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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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장하는 어린 밤나무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쌀쌀한 요즈음, 마음이 훈훈한 책을 만났다.
할아버지 밤나무의 보살핌 속에서 어린 손자 밤나무의 꾸밈없는 성장과 대화를 통해 나무의 베푸는 소명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찌릿한 감동이 온몸을 적시는 책이다. 저자의 경험과 기억을 보다듬어 태어나고 자란 집에 커다란 밤나무를 떠올리며 쓴 글이라서 소설처럼 허구를 양식으로 대용하거나 화려한 문체를 양념으로 삼지 않아도 나무를 그리워하고 친우처럼 오랜 우정을 쌓아갈수 있음을 나무를 사랑하는 이들과 한마음으로 소통할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느꼈다.

저자의 후기에서 작가로서 어떤 글을 썼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내 글에 몸을 바칠 푸른 나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글을 쓰면 좋겠다라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진정 나무를 사랑하는 이로서 할수 있는 말이 아닌가!
낙엽을 떨어뜨리고 자신의 몸을 갈무리하며 슬슬 겨울을 준비하는 요즘, <나무>는 비단 나무를 좋아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나무의 삶을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투영해볼수 있는 시간이 될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나무를 무척 좋아하지만 알고 있는 지식이 미천했음을 깨달았고 그 조약한 지식의 한계에서 나무에 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음과 무관심에서 비롯된 나무 사랑하기를 실천하지 못했음이 아쉽고 미안했다.
할아버지 밤나무와 어린 밤나무의 대화를 통해 밤나무, 매화나무, 자두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참나무 등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알게 된 정도만큼이나 이젠 더욱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겨울이 잦아들고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 중에서 매화나무가 재빨리 꽃을 피웠다. 어린 밤나무는 혼자 잘난 척 일찍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를 시샘하자 할아버지 밤나무의 충고로 눈과 추위속에서 당당하게 꽃을 피우는 매화의 나무다움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된다.

어린 밤나무가 과수나무의 수명이 짧음을 한탄하자 할아버지 밤나무는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서서 자기 다음에 올 나무를 생각하게 마련이란 충고를 던진다. 과실나무의 수명이 짧을수 밖에 없음을 매해 가지에 주렁주렁 열매를 맺게 하려니 그럴 수 밖에 없단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밤을 먹는다는 사실에 집착하면 밤나무의 수명이 다하는 것을 보지 못하니 비단 밤나무의 문제일 뿐이랴. 

처음부터 자신의 소명을 아는 사람은 없겠다. 어린 밤나무 역시 처음부터 밤나무로서의 소명을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할아버지 밤나무의 애정어린 충고를 무시하고 거센 풍랑에 열매를 지키기 위해 고집 피운 어린 밤나무를 위해 수십 개가 넘는 밤송이 달린 가지를 희생한 할아버지 밤나무를 보면서 일찌기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이 느끼며 그리웠다.
어린 밤나무를 가르치며 그렇게 할아버지 밤나무는 고단하지만 행복한 삶을 마감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된다.."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이 말한 대사의 일부인데, 난 <나무>를 보며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나무는 나무를 낳고, 사람은 사람을 낳는다.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 온갖 치열한 노력을 하는 나무의 삶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체험한다.

아들이 크면, 같이 밤을 주으며 오늘 느꼈던 밤나무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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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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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표지가 그야말로 음침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우리를 경계로 창살 너머 어딘가에 침울한 눈동자로 쳐다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제목 ZOO는 이 책에 소개된 단편 소설들 중의 하나인데, 짧은 이야기로 이어진 서로 다른 스토리는 인간의 어둠 속 본능을 살며시 스며들게 하는 투명한 아픔이 느껴질 정도다.

이미 오츠이치의 데뷔작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통해 그의 가공할만한 스릴러물에 한번쯤 익숙해진 터인데도 어둠 속 공포와의 터치에 쉽게 적응이 되질 않는 느낌이랄까. 내면의 잔혹함을 떠올리게 하고 과거의 침울한 기억을 새삼 우려내어 마치 한번쯤 별난 생각을 해봤을 이상한 세계에 온 느낌 또한 들었다. 특히 <Seven Rooms>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란 영화와 닫힌 사각형 공간, 큐브란 영화의 상호 합작한 듯한 익숙한 괴기스러움이 진눅하게 풍겨진 느낌인데 매시간마다 한사람씩 살해되고 남매에게 들이닥친 죽음의 시간, 동생에게 빠져나갈 틈을 주고 살인자와 한방에 갇히는 공포는 어딘가 본 적 있을것 같은 친밀한 공포다.
매일 한명씩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매가 직면한 죽음의 운명 앞에서 누나의 희생으로 살아난 동생. 닫힌 밀실에 웅크리고 앉아있는건 어둠 속 투명한 거울에 비치는 또다른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소름이 진하게 돋은 시작의 전주곡이다.

<SO - far >는 공포를 우악스럽게 자아내는 스릴러물이라기보다 영화 식스센스처럼 특유의 반전을 노린 작품이다. 저자가 명명한 약자 SO는 친밀한 사람들을 뜻하는 용어로 엄마가 죽은 아빠의 세계와 아빠가 죽은 엄마의 세계에 소통하는 나, 그리고 엄마의 세계에서 살길 바라는 꼬마의 의식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험악한 욕망의 결과란 점이 무척이나 뼈아프게 느꼈다. 이 소설의 반전은 시작에서 아이가 유령을 볼수 있는 특이한 재능을 가진 것처럼 인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유령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허울이었고 아빠와 엄마를 헤어지지 않게 하려는 아이의 연출이었다는 점이었다. 무서움을 툭툭 건드리는 공포보다 스멀거리는 아픔이 잔잔한 사회상을 그렸다.

<ZOO> 어느날 자신의 우편함에 배달되는 매일 한장의 사진, 100일 넘게 모은 사진을 영상 편집하여 초당 12 프레임으로 정지화상이 움직이기 시작한 연출은 살해 당한 젊은 여자의 사체가 썩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충격적인 동영상을 보면서 범인을 잡겠다고 다짐하는 주인공, 허나 주인공 스스로 치정에 얽인 살인이었음을 초반에 밝히는 바람에 싱거운 연출이 되고 말았다. 자신이 범인이므로 잡을수 없는 범인을 잡겠다고 결심하는 젊은 남자는 매일 밤마다 여자를 살해한 ZOO로 가서는 그녀의 썩은 사체를 바라보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선 자신의 우편함에 갖다놓길 반복한다. 인적이 드물어 장사가 안된 ZOO가 사라진 어느날 마음의 평안을 찾은 남자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러 경찰서에 찾을 결심을 한다.

이 글을 읽으며 난 브래드피트,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영화 파이트 클럽을 떠올렸다.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탐험했던 그때의 인식은 숨은 자아를 까발리기 꺼려하는 젊은 남자의 무언가에 가려져 있었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떠올리게 하고 현실의 부정이 잠재된 자아의 이지를 떠올리게 했던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처럼 추억을 상실당한 남자의 열쇠는 바로 ZOO에 있었던 것이다.
저자 오로이치가 전달하고자 한 이미지는  "난 매일밤 죽었고 매일밤 다시 태어났다".. 가 아니었을까? 파이트 클럽의 엔딩을 장식했던 Where is my mind를 찾아 감상하며 ZOO를 보았다.

<양지의 시> 죽음을 소재로 전달하는 단편 스토리 중에서 잔잔한 연민과 아픔이 느껴진 작품이자 가장 기억의 끈을 오래 갖고 싶은 아름다운 노래였다. 병원균으로 모든 인류가 죽고 마지막 남은 어느 한 사람은 자신의 사후를 관리할 책임자로 로봇을 만든다.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 로봇은 자신의 주인과 살면서 죽음이란 공포와 정지에 가깝다는 사실은 인식하게 되고 애정스런 토끼의 죽음을 목격하며 죽음이란 상실감에 가깝다는 인간의 마음을 배워 나간다. 인류가 멸종한지 오래전이고 주인은 인간이 애정을 담아 사랑했던 로봇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의 마음을 갖게 된 로봇, 모터가 움직이기를 정지한 그 순간 그의 독백이 마음 속에 진한 여운을 더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언덕에 펼쳐진 초원을 볼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새 둥지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일도, 커피의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 세상의 빛 하나하나와 닿는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일까요. 훨씬 전에 사라진 인간 아이들도 부모에 대해 비슷한 모순을 안고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사랑과 죽음을 배우면서 자라고, 세상의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400페이지 남짓 두꺼운 책인데도 귀신 홀린듯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연신 소름 돋힌 팔을 비비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요란하고도 신명난 상상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10여편의 단편 묶음집을 보면서 13일의 금요일을 연상케하는 제이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가 하면 학원가에서 돌고도는 언젠가 한번 들어봄직한 괴담도 생각난다. 영상을 시청하듯 선명한 줄거리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짧은 스토리를 담은 단편집 모음이지만 섬짓한 반전과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플롯의 힘이 느껴진다. 수수께끼 미로처럼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기가 막힌 반전으로 요리한 명랑, 발칙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저자의 또 다른 책을 즐겁게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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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 / 책그릇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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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가 무슨 책일까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제법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두 이 책을 보자마자 그렇게 느낄듯 싶다.
회사에서 실험적으로 이 책을 책상에 잠시 올려 놓았는데, 4살에서 8살 미만의 자녀를 둔 직장동료들이 유별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을 보았다. 결국 실험한 댓가로 책을 본후 그들에게 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되려 꼭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은 책이 됐기때문에 퍽 다행스런 일이다.

책을 집어 여러장 펼쳤을때 처음 눈길이 간 곳은 이 부분이다.
엄마 양이 아기양을 철장에 가두면서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자꾸 그러면, 남들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겠니? 엄마 얼굴에 먹칠함 셈이야?"
그러자 아빠양이 한몫 거든다. "여하튼 자기엄마를 닯아서 고집은 무지 세. 쯧!"
그러더니 엄마양이 반격한다. "!@#$@#$$@#@!..^^"
엄마양이 반격한 대목을 빼고는 나의 처지와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에 내심 뜨끔하면서도 재밌게 봤다.
그런 처지에 있어서 마냥 웃음을 머금는 재밌는 상황은 아닐터, 아이는 울거나 떼를 쓰고, 바닥을 기거나 깡총깡총 뛰면서 엄마치마를 늘어잡거나 아빠 바지에 눈물 콧물을 묻히는 애절한 상황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기분 전환이 될수 있었던 것은 상황을 절묘하게 해석하는 일러스트(그림)가 재밌고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림이 많이 삽화되었고 상황 연출을 실감나게 그려서 책을 읽으며 머리속으로 억지로 상상하며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편하게 읽는 독서가 됐다.
 
이 책을 다 읽고도 난 이 책의 전술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일의 발단은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진열된 꽤 비싸보이는 기차장난감에 아이의 눈이 돌아가면서부터였다.
집에도 비슷한 장난감이 있었기때문에 아이를 달래고 얼러서 급히 나오긴 했는데,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길바닥에 주저앉고 사달라며 졸랐다. 아이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던 난 상황이 점차 안좋아지자 아이와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 비슷한 장난감 있지 집에가서 아빠랑 기차놀이 하자~", "싫어 토마스기차 살꺼야"(아이는 32개월, 살꺼야 발음이 안돼서 탈꺼야로 들렸다.) '너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했지? 그거 사면 집까지 걸어갈래? (사뭇 겁을주며)", (생각해보더니)"싫어, 토마스기차탈꺼야" 아이가 연출한 상황에 빠져버렸고 이 과정에서 크게 소리쳐 아이를 혼냈고, 울음 한바탕 진탕 뽑아낸 후에야  결국 기차장난감을 품에 안겨주고 말았다.

밥먹는것, 양치하는것, 놀아주는것,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등 매번 일상의 반복적인 삶 자체가 크고 작은 전쟁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IRIS(이리스) 전략을 소개한다.
멈춤(I), 존중(R), 무시(I), 행동(S) 의 약자로 이리스 전략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연출하는 상황에 부모가 넘어가지 않고 처신하는 전술을 설명한다. 일단 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동, 감정에 대해 멈춰! 라고 소리친다음에 일단 아이를 존중하려 노력한다.  때론 아이의 성가신 행동을 무시해야 할때도 있으며,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한다는 행동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설명한 예시가 모든 상황에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한번 해 볼 만한 전략도 눈에 띈다.
가령 아이에게 양치질을 시킬때는 이미 어른 혼자서 강제로 아이의 입을 벌리게 하고 닦게 할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아이에게 이빨을 닦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얘기하는것이 중요하단 것을 최근에 알았다. 가령, 너 이빨 썩으면 치과에 가서 주사맞는다 라고 엄포를 넣으면 이빨을 닦아야 할 당위성보다 더한 공포감으로 치솔잡는것조차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안씻으면 "뽀로로 병균이 밤에 나타나 발을 콕콕 찌르며 깨운대 그리고는 뽀로로 병균이 날라다니며 너를 콕콕 찔른단다" 라고 얘길 해주면 자기가 본 비디오를 상상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어서 병균을 닦아달라고 주문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양치 거품내기 게임은 아이가 좀더 커서 거품이 날만한 치약을 쓰면 적절한 방법이 될듯 싶다.
 
반면, 아이가 장난감을 어지럽힌 후에 정리를 잘 안하려 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엄마의 전략을 한번 써먹어볼 생각이다.
요즘들어 아이는 신발을 직접 벗고 신는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정말 잘하네, 잘벗는구나 하고 지켜보며 격려해주면 기분이 좋은지 웃으면서 끝까지 해보려고 바둥거린다. 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키가 다을까 말까한 양변기에 작은 고추를 늘어뜨리며 아빠를 따라하려는 모습은 흐뭇하기까지 하다.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을 아이로 하여금 격려하면서 할수 있다는 응원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듯 싶다.
부모가 옆에서 격려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가령 놀이터에서 약간 난이도가 있는 놀이를 할때 자기또래의 아이들이 하는걸 보면 용감하게 곧잘 따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아이에게 그런 자연스러운 동기부여를 심어주게 하는 일도 중요하단 사실도 알았다.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이 옳지 않은 방법이란 것을 지적했는데, 아이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하는 경험적 방법과 아이에게 미리 결과를 알려주고 행동하게끔 하는 논리적 결과 방법을 추천했다.
나도 아이가 식사를 거르면 배가 고프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알려주게 하고 싶은데, 아이가 배를 곪는 사실을 끔찍히도 여기는 아내때문에 아직 적용해보지 못했다.  대신 자기가 다친 경험이 있거나 낭패를 당한 사실은 끔찍히 기억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병원에 가는 일이다. 병원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기만 하면, 눈치채고 울면서 바둥거리며 달아나려는 아이를 안으며 발을 떼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논리적 경험은 TV를 가까이에서 보면 눈이 안좋아진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미리 알려주어 예방하는 일이 포인트가 된다. 결국 경험적, 논리적인 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아이와 적절한 타협을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듯 싶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혹시 아이가 안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면 어쩔까 싶어 내심초사하며 아이의 행동을 바로 지적하고 가르키며 타이르기에 바쁘다. 아이의 모습은 때론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둔갑하기도 하고 늑대의 탈을 쓴 양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때가 있어 종종 놀라기도 한다.
아이의 모습은 부모의 모습이고 부모의 모습을 아이는 닯게 마련이다.
끊임없는 갈등과 해프닝을 연출하는 주인공 내아이의 행동에 담긴 숨은 메시지를 찾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되겠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을 배운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일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그 모습조차 내 아이는 닯을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이리스 전략을 써먹진 못했지만, 내일은 염두에 두었다가 찬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꼭 쓰고야 말겠다.
 
구구절절이 공감가고 이해를 돕는 글들이 많아 페이지를 접어둔 곳이 많아졌다.
그중 가장 인상깊게 느껴지는 글을 따로 적는다.

"자녀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아이와 부모가 긴 시간에 걸쳐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생활속에서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말고, 여유를 가지자. 초조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압력으로 다가온다. 어떤 궤도를 따를 것인지, 어떤 제안을 실천으로 옮길 것인지 차근차근 선택하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기 바란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시련을 극복하여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 나갈것이라고 굳게 믿자. 그리하여 아이에게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 주자."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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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가시게 구는 아이는 이렇게 &quot;미운 4살 막무가내 8살&quot;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17:44 
    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책그릇 2007년 11월 읽을 도서 목록에 있는 책으로 아들 나이가 4살이니 이 때부터 시작되는 행동에 대해서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으로 2007년 11월 12일에 읽었다. 총평 이 책은 내가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서 읽은 세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저마다 특색이 제각각이라 내게는 다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던 듯 싶다. 이 책은..
 
 
 
장자, 자연속에서 찾은 자유의 세계 청소년 철학창고 4
장자 지음, 조수형 풀어씀 / 풀빛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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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동북공정을 고수하길 좋아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을 훔쳐오길 좋아한다.
요근래의 서적을 읽다보면, 중국 고전의 서적에서 발췌하여 인용하길 좋아하는 서적들이 많은데, 직접 장자에 대한 일생과 그의 저서를 읽을 기회가 생겨 왠지 어깨가 으슥해지는 면이 생기는 점은 어쩔수 없다. 윤리와 정치의 관계를 많이 개입시킨 공자의 유가사상과는 달리 무위자연을 강조하는 장자의 도가사상은 권력의 통치 기반과는 무관하기에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노자와 장자가 주장한 도가사상보다는 죽지 않고 오래 사는 현세적 행복을 추구하는 도교사상의 영향을 물려받았다. 자연과의 일체를 주장하고 타고난 천성대로 살아갈 것을 주장하는 장자의 철학은 자본주의 시대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짐짓 무거운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명상에 잠기게 하는데 주효할만한 명약이라 할만하다.

장자의 저서는 내편 7본, 외편 15본, 잡편 11본으로 내편이 오래되었고 장자의 철학이 담긴 저서라고 보여지며, 외편과 잡편은 후학에 의해 집필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우화를 중심으로 이야기 중심으로 소개되었고 내편, 외편, 잡편의 순서를 따랐다.

내편의 1~4화는 소요유, 5~10화는 제물론, 11~13화는 양생주, 14~17화는 인간세, 18~20화는 덕충부, 21~23화는 대종사, 24~25화는 응제왕을, 외편의 26~27화는 변무, 28화는 마제, 29화는 거협, 30화는 재유, 31화는 천지, 32~33화는 천도, 34화는 천운, 35화는 천운과 제물론, 36화는 각의, 37화는 신성, 38~39는 추수, 40화는 추수, 41~42화는 달생, 43~44화는 산목, 45화는 전자방, 46~47편은 지북유를 거론했다.
잡편의 48~49화는 경상초, 50화는 서무귀, 51~52화는 즉양, 53~54화는 외물, 55화는 양왕, 56화는 도척, 57화는 설검, 58화는 어부, 59화는 열어구, 60화는 천하를 이야기한다.

고전을 읽을때 종종 주의하게 되는 경우가 저자의 원문을 충실하게 해석했는가라는 점과 원문의 틀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인데, 이 책에서는 곽상본 33편을 기준으로 각각의 내편, 외편, 잡편에서 대표적인 이야기거리를 발췌하여 화두를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자연론자, 운명론자인 장자의 사상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13화 양생주, 누구나 자기 설움에 운다> 에서였다.

노자가 죽자, 그의 벗 진실이 조문을 가서는 세 번 곡을 하고 그냥 나온 것을 그의 제자가 선생님의 벗일진대 조문을 그렇게 해서야 되겠냐고 물어봅니다. 진실 왈  "그렇다. 처음에는 나도 저들처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내가 들어가 조문할 때 곡을 하던 노인은 자식을 잃은 설움에 우는 것 같았고, 젊은 사람들은 어미를 잃은 듯 울었다.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위로와 곡을 하기 위함이다. 노자가 세상에 온 것은 태어날 때를 맞았기 때문이고,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떠날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를 알고 하늘의 뜻에 따르면 기쁨이나 슬픔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인 구속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겠느냐" - (45쪽)

겉으로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실제 각자 가지고 있는 설움 때문에 곡을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면, 사람은 남에 대한 연민보다는 자기 설움에 흐느껴 우는 존재일 뿐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때때로 타인의 냉대와 무관심의 설움에 울게 마련이다. 어디선가는 착하게 지켜야 할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무질서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파괴시키기 일쑤이고 타인의 연민과 고뇌가 얽힌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얼굴에 한가득 무관심으로 포장한 채 아는 척 모른척 살아가기 바쁘다.
세속을 초탈한 삶이 자신의 안녕과 편안한 삶을 보상해 줄지언정, 한편으론 야속하기 그지 없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일차적인 속박을 당한다. 시간이 지나 후회를 할만정, 왜 그때 그랬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난 내 설움에 왜 그토록 빠져들었을까. 남의 설움이 왜 눈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일까? 매일 접시에 빠져 허적이는 파리의 모습처럼 살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자기 설움에 운다란 이 글을 보는 순간, 내 마음 한구석을 자리하던 간사한 악마의 속삭임을 살필수 있었다.
우는 것이 어쩔수 없는 나의 숙명이라면 내 설움을 그만 내려놓고 이제는 남의 설움을 들어보고 대신 울어줄때란 생각이 들었다.
집착이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
장자의 우화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본 좋은 동기가 됐다. 

-  밑줄긋기 -

1. 자유의 당당함은 각자의 분수를 깨닫고 욕심을 덜어 낼 때 비로소 생긴다. (20쪽)
2. 도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변하며, 특별한 기준이 따로 없기에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 (28쪽)
3.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인간의 관점이 아닌 도의 관점에서 보면 사물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은 편견일 뿐이다. (29쪽)
4.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두 사람을 비교하고, 판단을 개입시켜 선과 악으로 나눈다. (69쪽)
5. 집착과 근심 걱정이 많을수록 겉모습에 표시가 나기 마련이다. 세속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인위를 계함에게 읽힌 것이고, 이를 짚어 낸 계함에게 열자가 빠져 버린 것이다. (76쪽)
6. 태어난 이유를 알려 하지 않고 죽어야 하는 이유도 따지지 않는다. 삶에 연연하지 않으며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다. 변하여 무엇이 되더라도 변화를 기다린다. - 대종사 (107쪽)
7. 차별에서 비롯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덕목은 겸손이다. 겸손은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자연이 허락한 처지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이 가하는 부당한 차별도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에게 호감이 주는 외모로 바꾸고자 한다면 그 비결이 겸손한 마음임을 알아야 한다(131쪽)
8. 배우고자 하는 욕심을 키우는 것보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 지식을 갖고자 하는 욕심마저 잊고 흐르는 것이 도에 가장 가까운 삶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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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은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였다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어둡고 탁한 느낌이 드는 이 책의 표지는 태양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는 깊은 바닷 속 심해를 연상케 한다. 그 속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은 그냥 조그만 물고기가 아니라 고래들이었다.
흔히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나선형으로 이어져 있다고 들었다.
올라가기 위해서는 내려가야 하고 성공과 실패를 겪은 사람만이 진정한 성공을 할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도 사람의 일생을 원으로, 때론 타원으로 그리기도 한다. 난 어떤 궤도를 그리며 살아왔던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캄캄한 바다 속에 잠든 한마리의 고래가 눈을 뜨고 자신이 살아야 할 곳이 어딘지 눈을 띄게 만든다.

이 책의 플롯은 인생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수 없는 수수께끼로서 삶의 진정한 해답을 갈구하는 젊은이의 방황과 발견이 큰 줄기의 형태를 띤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를 따라 알콜 중독자가 되어버린 발테르, 전쟁의 공포와 잔인성을 되풀이하는 안드레아와 그의 아버지. 두 젊은이 모두 자살하지만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었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부재에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는 계기가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연급 등장 인물간의 역할은 주인공과 섬찟하리만큼의 재미있는 갈등을 연출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인물간의 갈등으로 풀어야 할 시나리오가 자칫 우울하고 혼자서 중얼거리는듯한 1인 독백으로 풀어지는 느낌이 다소 강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이미 죽어버린 안드레아의 유품에서 나온 편지가 그러하다.
왜 줄거리가 그러했었는지를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듯한 저자의 독백이 길게 느껴졌다.
문학이란 향수에 탐닉하는 네노와 현실주의자 테데리코, 3류작가로 전략하는데 일조하는 오리오와 맛시모, 유부녀 오르사와의 간통과 사랑의 배신이 좀더 진한 갈등과 반목, 배신과 분노를 터트렸으면 어땠을까? 갈등과 대립이 반목하는 가슴두근거리는 액션씬이 다소 아쉽다.

역자의 후기에 줄거리가 대략 소개되어 있지만,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복습하자면,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한 주인공 발테르는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와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가출이란 정답을 찾아 헤매던 중 안드레아라는 친구를 만난다. 뛰어난 지성을 갖춘 안드레아의 세계관에 흠뻑 빠진 발테르, 그러나 발테르는 그와 일별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불꽃의 인생>이란 책을 출간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은 그를 문학의 열정에서 나락의 늪으로 밀기에 충분한 가난과 사랑의 배신, 저열한 글쓰기 작가로 변신하는데 힘을 싣는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 지친 그는 자살하지만, 죽음에서 되살아난 그는 패배자의 심정으로 임종 직전의 아버지와 화해하고 안드레아를 찾으러 길을 떠난다. 이미 한줌의 흙으로 변한 안드레아와 조우한 발테르, 이레네 수녀의 도움으로 자신이 깊은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한마리 고래였음을 지각하게 되고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안드레아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로 정한 것은 닫혀진 지적 사상의 한계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잔인한 전쟁의 공포와 회상이 그를 구석으로 몰아 붙인것은 사실이지만, 진실의 불평등을 자각하기 시작한 순간 광기를 극복하는 요령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수 있을까? 이레나 수녀의 대답 "서로 의지해야 하지요" 가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해답의 실마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관심은 사슴처럼 서로의 가슴에 기댈수 있어야 가능한 일일테니까.

헤르만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에서란 책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을 떠올려보면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보다 자기심리를 암시하는 한 인물의 내적 갈등에 고뇌하는 서사에 애정이 가는 독자라면 이 책에 깊은 흥미를 가질수 있을것 같다.

소설의 전개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불꽃처럼 숙연하게 지는..마치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의 불꽃을 보는 듯 했다. 안드레아도, 그들의 아버지와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이레네 수녀도 그들 자신만의 수레바퀴를 갖고 있었다.
내 젊은날의 고뇌와 진정성이 살짝 금이 간 유리병에서 다시 활활 불타오르는 느낌이 든다. 한 권의 책이 주는 영감성.. 난 이런 여운이 느껴지는 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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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답해주세요』, 수산나타마로, 자음과모음, 2000
    from Eunki + Script 2007-09-10 13:47 
    내가 "사랑은 ......"이라고 적힌 종이를 찢어 촛불에 갖다 댔을 때 금세 종이에 불이 붙었다. 그렇게 불타버리기 전에 단 몇 분이라도 저항하고 싸울 수 있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봤지? 사랑은 불길도 견딜 수 있는 거야. 적어도 그건 증명할 수 있어......'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사랑은, 그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