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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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여기 한 여자가 있다. 흑인이면서 아리따운 몸매는 물론 건강한 머리 결을 가진 재니는 누가 보아도 건강미가 넘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이 여인이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가혹한 세상이었으며 특히나 흑인이라는 그녀의 피부 색은 여전히 그녀를 옭아 매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그녀들의 삶이 이토록 꼬여버린 것일까. 그녀의 할머니는 노예해방이 되기 전 노예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으며 그 당시 주인 남자로부터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됨으로써 재니의 어머니인 리피를 낳게 되고 주인마님을 피해 도망쳐 나온 곳에서 자신의 딸인 리피만큼은 가르치고 자신과의 삶과는 다르게 키우고 싶었던 내니의 소망은 학교 선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삶과 또 같은 노선을 걷게 된 리피를 보면서, 그리고 리피에게 남겨진 재니를 보면서 재니 만큼을 자신들과의 삶과 동일한 삶을 보내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혹자를 그럴지 모른다. 내니가 재니의 삶을 이토록 뒤엉키게 만든 것이라고. 나 역시도 내니였다면 그녀를 원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니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큰 세상이자 가장 좋은 세상을 재니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나한테 뭘 해야 할지 명령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도 나는 당신한테 내가 본 것을 전혀 말할 수가 없고요!”

 그건 당신한테는 명령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그가 몹시 성을 내며 대꾸했다. “내가 그러지 않으면 한심한 일이 벌어질거야. 여자들과 아이들, 닭과 암소들에게는 대신 생각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해. 그럼, 분명히 그것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을 몰라.” –본문

어찌되었건 재니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로건은 그녀를 일꾼으로서만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 둘이 관계는 부부라는 동일 선상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닌 상하 관계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재니는 자신의 지금의 삶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그녀의 삶을 변모시켜야 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그녀의 선택은 바로 조 스탁스라는 두 번째 남편이었다. 스스로 시장의 자리에 올랐던 조 스탁스는 자신이 재니에게 시장 부인이라는 지휘를 주었으니 재니는 그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랐으며 그리하여 재니는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그가 만들어 놓은 유리 새장 속에만 살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그가 가진 물건들을 부러워하겠지만 그것을 소유한 남자는 불쌍하게 여길 것이다. 그가 판단하는 자리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데이브와 럼과 짐 같은 변변치 못한 인간들조차 그와 자리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힘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그 무엇으로 변명이 될 수 있겠는가? 열예닐곱 살 건방진 풋내기들조차 입으로는 겸손하게 말하면서 눈으로는 그에게 가차 없이 동정하는 눈빛을 보낼 것이다. –본문

그렇게 자신의 새장을 나와서 그녀는 티 케이크와 그녀 스스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문제는 나로서는 이 티 케이크 조차도 그다지 성에 차지 않는 남자이긴 했지만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와는 관계없이 재니 자체가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에서 그녀 스스로도 가장 나은 삶을 살았던 셈이었다. 물론 그녀의 행복은 태풍 속에서 아스라히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재니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 그녀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내니를 지나 리피를 건너 재니에게 오기까지 그녀들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걸렸는지에 대해 보노라면, 지금의 나의 삶을 누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있었을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련해 진다.

*한우리카페 서평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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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시간> / 파비오 볼로저

 

 

 

독서 기간 : 2014.03.29~03.3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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