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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자연속에서 찾은 자유의 세계 ㅣ 청소년 철학창고 4
장자 지음, 조수형 풀어씀 / 풀빛 / 2005년 6월
평점 :
중국은 동북공정을 고수하길 좋아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을 훔쳐오길 좋아한다.
요근래의 서적을 읽다보면, 중국 고전의 서적에서 발췌하여 인용하길 좋아하는 서적들이 많은데, 직접 장자에 대한 일생과 그의 저서를 읽을 기회가 생겨 왠지 어깨가 으슥해지는 면이 생기는 점은 어쩔수 없다. 윤리와 정치의 관계를 많이 개입시킨 공자의 유가사상과는 달리 무위자연을 강조하는 장자의 도가사상은 권력의 통치 기반과는 무관하기에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노자와 장자가 주장한 도가사상보다는 죽지 않고 오래 사는 현세적 행복을 추구하는 도교사상의 영향을 물려받았다. 자연과의 일체를 주장하고 타고난 천성대로 살아갈 것을 주장하는 장자의 철학은 자본주의 시대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짐짓 무거운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명상에 잠기게 하는데 주효할만한 명약이라 할만하다.
장자의 저서는 내편 7본, 외편 15본, 잡편 11본으로 내편이 오래되었고 장자의 철학이 담긴 저서라고 보여지며, 외편과 잡편은 후학에 의해 집필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우화를 중심으로 이야기 중심으로 소개되었고 내편, 외편, 잡편의 순서를 따랐다.
내편의 1~4화는 소요유, 5~10화는 제물론, 11~13화는 양생주, 14~17화는 인간세, 18~20화는 덕충부, 21~23화는 대종사, 24~25화는 응제왕을, 외편의 26~27화는 변무, 28화는 마제, 29화는 거협, 30화는 재유, 31화는 천지, 32~33화는 천도, 34화는 천운, 35화는 천운과 제물론, 36화는 각의, 37화는 신성, 38~39는 추수, 40화는 추수, 41~42화는 달생, 43~44화는 산목, 45화는 전자방, 46~47편은 지북유를 거론했다.
잡편의 48~49화는 경상초, 50화는 서무귀, 51~52화는 즉양, 53~54화는 외물, 55화는 양왕, 56화는 도척, 57화는 설검, 58화는 어부, 59화는 열어구, 60화는 천하를 이야기한다.
고전을 읽을때 종종 주의하게 되는 경우가 저자의 원문을 충실하게 해석했는가라는 점과 원문의 틀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인데, 이 책에서는 곽상본 33편을 기준으로 각각의 내편, 외편, 잡편에서 대표적인 이야기거리를 발췌하여 화두를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자연론자, 운명론자인 장자의 사상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13화 양생주, 누구나 자기 설움에 운다> 에서였다.
노자가 죽자, 그의 벗 진실이 조문을 가서는 세 번 곡을 하고 그냥 나온 것을 그의 제자가 선생님의 벗일진대 조문을 그렇게 해서야 되겠냐고 물어봅니다. 진실 왈 "그렇다. 처음에는 나도 저들처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내가 들어가 조문할 때 곡을 하던 노인은 자식을 잃은 설움에 우는 것 같았고, 젊은 사람들은 어미를 잃은 듯 울었다.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위로와 곡을 하기 위함이다. 노자가 세상에 온 것은 태어날 때를 맞았기 때문이고,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떠날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를 알고 하늘의 뜻에 따르면 기쁨이나 슬픔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인 구속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겠느냐" - (45쪽)
겉으로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실제 각자 가지고 있는 설움 때문에 곡을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면, 사람은 남에 대한 연민보다는 자기 설움에 흐느껴 우는 존재일 뿐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때때로 타인의 냉대와 무관심의 설움에 울게 마련이다. 어디선가는 착하게 지켜야 할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무질서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파괴시키기 일쑤이고 타인의 연민과 고뇌가 얽힌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얼굴에 한가득 무관심으로 포장한 채 아는 척 모른척 살아가기 바쁘다.
세속을 초탈한 삶이 자신의 안녕과 편안한 삶을 보상해 줄지언정, 한편으론 야속하기 그지 없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일차적인 속박을 당한다. 시간이 지나 후회를 할만정, 왜 그때 그랬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난 내 설움에 왜 그토록 빠져들었을까. 남의 설움이 왜 눈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일까? 매일 접시에 빠져 허적이는 파리의 모습처럼 살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자기 설움에 운다란 이 글을 보는 순간, 내 마음 한구석을 자리하던 간사한 악마의 속삭임을 살필수 있었다.
우는 것이 어쩔수 없는 나의 숙명이라면 내 설움을 그만 내려놓고 이제는 남의 설움을 들어보고 대신 울어줄때란 생각이 들었다.
집착이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
장자의 우화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본 좋은 동기가 됐다.
- 밑줄긋기 -
1. 자유의 당당함은 각자의 분수를 깨닫고 욕심을 덜어 낼 때 비로소 생긴다. (20쪽)
2. 도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변하며, 특별한 기준이 따로 없기에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 (28쪽)
3.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인간의 관점이 아닌 도의 관점에서 보면 사물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은 편견일 뿐이다. (29쪽)
4.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두 사람을 비교하고, 판단을 개입시켜 선과 악으로 나눈다. (69쪽)
5. 집착과 근심 걱정이 많을수록 겉모습에 표시가 나기 마련이다. 세속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인위를 계함에게 읽힌 것이고, 이를 짚어 낸 계함에게 열자가 빠져 버린 것이다. (76쪽)
6. 태어난 이유를 알려 하지 않고 죽어야 하는 이유도 따지지 않는다. 삶에 연연하지 않으며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다. 변하여 무엇이 되더라도 변화를 기다린다. - 대종사 (107쪽)
7. 차별에서 비롯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덕목은 겸손이다. 겸손은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자연이 허락한 처지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이 가하는 부당한 차별도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에게 호감이 주는 외모로 바꾸고자 한다면 그 비결이 겸손한 마음임을 알아야 한다(131쪽)
8. 배우고자 하는 욕심을 키우는 것보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 지식을 갖고자 하는 욕심마저 잊고 흐르는 것이 도에 가장 가까운 삶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