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7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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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늙은 부랑자가 된다는 거야?""왜 아니겠어.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 정치가나 부자 같은 다른 사람들이 뭘 바라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거야.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거지." 나는 동의했다. 그는 가장 단순 명쾌한 방식으로 도(道)에 다다르려 했다."이봐, 너의 길은 뭐야? 성인의 길, 광인의 길, 무지개의 길, 어떤 길이라도 될 수 있어. 어떤 짓을 하든 누구에게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그럼 어디서 어떻게 할래? "우리는 빗속에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젠장, 우리는 남자야. 그걸 잊어서는 안 돼. 날뛰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야. 어디 있든 간에 내 트렁크는 침대 밑에서 언제든지 꺼낼 수 있게 돼 있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어. 언제 쫓겨나도 괜찮아. 나는 결심했어. 모든 것을 던져 버리기로 말이야. 내가 잘해 보려고 열심히 낑낑대는 걸 너도 봤지. 그런 게 대수가 아니라는 걸 너도 알 거야. 우리는 시간이 뭔지 알아. 어떻게 천천히 나아가는지, 걷는지, 탐색하는지, 옛날 흑인들처럼 즐기는 방식이지. 그것말고 다른 재미가 어디 있어. 우리는 알아."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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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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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온다 리쿠의 신작 <몽위>를 읽었습니다. 일본 소설과 미스터리 모두 개인적으로 취약 분야라 독법을 잘 모르지만, 무의식과 꿈을 다루는 소재에 호기심이 생겨 도전해 보았습니다.

 

예지몽을 꾸는 여자와, '꿈 해석가' 남자 이야기입니다.

기이한 사건들과 생사조차 미스터리한 여인을 추적해가지만, 인물도 사건도 무엇이든 또렷하게 정리하지 않아요. 중반부가 넘어가도록, 검은 안개가 뒤덮인 표지에서 느껴지는 모호한 세계에 갇힌 느낌이에요.

 

'몽찰', 즉, 꿈을 영상으로 뽑아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이야기의 핵심인데요, 묘사를 읽다보면 살면서 꿨던 꿈들이 떠오르고, 작품 속 이미지들도 영상처럼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소설 속 꿈 해석가들이 겪는 '몽찰 멀미'를 느꼈달까요. 오래 전 기억들이 꿈인지 현실이었는지 혼동될 때처럼요. 일본에서 <악몽 짱>이라는 드라마로 옮겨졌다고도 하던데, 이런 몽환적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하네요.

 

작가가 소설을 통해 던진 주제는 두 가지로 느꼈는데요,

첫째. 인류의 꿈이 '집단 무의식' 에 영향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사회적 화두입니다.  

세계화와 미디어의 발달로 어디에서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집단 무의식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조작의 파장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하죠. 소설 속에선 누군가의 꿈을 관찰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꿈 해석가들까지 등장시켜서 그 화두를 그럴 듯하게 제시해요.

 

둘째. 누군가의 꿈을 꾼다는 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에 동서양이 전통적으로는 다른 입장을 취했으나 (동양 : 님이  나를 그리워함 / 서양 : 내가 님을 그리워함)  작가는 결국 인간의 마음이란 건 여전히 미스터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끝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IQ84>도 많이 생각났는데, 일본 소설에 비루한 경험치를 가진 제게 한정된 이야길 수도 있습니다. ㅋ

이래저래 고생한 여주인공이 위로가 되는 존재 덕분에 생사를 넘은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았긴 하지만, 잔뜩 펼쳐놓았던 이야기들이 해결되고 끝나지 않다보니, 책장을 덮고 나니 '잠깐, 그 애들은 결국 어떻게 된 거지?' 싶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막 궁금해져서, '더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의 기승전결보다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해명할 수 없는 세계의 미스터리에 대해 작가는 당신도 이런 걸 느껴본 적 없냐고,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떨 것 같냐고 느껴보라는 것 같아요.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를 던진달까요...? 거대한 시리즈의 서장을 열어본 듯한 느낌이 든 소설이었습니다.

 

일본 문화 특유의 색채가 부분적으로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표현 ( '위화감'처럼 우리와 뉘앙스가 다르게 쓰는 한자어) 나 등장물 (세 발 달린 까마귀) 도 있지만, 어쩐지 동양인이라서 이해되고 공감되는 정서적 동질감도 있어요. 좀비보다 귀신이 무서운 것처럼요. 동서양의 경계도 옅어지고 무의식도 점차 섞인 채 살아가는 데서 오는 공감도 있구요.

 

깜빡 잠이 들었다 문득 긴 꿈을 꾸어버렸는데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묘한 느낌으로 남은, 그런 꿈을 꾼 듯한 소설이었습니다.

인간은 진심으로 오싹했을 때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공포에 쥐어뜯겨 움푹 팬 부분을 평평하게 고르려고 한다. 그때 우리들은 '진짜' 이야기를 들은 것에 내심 동요하며 이미 손때 묻은 괴담으로 각자의 다친 마음을 평평하게 고르려고 했던 것이다. (P.12)

" 언젠가부터 선명하다느니 색채감이 넘친다느니 하는 말이 '정보량이 많다'는 개념으로 바뀌었어. 얼마나 화소가 늘었느냐, 얼마나 검색 수가 높아졌느냐, 얼마나 용량이 커졌느냐, 지금까지 그리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거, 실은 상당히 중요한 전환이었어. 시각적인 이미지의 차이를 수치로 나타내는 것 말이야." (p.23)

"생태계라느니 유전자라느니,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보가 빼곡하게 차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버렸어. (...)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점점 세밀한 곳까지 보이게 되면서 인간의 눈도 디지털카메라처럼 실제로 뭔가를 보는 것이지." (p.24)

"옛날에는 (...) 누군가의 꿈을 꾸는 것은 그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는군요. 그 반대가 아니라."

(...)

"요즘은 완전히 그 반대가 됐어요. 내가 계속 생각하면 상대가 꿈에 보인다, 요즘에는 그렇게들 생각하잖아요? 언제부터 그게 뒤바뀌었을까요?"

"역시 서양식 정신분석 이론이 들어오면서부터가 아닐까요? 꿈이란 억압된 심리나 욕망이 나타난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면서 꿈은 무의식의 투영이다, 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꿈에 보이는 것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죠."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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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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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공자의 기품을 잊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길잡이. 생소해 겁먹었던 러시아 문학인데, 옛이야기처럼 펼쳐지는 강의에 푹 빠져,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어요. 로쟈님 글만큼 말도 유려하시다던 소문대로, 굉장한 달변이신 듯! :) 감사한 마음에 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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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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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원인은 관계의 단절이 아닌 '관계가 짐'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자유의 최고봉은 무엇을 할 자유가 아니라 '함'으로부터 물러설 수 있는 자유다. 이 쉼을 통해서만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는 귀족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하지 않던가? 정수 씨에게서 무엇보다 박탈된 것은 함으로부터 물러설 자유, 즉 쉼-고독의 시공간이다.

소년소녀 가장들, 가족을 위해 이주노동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근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현실이다. 개인화라는 말은 '관계'를 달팽이처럼 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경험을 배제하고 있다. (p.18)

말은 그것이 이행되었을 때엔 점검이 뒤따라야 하고 혹은 이행되지 않았을 때엔 사과가 '이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냉소와 절망은 아무것도 이행되지 않는 사회가 됨으로써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결과일 수 있다. (p.25)

'사냥꾼의 사회 (지그문트 바우만)' .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동일성에만 숨어들게 되면서 우리의 경험은 축소되고 성장의 기회는 봉쇄된다. 이것이 사냥꾼의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한 안전의 댓가다. (p.61)

아파트 - 가족은 밀쳐지고, 이웃은 당겨졌다. (p.124)

자유는 시장자본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그는 자율적 주체가 아니라 욕망의 노예일 뿐이다. 그 욕망이 자신에 의해 점검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p.138)

우리는 '자기가 되기' 위해 늘 무엇인가를 해야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의 과잉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는 늘 뭔가 하는 것을 통해 자기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이것이 '함'의 과잉상태이며 사람들은 이런 '함'에 소진해 있다.
'함'이 지나칠수록 인간에겐 생각할 틈이 줄어든다. 생각할 공간, 즉 내면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p.140)

'함' 에서도 특히 우리를 소진하게 하는 것은 하는 척하느라 분주한 '함'이다. 우리의 일상은 이러한 '하는 척의 함' 으로 가득 차 있다.(p.144)

'점검하는 삶'은 멈추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신의 확신을 괄호로 묶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삶이다. 초조함은 이런 점검하는 삶을 불가능하게 한다. (...) 삶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서 초조함을 대체한 것이 '관리'다. 내 삶 그 자체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는 대신 이미 설정된 목표와 방향 내에서 제대로 과업이 수행되는지 아닌지를 감시, 관리하는 일만이 남게 된다. (p.236)

통치는 개인이 이 초조함을 개인적인 감정상태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초조함의 원인으로 자신의 부족을 탓하게끔 조장한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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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2
한상남 지음, 김동성 그림, 최완수 감수 / 샘터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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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선생의 생애도 감동인데, 김동성 작가의 그림과 간송 소장품들이 사진으로 들어가 있어 적절하다. 다만 글은 좀더 풀어 쓰였으면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 더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현명한 어린 독자들은 간송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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