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꺼내 보는 아버지의 편지
마크 웨버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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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신애라씨는 일기를 쓰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이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라는 보면서 과연 그 안에는 얼마나 따스한 이야기들은 물론 때론 냉철한 시선으로 본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당연히 곁에 있기에 내일도, 아주 먼 미래에도 부모님이 함께 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우리 모두 그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에 그저 그 사실이 아련하기만 한대, 이 책의 주인공인 마크 웨버에게는 그 사실은 더욱 통탄스러웠을 것이다. 그의 몸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암세포가 퍼져 있었고 그에게는 아직 어린 세 아들과 아내가 있었으며 이제부터 조금 더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보내리라는 다짐을 한 순간 그에게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일들이 밀려들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머리 속으로 그려 보아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을 구할 수 없을 것만 그 순간에 마크 웨버는 자신의 몸에 잠식하고 있는 암세포와 싸우는 것은 물론 평생을 통해 아이들에게 들려주려 했던 이야기들을 이 안에 고스란히 담아 놓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있을 때 혹은 전동기계를 어깨에 메고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을 때 얼핏 천하무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솔직히 이 아빠는 죽어가고 있단다. 그래서 너희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략)

매슈의 말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아빠 스스로 얻어낸 거야. 그러니 나의 이야기는 너희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본보기가 아니란다. 무수한 수의 경로 가운데 한 가지 예에 불과해.

너희는 어느 길을 가야 할까? –본문

그 역시도 오랜 시간, 아이들의 곁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웃고 떠드는 일상을 자연스레 생각했지만 앞으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확언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아이들이 그를 통해서 듣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현재 지금의 모습까지를 빠짐없이 담아 놓고 있었는데, 어쩌면 다시 없을 기회가 될 이 한 줄 한 줄의 이야기 안에는 그의 애잔함이 스며들어 있다.

그저 점검 차 들렀던 병원에서 암세포가 너무 많이 이전되어 있기에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이제서야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들을 보내보려 했던 그에게 들려온 이 비보 앞에서 그는 담담하게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먼저 전해주고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유년시절의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휠체어와 안락의자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15년 동안 봤어요.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매일 살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뭐예요?”
 
할머니는 웃지도 대답하지도 않았어. 그저 움직일 수 있는 쪽팔을 들어 주워 벽을 가리켰지. 거실의 사방 벽에는 200개가 넘는 사진 액자가 빼곡히 걸려 있었단다. 할머니의 자식들과 그 모든 결혼식, 서른 명이 넘는 손자들, 그 손자들의 결혼식 그리고 증손자들의 사진까지 말이야. 할머니에게는 편안한 길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고난과 도전의 중압감과 채찍을 견디는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셨던 거지. –본문

그가 보기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던 할머니의 삶은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루 정도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시간이 좋겠지만 무려 15년이 넘는 세월을 그저 우두커니 있어야만 한다니. 도무지 내 것이 될 일 없기를 바라는 그 모습을 오랜 시간 살아오신 할머니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견디는 법을 체득하고 계셨고 그 기저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렇게 어느 새 그 역시도 병원에서 환자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그 순간이 도래했을 때에도 견디기 힘든 일들이 늘어가는 와중에도 냉철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아이들의 엄마인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지, 그가 참전했던 전쟁의 순간 속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아내에게 자신이 잘못했던 것들을 무엇이었는지 등 그가 지내왔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앞으로 그가 볼 수 없을 그 순간들, 그러니까 아이들이 장성해서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그 속에서 또 하나의 가장이 되어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그 순간들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라크에 참전하게 되면서 먹어야만 했던 파리가 가득한 양고기를 마주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그 순간을 지내왔던 법이라든가 엄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달려와 왜 싸우는지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그때 다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강인하면서도 그래서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듯 하다.

너희가 슬퍼할 때나 화가 났을 때, 아빠가 웃겨주던 때를 기억하니? 내가 너희 입을 열려고 애쓰면 너희는 웃음이나 미소가 새어 나오지 않게 입을 꼭꼭 막고는 했지. 너희는 웃지 않으려고 했어. 다들 울게 놔두는 게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구나. 하지만 웃게 놔둘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보렴. –본문

인생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듯, 그의 아이들도 그가 겪었던 마주치지 않길 바라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힘겨운 순간, 그는 언제나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뒤에서 묵묵히 자리하고 싶었을 테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기만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겨질 모든 이들을 위해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더 이상 그의 환한 웃음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의 따스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이들은 물론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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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 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4.09.16~09.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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