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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Book
예경 편집부 엮음, 이순령 옮김 / 예경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미술을 애정한지 어느덧 십 년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종종 전시도 돌고, 관련 동호회에서 유령 회원으로나마 활동하고, 꽂히는 작가나 사조가 있으면 화집도 사고, 유럽에 배낭 여행 갔을 땐 미술관 위주로 루트를 짠 정도, 라고 풀어 말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늘 단편적인 감상에 그치는 것 같은 갈증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민중의 집에서 열리는 관련 강좌를 신청하고, 더불어 '서양미술사'와 이 책, '아트 북' 을 샀어요. 그 중 서양미술사는 아직 두께에 눌려 서문만 살펴 봤지만, 아트북은 쫘르륵~ 훑어 봤는데요,
아, 제가 내심 자부하던 미술에 대한 애정이란 것이 실은 한없이 미약한 것이었음을, 책의 A 부분 - 작가 이름 알파벳 순으로 그림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네요. 나름 쌓인 것이 제법 된다고 생각했었는지, 충격이 큽니다.
사실 이 책은 대학 새내기 때 들은 미학 교양 강좌에서 담당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이기도 했어요. 원서로 사는 게 좋을 거란 생각에 매번 미루기만 하다가, 이렇게 늦게 사게 되었는데요. 늦긴 했지만 오히려 지금 제게 이렇게 온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미술관과 갤러리, 그림을 알아가던 그 설레임이 어느덧 관성적으로 변한 기분이 있었는데, 뭔가 초심을 돌이키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네요.
쫘르륵~ 훑으면 작가와 그에 대한 설명같은 텍스트보다, 그림 그 자체라는 이미지가 먼저 와닿고 그것만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아요.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표지도 기분이 좋아지고요, 손에 쏙 들어오는 미술관이라는 평이 정말 실감 나네요. 항상 끙끙 대며 무겁게 봤던 미술책이 이렇게 제 손 안에도 들어오는 기분이라니- 상상보다 더 좋네요.
민중의 집 강좌 들으러 가면서, 또 지하철로 이동할 때 백 한 구석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동무 삼고 싶은 책이에요. 고마워요, 완소 아트북~. 별 다섯 개 날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