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왜 이렇게 성이 났어?" "누가 우리 매실나무에 달린 매실을 다 따가부렀다." "아주 나쁜 놈들이네!" 할매는 막 울려고 그럽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일하다 팔을 다쳐서 요즘 다른 벌이가 없는 터라 더 속상해합니다. "할매,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밥이나 먹고 가. 할매가 욕심이 많아서 팔 다치고도 또 일 할라고 하니까 일 좀 고만 하라고 삼신할매가 매실 다 따가버린 거야." 아무리 들어오시라고 해도 할매는 발이 더럽다고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친구가 바가지에 물을 받아다 드리니 할매는 꼼지락꼼지락 발을 다 닦고는 그제야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그 걸레로 얼굴도 닦으시네요. "어매! 할매는 걸레로 얼굴을 닦아?" "아 시골서 걸레가 어딨고, 수건이 어딨어!" 지금은 그 할매네 집 주변에 아무도 안 살지만 전에는 스님 한 분이 공부한다고 계셨다 합니다. 그때는 그래도 덜 외롭게 사셨다고 하네요. "할매, 그 스님 많이 보고 잡제?"
"많이 보고 싶기는 뭐가 보고 싶어. 한데…가끔씩 쪼까 되게 보고 잡제."
할머니 대답이 재미나서 자꾸만 되뇌어봅니다.
많이 보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씩…쪼까
되게…보고 잡은… 마음이라니. -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