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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 -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가꾸는 삶의 기술
일레인 사이올리노 지음, 현혜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 칸느 영화제에서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를 떠올리면 수상 소식만큼이나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전설적인 배우 알랭 들롱이 수상자를 발표한 뒤 그녀의 손등에 키스를 했던 것! 그야말로 전설의 미남 배우로 시대를 풍미한 알랭 들롱에게 손등 키스를 받는 모습을 보며, 한 남자로서 여자를 대하는 유러피안 특유의 문화적인 결을 느낄 수 있었달까......
뉴욕타임즈 기자라는 저자는 프랑스 대통령 시라크를 처음 만난 날, 그의 손등 키스를 받고 당황했단다. 그 후 그녀는 미국인& 저널리스트 특유의 집착으로 프랑스에서의 유혹의 의미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농담ㅋ)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프랑스식 유혹에 대해 파고든 이 책을 보다보면, 미국인들도 참 프랑스, 유럽에 대한 동경이 지대하고도 깊은 가보다, 생각하게 된다.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도 그렇고.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나 <식코>같은 다큐를 볼때처럼)
프랑스만의 독특한 '삶을 느끼고 존재하는 방식'. 그것은 아마 실존주의 철학- '난누구 여긴어디'-에 기반한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유치원생부터 시를 외우게 시키고 대학입학시험으로는 철학논술시험을 본다는 교육, 수백가지의 치즈가 있는 나라의 국민이라 다루기 힘들다는 프랑스의 유명 정치자의 말에서 그 이유를 조금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예술가고 적어도 감식가다.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하기에, 음식도 예술도 사랑도 더욱 풍부해지고 그로서 인생도 인간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우리는 효율과 능률을 위해 너무 무성화되고 있다... ( 이건 목수정님이 <야생의 사랑학>에서 핏대높여 말한 바 있는데, 그 책을 보고 어느 날 문득 출근하는 버스와 전철 안에서, 이성 간에 서로 닿지 않으려고 경직된 채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길에서 말 걸기는 커녕, 서로 눈빛도 주고받을 작은 여유조차 없는 이 도시의 비인간성이라니...ㅠ)
물론 읽다보면 프랑스 사람들도 참 까다롭고 특이하다는 생각에 질리기도 하고, 문화적인 차이에서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게 가장 늦게 바뀌는 거고, 각 사회의 복합적인 특성에 맞춰 형성되는 것인데 갑자기 나 혼자 눈빛으로 이성을 유혹하고,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고, 프랑스 사람들이 바게트 빵 사러 나갈 때조차 스스로를 가꾼다고 해서 가뜩이나 진한 화장을 더 짙게 만들고 더 예쁜 옷을 하나 더 사서 동네에서도 패셔니스타가 되라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유독 미국화가 국제화인양 진행된데다 유교의 나쁜 습성만 남은 듯한 우리 사회의 억압된 문화에도 종종 이런 식의 이국적인 환기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 사대주의나 문화적 차이 문제가 아니라, '잘 사는' 법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시도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갈수록,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에서 좌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 존재가 소중하기에 다른 이에게 어필하고 그 어필이 유혹이 된다는 것이 바로 프랑스식 유혹의 비밀이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이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프렌치 시크> '무심한 듯 시크한' 이라는 기조를 앞세운 '프렌치 시크 스타일', 소위 파리지엥 스타일이 패션 문화 전반에서 굉장한 열풍이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시기에 나와 소위 '프랑스스타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데,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 와 비슷하게 너른 범위를 다루는 편이다.
같은 저자의 <여성, 그 기분 좋고 살아 있는 느낌> 은 내가 무척 좋아하고 숨통 트고 싶을 때 들춰보는 책으로,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와 <프렌치 시크>에 비해 프랑스 "여자"에 주목하고 있어 깨알같은 재미와 매력이 있다.
아쉽게도 현재 절판이지만, 이 책을 발견하게 된다면, 왜 아멜리에가 곡물더미에 손을 넣고,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프렌치스타일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만든 마리 앙뚜아네뜨에서 왜 마리가 정원에서 자연을 뛰놀고 그 순간을 만끽하는 장면을 그토록 인상적으로 그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힌트는 '생의 모든 감각을 깨우는 방법' 이라는 <프랑스 남자들~>과 '프랑스 여자들은 영원이 아니라 순간을 믿는다'는 <프렌치 시크>의 한 소제목으로 충분할 듯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