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의 마지막 춤
파비오 스타시 지음, 임희연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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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찰리 채플린의 이름은 종종 들어왔지만 그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은 영상 예술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들으면서였다. 흑백 영화이자 무성영화를 처음 마주한 나로서는 그 영화 자체를 본다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그 안의 주인공이 찰리 채플린이라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았는데, 무표정한 듯 하면서도 무심한 그가 보여주는 몸짓들에 피식 웃을 수 밖에 없는, 그의 노련한 몸짓은 소리가 없어도 사람들을 끌어 당기기에 충분했다.

펑퍼짐한 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큰 구두를 신고 움직이는 그를 보노라면 마치 무대 위의 마리오네트 같은 느낌인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줬던 그의 삶 역시도 언제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찼을 것만 같은데, 실상 그의 삶을 들여다 보고 나면 그야말로 비극이 따로 없는 삶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란 그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압축하여 말해주고 있는 것인데 홀로 세상에 남겨진 어린 아들에게 전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더 없이 서글프면서도 초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19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 점쟁이 말에 따르면, 난 평생 운이 넘치게 살다가, 6년 전 성탄절에 폐렴으로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
 
년 전부터 성탄절마다 사신이 나를 찾아왔어. 내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지. 그럼 난 방랑자 의상을 입고, 예전에 연기했던 극 중 한 장면을 선보이지. 사신이 웃으면, 나를 이듬해까지 살게 해줘. 그게 우리의 계약이지. 사신을 계속해서 즐겁게 하는 한, 난 죽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최근에 난 인정해야 했지. 사신이 나랑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아니었다면, 그 노파를 미소조차 짓게 하지 못했을 거야. 같은 연령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월이라는 희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거지. -본문

 세상을 떠나기 6년 전부터 어린 아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떻게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시간 속에서 그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들에게 그의 삶을 오롯이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 내려간 이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에게는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난해함으로만 전달되면서 머리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실제의 경험인지 아니면 꿈인지 모를 이야기가 함께 섞여 있기에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두리뭉실한 느낌으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가 그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무대 위에 오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의 삶으로 그를 안내하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시네마토그래프에 알게 되면서 그가 어떻게 스크린 속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스크린 속에서 무표정한 듯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수 많은 몸짓들을 그가 누구에게 배워오게 되었는지 등 자세한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져 있다.

내 이야기는 음정이 어긋난 낡은 자동 피아노처럼 네게는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연주될 거야. 이런 방법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한다면, 오늘 저녁, 사신은 나를 데리고 가겠지.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언제나 열 일을 제쳐놓고서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내 삶의 일 순위였지. –본문

 무대 위에서, 스크린 안에서 늘 완벽하게 보였던 그조차도 사랑에 있어서는 애송이에 불과했기에 그가 헤티에게 했던 청혼의 모습은 평범함을 넘어 소박함마저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포즈의 시작과 아이의 탄생. 그 평이한 삶의 연속을 바랐던 그에게 전해지는 것은 다시금 삐걱거리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계속된 유랑은 정착을 떠나 다시금 몰락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뉴욕에 들어섰을 때, 그는 자신의 무대만큼은 확실하게 채워지기를 바랐으며 때론 엉뚱하기도 했던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놓으며 자기 스스로를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책의 초반에 보여지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도 왼손잡이인 그에게 맞게 개조한 것이었으니, 세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앞날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었으니 화재로 인해 스튜디오는 무너져 내렸고 차량마저 도난 당한 그날 그는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혼이라는 파경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그로 하여금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음에도 굳게 입을 다물게 된다. 자신을 믿지 않는 세상에게 그의 읊조림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이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해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나는 매번 고통을 느꼈어. 왜냐하면 날 바라보는 기자들의 얼굴에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측은하고 동정 어린 미소를 보았거든. 그럴 때마다 나는 분노로 피가 끓어올랐어. 내 고통과 시련 속에는 매혹적이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종류의 질문 앞에서 늘 자신감이 없을 수 밖에. 그들이 숨기는 것을 내가 알게 될까 두려웠어. –본문

 시작과 끝이 없는 영화가 없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끝을 향해 가게 된다. 왜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의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는 사신과의 내기 속에서 얻어낸 6년이란 시간 속에 아들에게 들려줄 그의 이야기를 원 없이 전해줬을까. 그의 아들에게는 아련하고 그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다시 없을 추억과 같은 이 책이 나에게는 여전히 난해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이 고된 독서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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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 찰리 채플린저


 

 

독서 기간 : 2015.02.06~02.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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