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내게로 왔다 내게로 왔다 시리즈
김윤희 지음 / 책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기는 이미 다녀온 지인들에게서 때로는 책을 통해서도 몇 번 마주해 본적이 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들은 것들이 있기에 이미 이탈리아가 친숙한 느낌마저 드는 것을 보면 그 동안 이래저래 이탈리아에 대한 귀 동양이 꽤나 쌓였다고 믿어왔다.

다양한 여행에 관한 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에 관광이 진정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담은 이 책 속의 저자는 10여 년의 시간 동안을 틈틈이 여행을 해 온, 이탈리아에 푹 빠져 있으며 속속들이 그 곳을 공부하고 탐험하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이탈리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내 스스로에게 또 다른 이탈리아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는 말처럼, '이탈리아' 하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두오모를 떠올리고 바티칸 박물관이나 나폴리 정도를 떠올리는 것이 전부였다면 여행전문가도 아니요 유럽이나 세계사에 혜박한 지식을 가지지도 못한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결합된 지식이 가득한, 살아있는 지도와 같은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항구로 불리는 나폴리를 방문한 그녀의 발걸음을 쫓다 보면 책 가득 바다 향기가 가득 내뿜는 듯한 느낌이지만 실제로 그곳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현지의 상황 때문에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고 지저분하고 분주한 나폴리는 무언가 생각했던 느낌의 것이 아닌 듯 했지만 마르케리타 피자의 원조인 브란디에서 피자 한 조각을 베어 문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 모든 것들이 눈 녹듯 사그러드는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어디를 가나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곳이 나폴리다. 이곳에 왔으니 꼭 마르게리타 피자와 이탈리아 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브란디 피제리아를 찾아간다.

브린다는 마르게리타 피자가 처음으로 탄생한 곳이다. 한마디로 마르게리타 피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본문

. 언제나 동경의 도시이며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것만 같은 그 곳에서도 아픔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저 아픔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사람을 경건하게 만드는 곳이었는데 바로 '마테라' 였는데 실은 이런 곳이 존재하는 지도 알지 못했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배경이 되었다는 곳인데 그림 속에 보이는 곳이 석화암 동굴로 만들어진 집이라고 한다. 동굴을 파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곳을 '사씨'라고 하는데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무언가 느낌이 있을 것만 같은 이 곳이 실제로 보면 거대한 뼈 무덤과 같은 느낌이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부로 들어가 본 사씨의 주택은 석회암에 입구를 뚫고 들어가 주거 공간과 돔 형식의 둥근 천장을 파낸 구조였다. 작은 공간에는 밥을 해 먹던 화덕과 침대, 벽면을 파내 선반으로 쓰던 흔적들, 벽에 주렁주렁 매달린 도구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지플 깔고 가축을 키우던 우리와 용변을 해결하던 변기까지, 원룸 형태의 주거 공간에 모두 공존하고 있다. 사씨의 사람들은 이 안에서 먹고 자고 용변을 보고 가축까지 키우며 생활을 해온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건 최근까지 이런 곳에서 사람이 생활을 했으며, 아직까지 이런 환경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본문

 

그저 관광이었다면 아마 나는 이곳에서 바쁘게 셔터를 누르고 생경한 모습들을 카메라와 눈에 담기 바빴을 것이다. 영화를 촬영했다는 곳이라는 사실만을 인지한 채 이 곳에 다녀 갔다는 인증샷을 남기기에만 급급했을 이 곳에서 저자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겉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실제의 모습을 인지하고 가슴으로 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하고 새로운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에서 바라보게 된 아련한 과거와 현실을 보면서,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는 것은 내가 있던 곳에서의 탈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얼마나 감사한 곳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겸허히 배우게 된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았을 이름 모를 그들을 보면서 이 곳에서 그저 편안히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 내가 새삼 부끄럽게도 느껴진다.

일명 동화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알메로 벨로는 아담하면서도 독특한 모습을 한 마을이었는데 마치 작은 초코송이들이 모여있는 모습 같았다. 원통 모양의 벽 위에 원뿔이나 둥근 모양의 지붕이 올려져 있는 형태였는데 이 집이 바로 '트룰리'라고 한다.

지붕 위에 새겨져 있는 그림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들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트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만의 공간 안에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트룰리 건축의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주거지에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세금 징수인이 올때 쉽게 허물 수 있는 구조로 지어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쉽게 철거하기 위한 구조로 지어진 가옥이 수세기 동안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본문

 

피사의 사탑을 지나 두오모를 건너 피렌체와 우피치 미술관을 돌며 이 도시 안에 녹아있는 수 많은 명장들이 남기고 간 시간들을 이토록 깊숙이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겼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곳곳의 사진들이 선명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는 점과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사진이 묻혀버린 것들이 많아서 뚜렷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 위에 도시를 세우고, 산꼭대기에 요새를 쌓고, 바위를 뚫어 도시를 만든 사람들, 인간은 고대로부터 쉼 없이 창조하며 오늘을 만들어 냈다. 성공한 시대는 업적을 남겨 후대에 본을 보이고 실패한 시대는 후대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어느 한 시대도 헛된 역사는 없었다. -본문

 

그럼에도 그저 투어를 위한 내용들이 아닌 이탈리아 곳곳에 담겨 있는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언젠가 이탈리아를 바라 볼 때면 그저 아름답다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역사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행복한 여행을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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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기행 / 정태남저

 

독서 기간 : 2014.01.09~01.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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