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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핀 델 문도 El Fin del mundo - 지구 끝으로 Vamos!
김민규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찬찬히 넘겨 보며 여행자와 함께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여행서다.
얼핏 넘겨보기엔 사진과 짧은 단상들이 나열된 여행 기록 메모 같지만, 그 속은 나름 녹록치 않다는 느낌. 역시 김민규다.
델리스파이스, 스위트피 노래들이 주던 서늘함은 남미 여행기에서도 여전하다. 그간 남미의 슬픈 역사나 정서는 뒷켠에 접어 두고, 그들의 정열과 열정, 뜨거운 태양과 같은 기질들만 앞서서 소개되었던 게 아니었던가,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읽어 내려 가다 보면, 무슨 이유였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행자인 김민규 자신도 무언가에 많이 지치고, 새로운 어떤 에너지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는지 하는 느낌이 참 많이 든다.
비틀즈의 ‘헬프’, ‘내가 너를 다시 만날 땐 고통도 망각도 없을 것이다’ 라는 부분을 툭 인용하는 ‘나의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그가 인용하는 노랫말이 그런 쓸쓸함을 한층 더한다.
'혼자 여행하며 쓸쓸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 듯한 느낌이 책 전체에 흐른다.
여름날, 어쩐지 나른하고 우울한,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 책의 정서와 김민규의 감수성, 또 남미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