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을 다닐 때 몇 번 그려봤던 ‘구’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빛이 들어오는 곳에 하이라이트가 생기며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드리우는 이 평범한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가 데생하면서 어렵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만년필에서 역시 해칭이라는 기법으로 해서 하나의 구를 표현하게 된다.
잉크는 색 조절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선으로만 표현이 가능하다. 굵기에 변화를 주거나 두 개 이상의 선을 겹치거나 선의 간격을 좁히거나 넓혀서 그러데이션을 표현한다.
선을 평행하게 연이어 긋는 것을 ‘해칭’이라고 한다. 해칭을 엇갈리게 겹쳐서 표현하는 것은 ‘크로스 해칭’이라고 한다 –본문
밑 그림을 만년필로 그렸다면, 그리고 해칭 위에 채색을 하는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어떠한 물감을 쓰면 좋을지, 가격적인 면에서부터 추천해주고 있는데 사실 그림에 문외한이라 물감의 가격에 따른 질의 차이를 잘 모르지만, 그가 말하기를 좋은 물감으로 작업을 하면 한 번에 끝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너무 값싼 물감보다는 괜찮은 것을 구입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붓 역시도 몇 천 원짜리가 아닌 6호짜리 제대로 된 붓 하나를 구매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숙련된 저자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지만 초보인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이야, 라고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초보인 시절이 있기에 일단 시작을 하고 꾸준히 해볼 것은 권고하고 있다. 마냥 바라만 보며 잘 그리는 자들만 부러워할 것이 아닌 당장이라고 만년필 한 자루 구매해서 연습을 해봐야겠다. 구석에 놓여있던 팔레트와 붓도 오랜만에 써 봐야겠다는 유혹이 넘실거린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나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나의 일은 당신의 능력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그림의 80퍼센트는 방정식입니다. 현재 당신이 빠져 있는 미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당신에게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향상심과 근면함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반드시 실력이 늘 것입니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