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사랑
유성용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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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왜 이렇게 성이 났어?" "누가 우리 매실나무에 달린 매실을 다 따가부렀다." "아주 나쁜 놈들이네!" 할매는 막 울려고 그럽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일하다 팔을 다쳐서 요즘 다른 벌이가 없는 터라 더 속상해합니다. "할매,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밥이나 먹고 가. 할매가 욕심이 많아서 팔 다치고도 또 일 할라고 하니까 일 좀 고만 하라고 삼신할매가 매실 다 따가버린 거야." 아무리 들어오시라고 해도 할매는 발이 더럽다고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친구가 바가지에 물을 받아다 드리니 할매는 꼼지락꼼지락 발을 다 닦고는 그제야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그 걸레로 얼굴도 닦으시네요. "어매! 할매는 걸레로 얼굴을 닦아?" "아 시골서 걸레가 어딨고, 수건이 어딨어!" 지금은 그 할매네 집 주변에 아무도 안 살지만 전에는 스님 한 분이 공부한다고 계셨다 합니다. 그때는 그래도 덜 외롭게 사셨다고 하네요. "할매, 그 스님 많이 보고 잡제?"

"많이 보고 싶기는 뭐가 보고 싶어. 한데…가끔씩 쪼까 되게 보고 잡제."

할머니 대답이 재미나서 자꾸만 되뇌어봅니다.
많이 보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씩…쪼까
되게…보고 잡은… 마음이라니.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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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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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보고 샀는데, 글까지 울림있을 줄이야. 오기사 님 다른 작업들도 관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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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Book
예경 편집부 엮음, 이순령 옮김 / 예경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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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을 애정한지 어느덧 십 년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종종 전시도 돌고, 관련 동호회에서 유령 회원으로나마 활동하고, 꽂히는 작가나 사조가 있으면 화집도 사고, 유럽에 배낭 여행 갔을 땐 미술관 위주로 루트를 짠 정도, 라고 풀어 말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늘 단편적인 감상에 그치는 것 같은 갈증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민중의 집에서 열리는 관련 강좌를 신청하고, 더불어 '서양미술사'와 이 책, '아트 북' 을 샀어요. 그 중 서양미술사는 아직 두께에 눌려 서문만 살펴 봤지만, 아트북은 쫘르륵~ 훑어 봤는데요,  

아, 제가 내심 자부하던 미술에 대한 애정이란 것이 실은 한없이 미약한 것이었음을, 책의 A 부분 - 작가 이름 알파벳 순으로 그림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네요. 나름 쌓인 것이 제법 된다고 생각했었는지, 충격이 큽니다. 

사실 이 책은 대학 새내기 때 들은 미학 교양 강좌에서 담당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이기도 했어요. 원서로 사는 게 좋을 거란 생각에 매번 미루기만 하다가, 이렇게 늦게 사게 되었는데요. 늦긴 했지만 오히려 지금 제게 이렇게 온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미술관과 갤러리, 그림을 알아가던 그 설레임이 어느덧 관성적으로 변한 기분이 있었는데, 뭔가 초심을 돌이키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네요.  

쫘르륵~ 훑으면 작가와 그에 대한 설명같은 텍스트보다, 그림 그 자체라는 이미지가 먼저 와닿고 그것만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아요.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표지도 기분이 좋아지고요, 손에 쏙 들어오는 미술관이라는 평이 정말 실감 나네요. 항상 끙끙 대며 무겁게 봤던 미술책이 이렇게 제 손 안에도 들어오는 기분이라니- 상상보다 더 좋네요.   

민중의 집 강좌 들으러 가면서, 또 지하철로 이동할 때 백 한 구석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동무 삼고 싶은 책이에요. 고마워요, 완소 아트북~. 별 다섯 개 날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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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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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문과를 시 전공으로 졸업했어요.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정도까지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지만, '예술에는 층위가 있다' 는 자존심은 내심 있는 것 같네요. 아마 저 같은 독자들은 어떤 종류이든, 여러 시를 묶은 이와 같은 시 '선집'에 대해선 더럭 겁을 먼저 먹지 않을까 싶습니다. 묶은 기준이 무엇인지, 묶은 이는 그 시를 제대로 볼 사람인지 말입니다.   

그런데 몇몇 시인들이 골라 묶는 선집들은 종종 뜻밖의 선물들을 주곤 합니다.  모르던 시를 새로 알게 하기도 하고, 알던 시를 더 깊이 보게 되기도 합니다.  

예술에 층위가 있고 그 감상에는 훈련이 필요하기에, 잘 골라진 시들과 해설로 묶인 이러한 선집들이 더욱 값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른 책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시인 안도현의 시에 대한 애정과 열의, 그와 함께 사이 사이 들어간 사람 냄새나는 사진들, 슬림하고 손에 쥐기 좋은 책의 판형과 무게가 어우러져 독자에게 좋은 느낌을 전달하리라 생각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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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러스 2009.5.6 - Remnants, Vol.1, 창간호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엮음 / 한국디자인문화재단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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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레이아웃, 지질, 타이포, 시각문화에 대한 격조있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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