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쓰고 싶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아는 작가의 책은 쉽게 집어들지만, 모르는 작가가 더 많기에 최근소설은 수상작을 기준으로 검증된(?) 소설을 읽곤 한다.

" 저는 세상에서 이상한 게 제일 좋아요.

거기에는 이유가 없으니까요.

남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것, 그래서 점점 더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

세상의 모든 것에 다 이유가 있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

라는 인터뷰를 표지에서 먼저 읽게 되었다.

그녀의 주인공은 얼마나 독특하고 개성넘칠까?!

가끔은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정말 많지 않다...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이든, 영화든, 일상이든... 뻔하고 뻔해서 식상해 보이기 십상이라 신선함을 주는 독특한 설정이 좋았다.

모델을 전전하며 눈먼 늙은 개와 여행을 하는 주인공 남자.

그는 정처없이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름대신 번호를 부여하고, 주소를 묻고, 모텔을 잡고,

가족 또는 여행중 만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하루를 마감하는 여행자이다.

매일 친구를 통해 우편함을 확인하며 답장을 기다리지만 3년여동안 그에게는 한통의 답장도 오지 않았다.

그런 남자에게 직접 쓴 소설을 거리에서 직접 파는 여자를 만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남자와 여자는 돈을 아끼기 위해 함께 방을 사용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눈먼 개의 상태가 좋지않아 뜻하지 않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그는 그제서야 현실과 다시 마주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텔(주인공에게는 숙소)잡기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여행동반자의 소개를 살짝 감추면서 작가는 호기심을 마구 유발한다.

그리고 연필로 꾹꾹 눌러 편지쓰는 남자를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이야기한다.

아직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기에 너무 마음에 드는 여행 설정이다.

디지로그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을 아직까지는 많이 부여잡고 싶다.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나 여자와의 대화가 작가 연령대가 비슷해서인지 많은 공감을 했다.

가족들에게 편지 쓸때는 역시나 가족이라는 그 울림의 힘이 대단해서 애절하기 그지 없었는데,

역시나 큰반전에 울고, 작은반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행 전에도 여행 중에도 그리고 여행 후에도 나는 결코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결국 나는 눈물을 쏟고 만다. -275

뻔하더라도 희망을 주는, 새롭게 일어서는 해피엔드가 좋타.

사진은 다시 가서 찍을 수 있다. 기념품도 얼마든지 다시 살 수 있다.  

그러나 여행중에 스쳤던 생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갔을 때의 감정과 느낌은 이미 그때의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4

나는 한번 봉인한 편지는 절대 열어보지 않는다.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확인하는 건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다.

다시 읽어보면 과거의 잘못처럼 삭제하고 싶은 문장 한두개쯤은 반드시 발견된다.

너무 감정에 충실해서 혹은 용기가 충만해서 생긴 증상이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밤에라도 용기를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평생 비겁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36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