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 어느 날 펼쳐본 사랑에 관한 기억
김현희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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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저자의 양력을 읽으면서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책, 왠지 나의 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별로 길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연애만 20년 째이며, 이 정도면 연애의 달인이 될만도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고 그리하여 여전히 연애 소설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가 책을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서로를 알고 있듯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은 사랑이 지나가는 시간, 즉 이별을 마주한 우리와 사랑이 다가오는 시간,이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어찌되었건 사랑을 시작하는 그 단계가 있은 이후 이별이라는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순서라면 순서겠지만 그녀는 사랑이 지나가는 그 시간을 먼저 앞에 두고 있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그 과정 속에서 가장 격정적인 사건은 이별일테고, 그 이별은 누군가와의 사랑의 죽음을 선언 하는 행위이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위한 시초가 되니 사랑의 생과 사를 마주하고 있는 특별함 때문에 먼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인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 자신을 혼자 내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본문

 

 

사랑이 끝이 나려는 그 불안한 순간의 목도하는 것은 언제라도 편치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에 그런 어둠의 장막은 피하고 싶지만 언제나 둘이라는 숫자 속에서 일심동체는 사랑의 시작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든다.

 

수 많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늘 그렇듯이 '사랑'이 존재한다. 아마 사랑은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늘 함께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사랑이나 어긋나는 시간과 공간의 틀은 옛날이나 현재나 변함은 없지만 우리는 그 틀에박힌 그 시나리오에 열광하고 또 그것에 빠져들곤 한다. 다 알아, 라고 하기에는 매번 새로운 듯 하고 이제는 익숙해질만 하면 권태라는 이름으로 드리우는. 내가 당신이 아니고 당신이 내가 아닌 이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고전이나 현대소설이나 변함없이 등장하고 있었다.

 

기억과 사랑 중 어느 것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이 기억하는 나,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의 공감대는 다르다. 분명 같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각자 따로 흐른다. -본문

 

각 소설마다 그녀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어느새 는 소설과 그녀의 이야기 모두 공감하며 끄덕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도 있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내 주변에서 보았던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있고 그 소설은 다시 현실에서 그녀와 나의 조우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이별이란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러한 글들을 읽을때 밀려드는서글픔. 이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아픔이라는 두 글자로는 모자란 통렬함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픈 것이 나의 연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상대방에 대한 진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이별은 원래 그런 것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이가 생각처럼 밝지만은 않았다. 그저 마냥 좋아한다는 감정이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불나방과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기에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환상 속의 달콤함만 쫒으며 서성이기에는 너무 커 버린, 그리하여 백마탕 왕자나 평강공주가 아닌 나와 닮은 평범한 사람을 찾게 되나 보다.

 

누군가 이상형을 묻는다면 꼭 이렇게 말해야겠다. 밥을 함께 맛있게 먹을 사람. 맛있는 거 먹을때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은 어느 밤 오목한 그릇을 따뜻하게 데워 고슬고슬한 밥 위에 속이 포실한 돈가스와 노란 계란을 푼 가츠오부시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주리라. -본문

 

마지막까지도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내 고개는 끄덕이게 된다. 과거형에 묻힌 이야기도 있고 현재 지금 진행중인 모습도 있고, 언젠가 미래에 내 앞에 마주하게 될 그 모든 것들이 책 안에 활자가 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지금의 감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해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한들 그때도 여전히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쫓고 있을 테니 말이다.

 

너무 많은 연애 횟수가 아닌 그만큼 많은 것들을 몸소 느끼고 그 안에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나는 그녀의 연애가 오랜 동안 지속되길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모라 켈리, 잭 머니건저

독서 기간 : 2013.10.19~10.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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