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무언가 억압받았을 때 오히려 더 하고 싶다는 반항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유를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그리하여 '금서의 역사'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은 왠지 신비스러워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퍼뜨리기 위해서 일부러 '손대지 마시오'라는 표지판과 철망을 치고서는 감시를 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은 본능과 같은 욕망은 금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금서'라면 정치적인 목적이라든가 기득권 층이 감추고 싶은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방패막과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문서화 되어 있는 것을 막는 행위. 어찌되었건 흔적을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의 유통을 금지화 시키는 이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란 말인가.

카톨릭교회는 수백 년 동안 비판적인 서적을 모두 금지하고 분서함으로써 오로지 자신들만의 성스러움을 주장하려 했다. 가톨릭 금서목록은 1966년에야 비로소 폐지되었다. 그와 동시에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 헝가리, 네덜란드와 같은 카톨릭계 군주 왕조들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며 권력 유지를 위해 교회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 했다. -본문

책이 완성 된 이후 그 파장 때문에 금서로 지정된 것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책으로 탄생하기 이전에 저자의 개인적인 바람이나 혹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식에 젖어 영원히 세상에 잠들 뻔한 책들도 꽤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그런 책 중 하나였고 로리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뻔한 소설이었다. 물론 발간 된 이후도 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서부 옴스크 감옥에서 살인자, 패륜아, 강도들의 집단 속에서 복역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이 바로 그 세월에 나은 가장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중략) 차르의 구금은 전적으로 도스토옙스키에게 '순화'로 작용했다. 그전에도 도스토옙스키는 근본적인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위해 앞장섰다. -본문

지금 되돌아 보면 잘 이해되지 않던 통금이 있던 시대가 여성들의 미니스커트 길이를 단속하고, 장발을 잡아들였던 예전의 우리 과거와 마찬가지고 당시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관장하면서 이것이 옳다, 그르다, 라는 잣대로 판단하기 마련인 듯하다.

금서라는 금기를 마주하면서 보게 된 새로운 사실들은,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이유들을 마주하면서 책 속에 숨겨진 비밀들과 그 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한 듯 하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나에게는 미봉책으로 남겨졌을 진실들이었을 것이다. 숨기려 하면 할 수록 그것들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

 

아르's 추천목록

 

서양 금서의 문화사 / 주명철저

 

 

독서 기간 : 2013.11.26~11.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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