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이세현 옮김 / 새잎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한 가족의 가장이었던, 다분히 평범했던 그가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예로서의 삶을 살다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편의 소설인가보다, 했다. 실제라고는 믿을 수 없었던 이 이야기가 이 책의 저자인 솔로몬 노섭이 직접 겪은 이야기이며 자유인이었던 그가 노예로서의 삶을 살다가 겨우 구조되었던 이야기를 닮고 있다는 것을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면서 비참하리만큼 운이 없었던 한 인간의 가혹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를 둘러싼 수 많은 우리들의 이기심과 물질에만 젖어있기에 참혹한 인간 군상을 마주할 수 있다.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그 틈을 타서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떠난 여정 속에서 친절하기 그지 없었던 메릴 브라운, 아브람 해밀턴과 함께하는 순간 이미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비단 그가 운 좋게 이 악의 구렁텅이를 넘어섰다 한들 제 2, 3의 솔로몬 노섭, 아니 플랫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당시의 지배층에게 있어서 노예는 인간이 아닌 하나의 사유물이자 재산이었고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줄 합당한 노동력이기에 납치를 가장한 노예 매매는 물밑에서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노예제도가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대부분의 노예의 주인들은 악덕하기 그지 없는 인물들이었다. 몇 백에서 몇 천 달러를 주고 사온 노예들에게 그 주인들은 그에 합당한, 아니 동일한 인간에게 그렇게 가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무자비한 노동 착취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노예에게 지급되는 것은 일주일치의 옥수수와 베이컨이 전부였는데 제대로 된 조리 도구도 없었기에 조롱박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그릇이 되기도 하고 보관하는 보관도구로 쓰기도 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 인간의 삶이 이토록 비참해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프리먼의 신상품을 보러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프리먼은 우리의 장점과 특기에 대해 한참 동안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고 우리에게 고개를 똑바로 들고 앞뒤로 빠르게 걸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는 동안 손님들은 우리의 손, , 몸을 여기저기 만져보거나, 한 바퀴 돌아보라고 하거나, 잘하는 일이 뭔지 물었다. 마치 말을 검사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게 하고 치아의 상태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문

 이 노예제도에 젖어 있던 주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자유인이 아닌 노예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온 이들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노예의 주인들은 자신들이 내두르는 채찍과 그들에게 내리는 형벌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 노예를 사들였으니 이 노예를 살리든 죽이든 그 자유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에게 있어서 노예는 인간이 아닌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내가 아는 한 이 근방에서 살아서 도망친 노예는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수영을 배우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물살이 험한 강을 건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을 피해서는 그다지 멀리 도망갈 수 없었다. 결국 강물에 빠져 죽거나 사냥개에게 따라 잡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본문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십 명의 노예들의 이름보다도 그들을 소유하고 있던 몇 몇의 주인들이 오래도록 머리 속에 남아있다. 물론 윌리엄 포드나 피터 태너와 같이 이른바 좋은 주인들도 있었지만 그가 만났던 대다수의 주인들은 포악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아스라히 사라져야만 했던, 노예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수 많은 이들은 과연 편안히 잠들어 있을까. 일라이저로 태어나 아이들을 모두 빼앗기고 드레이드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아련해 지고 주인 부인의 쓸데 없는 질투로 인해 이유 없이 매를 맞아야 했던 패치를 보노라면 노예의 삶을 가혹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인간들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그를 노예로서 잃었다며 분개하는 이들을 보면서 이 근거 없는 당당함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라며 분노가 들끓게 된다. 우리와 동일한 인간이자 누군가에게는 부모이며, 또 누군가의 자식이자 형제자매인 그들에게, 노예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그들의 인생을 물론 삶과 죽음까지도 쥐락펴락 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이기심이자 인간의 인권마저 유린한 범죄였음에도 어찌 그들은 그토록 당당할 수 있는 것인지. 모든 인간에게는 태어나는 순간 보장되어야 하는 그들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누구도 타인의 삶을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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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들 / 장미정저

 

 

독서 기간 : 2014.02.08~02.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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