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작은 새 - 잘랄 앗 딘 알 루미 우화잠언집
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 최준서 옮김 / 하늘아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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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이슬람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문학에 대해서는 접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이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작은 새>가 최초의 이슬람 문학을 접하게 되는 기념비적인 독서의 시초였는데,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처음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는 그 동안 읽어왔던 것들과는 다른, 생경하다기 보다는 신선한 느낌의 것이었다.

온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입을 뗍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영혼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
그리고 그곳에서 내 생의 끝을 마치고 싶습니다. –본문

 현재의 육체는 이곳에 있지만 그들의 영혼은 다른 곳, 다른 대륙에서 온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광활한 광야를 달리던 인디언들이 떠오른다. 거침 없이 말을 타고 질주하며 가는 동안 잠시 동안에 한참을 바라보며 자신이 왔던 길을 돌아본다고 하는데 혹여나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과 저자가 말하는 영혼의 모습은 어쩐지 비슷하게 느껴진다.

도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서 끊임없이 책을 사들이고 그것이 마치 마음의 양식이자 오롯이 나의 지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늘어나는 카드 값에 대해서도 위안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리스인들이 들려주는 예술의 길은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며 뜨끔하게 만든다.

수피들은 철학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맑게 더욱더 맑게 만듭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아무런 분노 없이
.
그 순수 안에서 매 순간의 이미지들을 받아 비춥니다
.
여기에서, 별들에게서, 허공에게서 받아 흡수합니다
.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저 밝음과 명료함을 마주보며….. –본문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들을 내면을 들여다보며 더 투영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떠한 목적만을 위해서 쫓아가던 지난날의 모습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중국인들과 그리스인들의 예술가가 모여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시합에 있어서도 중국인들은 모든 것을 다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 하는 반면 그리스인들은 작업장을 닦고 또 닦음으로써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내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국인들의 작업장에 드리운 작품이 그리스인들의 작업장에 비춰지며 만들어내는 오묘한 아름다움은 세상에 둘도 없는 미색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을 위한 목적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아닌 포용하기 위한 내 안의 공간을 찾아보는 것부터 필요한 게 아닐까.

한적하게 숨어서 쉴 곳을 찾아 세상을 떠돌지 마십시오.
어느 굴 속에서 맹수들이 살고 있는 법
.
쥐와 산다 해도 고양이의 발톱이 당신을 찾아낼 것입니다
.
진실의 쉼터는 신과 홀로 마주하고 있을 때만 찾아옵니다. –본문

 힐링이라는 단어가 넘쳐나는 요즘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 지쳐있는 지금을 떠나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 혹은 사람들을 찾게 된다. 그렇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 지금의 현재를 견디고 있다는 것이 맞을 텐데 저자가 들려주고 있는 것은 그러한 휴식처만을 찾기 위한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옥죄어 오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홀로 설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해주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여느 책들과는 조금 다른 이 책을 보며, 그렇기에 처음에는 받아 들이는 것이 어색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곤 했지만 또 이렇게 새로운 그들의 문학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그들의 지혜를 알려주는 이 책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저


 

 

독서 기간 : 2014.09.30~10.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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