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말 - 사회를 깨우고 사람을 응원하는
루쉰 지음, 허유영 옮김 / 예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아마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이 책을 읽었다면 그저 딱딱한, 재미없는 책으로만 생각하고 덮어버렸을지 모르겠다. 단 세 권의 책을 남겼다는 루쉰이, 한때는 의학을 배우기 위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던 그가, 수업 시간의 몇 장의 사진을 보고서는 중국인들의 몸을 고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 혁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중국인들의 몽매함을 일깨우고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메스가 아닌 펜으로 중국인의 열등한 근성을 해부하고 치료하기 위해 신랄한 글을 쓴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란 옛 것에 안주하는 중국인들의 향한 공격이자 일깨운 것이었다. 한치의 위로나 연민 따위는 없었다. -본문

 

자국민이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의학 대신 문학으로의 전향을 선택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나는 동일한 순간에도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란 생각이 든다.

현재 중국의 민심에는

불평과 분노, 원한이 너무 많다.

불평은 변화의 도화선이 되지만

반드시 먼저 자신을 변화시킨 후에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개조해야 한다.

단지 불평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분노와 원한은

거의 아무런 쓸모가 없다. -본문

 

모든 것을 다 가진 한 남자가 자신의 탄탄대로였던 미래를 놓아두고 그는 자신의 길을 두고서 철저히 다른 길로의 우회를 택한다. 휘청거리며 흔들리고 있는 대중들을 보면서 그보다 더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에 있는 자국을 위해 촌철살인과 같은 말을 던지고 있는 그는, 그의 깊은 통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경건한 마음마저 들곤 한다.

 

'성공한 제왕'

사람을 죽일 때도 비밀스럽지 않다.

그들에게 유일하게 비밀스러운 일은 자기 처첩들과 시시덕거리는 것뿐이다.

그러다가 실패가 임박하면

비밀이 늘어나서

그들의 재산 목록과 그것들을 보관해 놓은

장소가 비밀이 되고

그다음에는

세 번째 비밀이 생긴다

바로

비밀스럽게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본문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뜨끔하게 하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저 몇 마디의 문장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문장이 아닌 뾰족한 창 모양을 한 글인 듯 하다. 읽는 순간마다 혹시나 내가 지금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지금의 내 모습을 재정비하게 만드는 그는 그가 남긴 글 하나하나에 그가 전향했던 삶의 목표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듯 하다.

이 단문의 이야기들 만으로도 타인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의 장문들을 마주하면 또 다른 세상으로의 통로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단문으로 그와의 만남을 끝나기에는 문장 속의 이야기들의 여운이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아르's 추천목록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저

 

 

 

독서 기간 : 2013.11.01~11.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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