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그녀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 라는 말이다. 15살에 자신의 꿈을 위해 뉴욕으로 당당히 입성했다는, 그 한 줄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나는 그 때 어색하기만 한 교복을 입고 무엇을 하고 있었나, 와 함께 오버랩 되어 지금의 나를 멍하니 바라보게 한다. 이제 20대 중반을 지난 그녀는 이미 2권의 책을 냈으며 자신의 이름 앞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을 안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조금 더 치기 어린 나이에 접했다면, 나는 그녀를 그저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란 화초와 같은 삶 덕분에 그녀와 내가 이토록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툴툴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는 지나 온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그럴 여력 조차 없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에게 과연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지내왔던 시간이 있었는가에 대해 먼저 자문하게 된다. 내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가능성과 만남들, 기회와 선택들이 버거울 때도 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있는 이 젊음이 버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본문 그녀가 15살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내 딛고 있을 때에 나는 아이들과 수다 떨고 복도를 누비며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또 되묻고 있는 동안 나는 앞에 놓여진 고개들만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넘어갈지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주어진 것들만, 남들이 하는 대로만 유유히 그 틈에 끼어 지나오면서 그 순간순간만을 지나오려 했던 나는 적당한 성적으로 수능을 치르고 서울에 있는 적당한 대학으로 들어와 적당한 회사에서 오늘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나의 20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내왔는가에 대해 자문해보면, 글쎄. 그런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다. 한 사람의 인생을 80년이라고 어림잡는다면 사실 1년이란 시간이 뭐가 그리 긴 시간일까. 1년이란 시간은 고작 짧은 네 번의 계절을 견뎌내는 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변화가 난무하는 지난 몇 년의 시간을 보낸 지금, 그 1년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또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본문 언제나 정해진 틀 안에서, 그 암흑과도 같은 시기를 지나 오기만을 간절히 고대했던 나와는 너무나 다른 생각을 안고 있었다. 나이를 둘째 치고라도 나는 왜 한 번도 무언가를 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적이 없었던 것일까. 셔터를 누르는 순간 자신이 안고 있는 모든 것이 사진에 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빠른 시간 안에 어른들의 세계에 입성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녀에게 너무 빠른 속력의 마차에서 잠시 내려 그녀 자신을 돌아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내가 스스로 내 삶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니, 배의 돛대를 움직이듯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순간순간마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 있었다. 언제나 내가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그 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에 가장 충실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본문 이 책을 보는 내내 그녀의 삶에 대한 동경과 그만큼의 질투만을 안고 봤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지나온 나의 나날에 대해서 자조와 푸념을 더하면서 책을 볼 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어쩜 이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 나도 앞으론 이런 마음으로 지내봐야겠구나, 라는 그런 겸허한 마음이 일게 된다. 화려해 보이는 그녀의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 지금 그녀가 이 화려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지한 덕일 게다. 다음에 만날 그녀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 때는 일방적인 동경이 아닌 나의 성장도 함께 견주어 볼 수 있도록, 나의 30대를 위한 계획은 세워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