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렵지 않아 NFF (New Face of Fiction)
니콜로 암나니티 지음, 윤병언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책을 읽는 내내 세월호 안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들이 떠올랐다. 요즘 애들은 안돼, 버릇이 없어, 라고 혀를 차던 어른들이 말하던 그 아이들이, 못난 어른들의 말을 듣고서는 그 곳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사실들이, 그렇게 어른들의 눈에 보았을 때 눈에 들지 않았던 그 아이들이 실은 너무도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있었고 그리하여 이 어마어마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니까 나쁜 아이들이 아닌 나쁜 어른들이 그들을 옳고 그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며 그들의 잣대에서 아이들을 판가름하고 있었고 그 맥없이 움직이고 있는 잣대 안에서 아이들은 너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미켈레 아미트라노 역시도 다분히 호기심 많고 착한 아이였고, 때로는 동생인 마리아와 투닥거리며 자라는 아이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어른들의 눈에는 문제아로서 낙인이 찍히고 만다. 동생과의 잦은 다툼이나 편식 등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이 숨겨 놓았던, 그러니까 절대 아이들에게는 물론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될 그들의 추악한 진실을 미켈레가 밝혀 냈다는 것에서 그의 호기심은 돌연 문제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던 그날, 미켈레가 꼴등으로 오르지만 않았더라고, 아니 마리아가 발목을 다치지만 않았더라도 미켈레는 여느 평범한 아이처럼 자랐을지 모른다. 부모님들이 일찍 다녀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편식하지 말아라, 동생과 잘 지내라 등의 고리타분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그 이야기를 자라며 자라는, 아홉살의 소년으로 자신의 유년시절을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내기에서 꼴등을 하게된 미켈레에게 내려진 벌은 산 속에 자리하고 있는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집 구석구석을 탐색하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구덩이 속에서 죽었을지 모를 한 아이를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게 된다.

 

 도무지 살아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아이를 구덩이에서 발견하게 된 미켈레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발견한 비밀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가슴에 담고 있다. 그렇게 아홉살 소년이 품고 있는 비밀은 딱 아홉살 소년의 방식들로 하나둘 씩 그 비밀들을 풀어나가게 되고 자신과 동일한 나이의 그 아이가 필립포라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어른들은 물론 그 또래 아이들마저도 멀리하며 미켈레는 그렇게 혼자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살아 있었다. 죽은 사람 시늉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병이 들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괴물일 수도
......
 
늑대인간일 수도
......
 
밤이 되면 아이가 늑대로 변했기 때문에...... 그래서 쇠사슬로 묶어두었던 것이다. 위험할 테니까,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본문

 

 아홉살이라는 그 나이 대이기에 풀어낼 수 있는 순수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미켈레를 보면서 그와 대조적으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추악한 현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더 좋은 삶을 꿈꾸고 있는 평범한 이들처럼 보이던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안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상승할 수 있는 특별한 티켓이 필요했으며 그것이 바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던 조반니 카르두치의 아이인 필립포를 납치 및 감금을 함으로써 그들의 부모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이 끔찍한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을지 언정 그들 스스로는 별일 없이 오늘을 지내고 있엇고 그러면서 그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들의 범죄이자 추악한 본성이 들끓고 있는 필립포라는 현실은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될 금기의 것이었다. 그런 그 금기가 그들의 어린 영혼이자 그들의 분신인 미켈로로부터 드러나게 되자 마침네 어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미켈로에게 말을 듣지 않는 아이라는 명분으로 필립포를 또다시 찾아갈 경우 그 아이가 죽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왜 아이를 돌려주지 않는 걸까? 정신 나간 아이를 데리고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지? 필립포의 어머니는 마음이 아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에 빤히 보이는 일이었다. 텔레비전까지 나와서 얘기를 할 정도인 걸 보면 아들을 굉장히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아이의 귀까지 잘라버리겠다고 하고 있었다. -본문

 

 그렇게 마을에 마을을 떠났던 펠리체 나탈레가 돌아오고 아빠의 손님이라는 세르조 마테리아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된다. 헬기까지 마을을 덮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켈레는 점점 필립포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시 올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어두운 밤길을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난 두렵지 않아'라는 주문을 걸고서 그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었다.

 

 미켈레에게 필립포는 친구였다. 자신이 도와줘야하는, 자신만이 지금 유일한 친구이자 동아줄인 것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필립포는 아이가 아니였다. 그저 돈일 뿐이었다.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이인 미켈레에게 필립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굉금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못 알아봤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제 아들입니다.... 많이 다쳤어요..... 제가 못....."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곳에 아버지가 있었다
.
그리고 그곳에 내가 있었다. -본문

 

 그렇게 마지막이 되고 나서야 어른들은 깨닫게 된다. 자신들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미켈레도 자신의 아들이듯이 필립포도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사실말이다. 그 현실을 자신의 아이인 미켈레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그들은 깨닫게 된다. 자신들이 한 일들이 결국은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고 자신의 삶을 좀먹는 것은 물론 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쁜 아이들은 없다. 나쁜 어른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어른들의 손에 의해서 아이들을 나쁘다, 라고 몰아가는 어른들 만이 존재할 뿐이고 이 소설을 통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보여주어야 할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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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4.05.26~05.2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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