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편견 - 열 개의 오해, 열 개의 진심, 김태훈 인터뷰집
김태훈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누군가를 마주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안에는 알 수 없었던 한 인간에 대한 모습과 그 안에 매력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니까 이전에 그는 나와는 별로 상관없었던 이였으며, 잘 알지는 못하지만 찰나의 모습으로 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느꼈던 편견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실제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게 되고 그 순간 그는 이내 또 다른 사람으로 내게 다가오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과연 이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그러한 사람일까, 라는 생각의 설렘과 호기심, 약간의 두려움이 동반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요 근래에 읽었던 인터뷰 집은 내가 만나지 못하는 그들을 활자로나마 마주하고 그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는 것에서 다른 책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주는 듯 하다.

예전에 한번 승범(류승범)이가 양조위랑 뮤직비디오를 찍고 나서 양조위 같이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하니까 박 감독님이 너는 세상에서 가장 침을 잘 뱉는 배우야라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러니까 영역을 다르게 생각하면 편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사무실이 외진 데 있지만 월세 비싼 강남에서 우아 떨면서 살려고 하면 답이 안 나와요. 1년에 하나씩 터지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계속 나와야 우아를 떨고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다 포기하고 그냥 천호 암사지역에서 전주식당 형님들하고 편하게 놀면서 나 하고 싶은 거 할래 이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본문

영화감독인 류승완을 브라운관이 아니고서야 마주할 수 없을 내게 그의 진솔한 면이 활자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유년시절이 어떠했고, 그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으며 그가 만드는 영화들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안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따윈 없이 그저 그를 영화를 통해서만 바라봤던 나는 무언가 온화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인한 느낌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의 영화는 선이 굵은 것들이라고만 읊조리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내 안에 그려진 그의 모습이었으며 그의 고민들을 따라가면 갈수록 그가 현재의 모습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념들을 안고서 온 것인지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매 영화마다 강한 인상으로 인식되어 있는 배우 곽도원은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인식을 한 후에야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노라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바라보면 볼수록 세상에 대한 관심도 깊어지며 그 깊어지는 관심이 현재의 자신을 카메라 안에 녹여내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 순간에 지나가는 그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그 스스로 사투를 벌였을지, 과연 나는 그런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해보게 된다.

나를 가장 핍박하는 요소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장시간 명상을 해 봤어요. 그때 깨달은 것은 현재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의 코털이다.’ 였어요. 제가 코털을 안 깎아서 되게 간지럽더라고요. 그런데 제 주변에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이나 일들, 개인적인 심적 고통들 중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 나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건 코털인 거예요(웃음) 그러니까 사람 인생이란 게 얼마나 웃기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지는 길은 하늘에서 5조 원이 떨어지거나 우리 집 뒤편에서 황금 불상이 발견되거나, 아니면 우리 집에 길 잃은 미녀 100명이 찾아오거나, 이런 일이 아니고 지금 빨리 코털을 깎는 거더라고요.(웃음)- 본문

개인적으로 빨간책방의 팟캐스트를 통해 먼저 만났었던 정유정 작가를 다시금 만난 것은 물론 이제는 고인이 되어 버린 신해철을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곤 했는데 유쾌하면서도 그 나름의 신념으로 지내고 있던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더 많이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나에게는 마왕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떠나버린 그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성석제 소설가의 최근 신작인 투명인간을 이미 읽은 터라 그가 말하는 작품 속의 이야기는 물론 그의 신념들에 대해서는 읽으며 아, 이런 의미들이 담겨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천명관 작가의 책을 아직 마주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깊게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게만 다가왔다.

이 안에 담긴 이들에 대해서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나에게 그들은 그 자신의 모습으로, 이 활자 속에서만큼은 그들 자신의 날것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물론 아직 내가 그들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에 그들이 나에게 오롯이 전해지기에는 장막들이 있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그들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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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 백영옥저

독서 기간 : 2015.01.03~01.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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