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Story - 역사라고 불리는 그들만의 이야기
닉 테일러 지음, 엄연수 옮김 / 글과생각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얼핏 보아서는 History를 말하는 것만 같은 His-story라는 이 책은 남성들에 의해서 세상이 점령되었던 태초의 시간부터 현재까지, 모든 시간을 망라하여 남성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모습들에 대해서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얼마 전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라는 책을 읽으면서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면, 이 책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체증까지 뒤집어 다시 한 번 속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사실 초반에만 해도 이렇게까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인가? 라는 반감이 들었다. 종교 뿐만이 아니라 역사나 문화 모든 것들에서 숨어있는 성적 차별적인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이미 내가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모든 것이 남성들에 의해서만 좌지우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버린 세상이 맞는 건지, 이게 진정 진실이자 사실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것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는 현상이며 여전히 내게 남겨진 물음표이기도 하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만든 아담의 존재와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는 이브의 이야기부터 시작으로 하여 His-story의 기원을 찾아간다.아담의 갈비뼈로 인해 만들어진 이브는 아담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근간을 만들어주었으며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죄를 지은 이브는 그로 인하여 악한, 마녀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다.

히즈스토리의 시작에서 맴도는 성서의 영향은, 남신이 아담을 진흙으로 빚었다는 것은 곧 우리를 먹여 살리는 땅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그가 배꼽 없이 태어났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수천 년 동안 서구 세계관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기본 전제다. (중략) 우리의 창조론에는 악마라 욕을 먹는 이브가 있고,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나 여성의 몸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의 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아담이 있다. 하지만 대 자연 어머니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남성들의 입이다. -본문

이러한 남성들의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순간에도 지배하게 되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문자를 쓰고 읽고 말하는 것에는 모두 남성적인 뇌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오른쪽 right 가 옳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왼손은 악마의 손이기에 모든 것을 오른손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 속에는 남성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남자들의 속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 이야기에 아! 그랬구나, 라며 박수 치며 환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라고 나누어 이야기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남녀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찌되었건 저자는 이 내용을 차용하여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아이를 임신했을 경우 낙태 수술을 하거나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버려지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현재는 이러한 일들이 불법으로 되어 임신했을 경우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도 만삭이 다 되었을 때나 전해진다고는 하나, 이미 자행된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남녀 성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니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되었던 일이며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문제들이었다. 남성에 대한 변하지 않는 갈망은 아마도 다음 세대로의 이전을 위해서는 풀어야만 하는 인류의 문제였기에 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고는 하나, 정도의 지나침은 언제나 그 집착에 따른 폐해를 몰고 오는 법이다.

"여자애들은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부츠를 신어도 돼. 왜냐면 남자애가 되는 것은 괜찮으니까..... 그러나 남자애가 여자애처럼 보이면 신분이 낮아져. 너도 여자애를 비하하잖아." -본문

한 권 내내 His-story에 대한 이야기와 그 주장만이 이어졌다면 악! 소리를 내며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기도 하고 독단적인 내용들도 있기에 목에 턱 걸려버린 가시처럼 따끔따끔하기에 쉬이 이해하기는 어렵기도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동물을 집중적으로 기르고,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동물은 집중적으로 몰살시키며,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존중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것은, 또 다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일 뿐이다. -본문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 즉 어느 동물은 선하고 악하다고 인간 나름대로 판단해서 결정해버리는 인간의 독단적인 행태에 대한 고발이나 모든 역설 속에서도 아이와 같이 뛰어 놀 수 있는 용기들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책을 덮은 이후에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실체들 덕분에 골머리가 아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기 보다는 이러한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 라는 것만 배워가려 한다. 저자가 말한 것들을 고스란히 답습하기에는 아직 나의 수준이 너무도 부족하기에 이러한 책을 읽었다는 것에 만족하련다.

아르's 추천목록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 올리비아 가잘레저

독서 기간 : 2013.07.24 ~ 07.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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