 전전하던 미에는 요지를 알게된다.

'행복은 언제나 마음이 정하는 것' 이 글을 보았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내가 그동안 계속 힘겨웠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미에도 그걸 깨달았으면 좋겠어. <중략>

동네 화단 앞에서 요지에게 뼈가 울릴 정도로 턱을 걷어차였다.

가장 많이 위안을 주던 요지지만 폭행을 일삼고 스토커와 같은 문제행동이 서서히 드러난다.

 

피부가 매끈하고 하얀 유다이의 이목구비는 인공적으로 조각한 것처럼 시원스럽고 반듯했다.

잿빛이 감도는 눈과 매부리코가 이루는 선의 형태가 약간 혼혈처럼 보였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건 아니지만 한 번 의식하면 눈을 뗄 수 없는, 유다이에게는 그런 위태로운 매력이 있었다.

호불호와 관계없이, 눈이 자연히 그를 쫓는다. 아름다운 용모란 그런법이다.

하지만 그런 유다이에게 미쿠는 연인이 될 수 없었다.

" 나로는 안 돼 ? "

회피하고 있었던 사실을 서서히 깨달아 가지만 그 세월이 너무 길었기에 미쿠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네가 살 수 있는 세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오른소과 왼손 약지가 부자연스럽게 곱았다.

만성이 된 건초염의 묵직한 통증 때문에 휘어진 그 손가락이 이번에는 펴지질 않았다.

출산하고 바로 걸린 방아쇠수지라호 가는 증상이다. <중략>

정기적으로 걸리는 유선염 때문에 극심한 통증이 몰아친다.

하지만 모유 분비를 촉진해 통증을 완화시키려면 사쿠라에게 잘 먹이는 수밖에 없다.

가슴은 언제나 열을 띠고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가 생긴다면 절대 한시도 눈에서 떼지 않겠다며 간절히 기다리더 요시에,

하지만 육아는 정말 고달프고 고달프고 또 고달픈일.

아기는 게다가 예민하여 요시에를 더 힘들게한다. 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푹 자고 싶을 뿐이다.

그러다 그녀는 그만 큰일을 내고 만다.

 

세번째 이야기는 많이 공감할 수 없어서 갑갑했지만,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한듯 섬세한 표현이 장점인 작가 같았다.

엄마라서 그런지 유독 마지막 단편이야기가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비록 극단적인 문제행동까지 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출산후 육아란 것이 그 어떤 일보다도 소중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기에.

얼마나 힘겨우면 엄마가 되었을 뿐인 여성들이 대다수 우울증을 짧거나 혹은 길게 겪게 되니 말이다.

평범한 삶에서 비켜선 5명의 이야기이지만 한명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학창시절의 성장통을 겪고 또 다시 이성과의 만남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자신에 대해 착각도 해보고,

그래도 결혼하여 그동안 꿈꾸었던 평범한 삶을 살게되지만 그 현실은 늘 그렇듯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모든 이야기가 범죄와 연결될 만큼 현실은 위험한 관계들로 덮혀 있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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