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1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프랑스 혁명으로 개인들의 자유와 평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심오한 의미보다도 여전히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한 여인의 모습에, 솔직히 이실직고 하자면 여인의 모습보다도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오던 그녀의 모습만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작은 요정으로 불렸던 그녀가 루이 16세와 결혼을 통해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지만 그녀의 허영과 사치는 결국 그녀를 단두대로 몰고 갔다는 이야기에, 프랑스 혁명하면 내게 떠오르는 것은 그녀의 죽음이 먼저였다.

 그러던 와중 얼마 전 본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의 배경이 프랑스의 6월 항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는 성공하지 못한 항쟁이었지만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발발했다는 이 항쟁 만으로도 그들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펄럭거리는 그들의 국기는 단지 한 나라의 국기가 아닌 개개인의 자유와 평화를 얻기 위한 모두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2권의 책은 받아 든 순간부터 묵직하니 다가온다. , 이건 또 언제 다 읽는담, 하며 푸념과 함께 시작된 책 읽기는 생각보다 쉬운 문체 덕분인지 꽤나 속도를 내며 넘어간다.

 그는 왕이었다.

 그의 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인간들이 아니었다. 오직 신만이 그럴 권한이 있었다.

 그는 왕이었다. 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신성모독이었다.

 그는 스스로 옷을 벗고, 셔츠 깃을 풀었다. 흰색 멘턴 천으로 된 수수한 조끼만을 남겼다. –본문

 루이 몇 세, 라고 칭해지는 그들 나름대로의 호칭이 내겐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되려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인가? 라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유추해 보자면 그녀가 루이 16세보다 더 유명한 것은 아마도 루이 16세의 왕권이 제대로 다져지기 전에 급하게 왕위를 물려받았고 이 때문에 왕권의 근간이 흔들렸으며 덕분에 어린 왕은 왕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왕인 루이 16세 보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초점이 맞춰친 듯 하다.

 왕으로서 가지게 되는 모든 결정권. 인간을 뛰어넘은 신으로의 위치에 있는 그가, 결국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보면 얼마나 이 혁명이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 다시 실감하게 된다. 

 루이 15세인 할아버지 이후 루이 16세였던 그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루이 16세로 왕권을 계승 받았다면, 그 당시 발생했던 이러한 혼란이 가중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까지나 만약, 이라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만약 겉모습만을 본다면, 자연에게 모든 걸 거절당하신 것 같습니다. 왕자의 몸가짐이나 언변을 볼 때 생각은 아주 꽉 막혔으며 모습은 추하고 감수성마저 전혀 없는 듯할 뿐입니다. 루이가 열 다섯 살 되던 1769, 오스트리아 대사가 쓴 내용이다. –본문

타국의 대사의 기록으로 말미암아 당시 그의 성격이며 주변의 시선들이 어떠했는지 고스란히 알 수 잇는 대목이다. 소심하면서도 나약하게만 보이던 그에게 갑자기 주어진 왕의 자리. 그는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도망치고 싶었을 게다. 왕위라는 신이 내린 자리는 그에게 짐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가 할 수 있었던 최후의 선택은 사냥을 마음껏 하며 그의 정신의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베르사유 궁전으로의 입성이었다. 일전에 듣기로는 루이 16세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지어준 궁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보면 루이 16세에게 더욱 필요했던 공간으로 보인다.

 나약한 왕과 끊이지 않는 스캔들과 배고픔으로 인한 폭동이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백성들은 왕을 칭송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순간 단절 될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믿었기에 백성들은 투정 어린 눈으로 왕가를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존재에 대해 신뢰하고 있었다.

 루이가 1786 6월 셰르부르의 왕립 함대를 방문하러 갔을 때, 그는 여행 내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사람들이 그의 무릎을 꿇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선한 왕을 뵙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제 무엇도 바라지 않습니다.” –본문

모든 것들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고 삐그덕 거리는 찰나 어느 새 선한 왕을 뵙는다며 찬양하던 백성들은 점차 왕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각 계층별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권력층의 모습에 그들은 점차 자신들의 주장을 외침에서 반란으로, 폭동으로 소요로,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500만 명의 목소리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국가와 국왕이 한목소리로 모든 계몽사상을 경합을 요구하지만, 소위 인기 있는 한 대신이 감히 뻔뻔스럽게 우리 생각을 봉인하려 하며, 거짓의 유통을 장려하려 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여러분!” –본문

그렇게 한 번 물꼬가 트인 자유와 평등으로의 외침은 제 3신분 대표자들과 시민들이 가세하여 왕에게 도전을 하게 된다. 조각상들이 부서지고 왕이라는 글자에 망치로 부시기를 시작한 그들은 결국은 자신들의 왕이었던, 그러니까 자신들의 신이자 모든 것이었던 루이 16세를 일개 백성으로 추락시키고 그를 기요틴 위로 세우게 된다

백성들이여, 나는 죄 없이 죽소, 나는 용서하오…. 를 남기고 사라진 루이 16. 막으려 하면 할수록 커져만 가던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기요틴 위에서 마감해야 했던 그는 과연 아무 잘 못이 없었을까.

 

아르's 추천목록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저


 

 

 

독서 기간 : 2013.07.26~07.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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