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로 그림 그리기 - 나만의 러브 레터에서 전문 일러스트까지
후루야마 고이치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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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막연한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동일한 하얀 도화지를 받아 들고서 그들이 그린 그림은 내가 그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 투영되어 있다.

 미술 학원을 몇 개월 다닌 것이 전부인 나에게 있어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만년필을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기에 이 책이 나에게는 그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같이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을 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년필이 없으면 일단 펜으로라도 먼저 연습해 봐야겠다, 라는 심정으로 하나씩 염탐해 가기 시작했다.

 만년필, 하면 왠지 성공의 아이콘이자 어른이 되었다는 증표인 것만 같다. 친구들 중에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는 이들이 있었는데 직장이 들어오면서 만년필로 결제하시는 상사를 보면 자못 또 그 그립감은 어떠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보통 만년필을 보면 글을 쓰다, 라는 것이 어울린 것만 같은데 저자는 만년필을 글을 쓰는 것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이용해 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는데 내 스스로의 잣대로 인해 못 그린다는 한계에 부딪쳐 움츠러들지 말고 무조건 그려보자! 라고 독려하고 있다.

 옛날에는 낙서라는 것을 자주 했다. 지금도 회의 때 노트 한 구석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런저런 것을 긁적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그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본문

 컴퓨터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손으로 글을 쓰거나 끄적거리는 것도 거의 없어진 듯 하다. 학생 때는 필기도 곧잘 하고 틈틈이 낙서도 하고 했었는데 요새는 써야 할 것이 생기면 카메라로 찍고 스캔을 하고 복사를 하는 방법을 택하기에 손에 무언가를 쥐는 것 자체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나에게 그는 만년필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주고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만년필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나 저자는 철저히 초보자의 관점에서부터 만년필을 소개하고 있기에 같은 펜이라고 해도 필기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점, 만년필 사용 시 유의해야 하는 점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년필이 어떻게 개발이 된 것인지, 만년필을 쓰기에 좋은 종이가 어떠한 것인지, 그러니까 만약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면 채색을 할 경우 요철이 있을 경우 더욱 다양한 느낌을 연출 할 수 있다는 정말 만년필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내용들을 가득 담아 놓고 있다.

 미술학원을 다닐 때 몇 번 그려봤던 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빛이 들어오는 곳에 하이라이트가 생기며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드리우는 이 평범한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가 데생하면서 어렵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만년필에서 역시 해칭이라는 기법으로 해서 하나의 구를 표현하게 된다.

 잉크는 색 조절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선으로만 표현이 가능하다. 굵기에 변화를 주거나 두 개 이상의 선을 겹치거나 선의 간격을 좁히거나 넓혀서 그러데이션을 표현한다.

 선을 평행하게 연이어 긋는 것을 해칭이라고 한다. 해칭을 엇갈리게 겹쳐서 표현하는 것은 크로스 해칭이라고 한다 본문

밑 그림을 만년필로 그렸다면, 그리고 해칭 위에 채색을 하는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어떠한 물감을 쓰면 좋을지, 가격적인 면에서부터 추천해주고 있는데 사실 그림에 문외한이라 물감의 가격에 따른 질의 차이를 잘 모르지만, 그가 말하기를 좋은 물감으로 작업을 하면 한 번에 끝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너무 값싼 물감보다는 괜찮은 것을 구입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붓 역시도 몇 천 원짜리가 아닌 6호짜리 제대로 된 붓 하나를 구매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숙련된 저자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지만 초보인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이야, 라고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초보인 시절이 있기에 일단 시작을 하고 꾸준히 해볼 것은 권고하고 있다. 마냥 바라만 보며 잘 그리는 자들만 부러워할 것이 아닌 당장이라고 만년필 한 자루 구매해서 연습을 해봐야겠다. 구석에 놓여있던 팔레트와 붓도 오랜만에 써 봐야겠다는 유혹이 넘실거린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나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나의 일은 당신의 능력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그림의 80퍼센트는 방정식입니다. 현재 당신이 빠져 있는 미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당신에게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향상심과 근면함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반드시 실력이 늘 것입니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펜 일러스트 / 장성은, 박지연저

 

 

 

독서 기간 : 2013.07.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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