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세 가지 실수
체탄 바갓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퀘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인도를 다녀오고 나서야 인도가 영화 대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그들의 영화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인도 영화, 라고 하면 왠지 우리와는 동떨어지면서 쉬이 공감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은연 중에 깔려 있는 편견 때문에도 먼저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인도의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찰나, 주변 지인들이 추천해준 영화가 두 편 있었으니 바로 블랙과 세 얼간이었다. 두 편 다 개봉했던 시일을 놓쳐서 극장에서 볼 수 없었는데, 보고나니 인도가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나 그들이 사는 모습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보는 내내 펑펑 울면서 봤던 블랙, 초반의 장난 어린 웃음과는 달리 중후반이 지날수록 치열함 속에서 점차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발버둥 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어느 새 나의 모습을 되새겨 보게 되었다.

그토록 재미있게 봤던 세 얼간이의 저자인 체탄 바갓의 신작 소설인 내 인생의 세가지 실수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당연히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 생각 들어 읽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이메일 한 통. 그 이메일 속 사연의 주인공은 자살을 결심하고 저자인 체탄 바갓에게 자신의 막막함을 전달해 보려 한다. 그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데 갑작스레 누군가 나에게 이러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온 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잘못 보냈겠지, 아니면 설마 정말 자살을 감행 할까? 하면서 돌아서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인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비행기를 타고 나서 이메일 속 주인공을 만나러 가게 된다. 그로 인해 이 이야기는 지금 나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는 주인공인 고빈드로 하여금 세 가지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잘 듣게. 자네는 자살하기 전에 나한테 마지막 메일을 보냈네. 나를 어느 정도까지 믿는다는 뜻이 아니었나? 그래서 자네 메일을 보고는 몇 시간 만에 자네가 있는 곳을 어렵게 알아내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왔네. 그런데도 나한테 상관하지 말라고 하는 건가? 이런 오만한 태도로, 이렇게 거만하게 사업을 했던 건가? 나한테 친구처럼 말할 수는 없는 건가? 아니, 친구가 원지 알기나 하나?”

친구가 뭔지 압니다. 나한테도 두 친구, 세상에서 가장 좋은 두 친구가 있었으니까요.” –본문

어른들의 삶은 언제나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 왜 서로가 함께 웃으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정치를 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처럼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절레절레 고개를 젓게 만든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 곁에 있는 사람이 정치에 대해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방식은 잘못되었을지 언정 각자의 혹은 자신이 속해 있는 구역 또는 정당의 필요로 한 것들을 한정된 자원 안에서 나눠야 하기에,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밖에서 관망하는 내가 보기에는 불필요한 언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쟁취하기 위한 몸부림 들인 것이다.

소설 속 인도 역시 서로 힌두교와 이슬교 간의 정치 대립으로 인해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처음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게 눈덩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버린 결과 속에서 서로에 대한 화살만이 오고 가고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의 관점은 끔찍한 테러를 불러일으키며 그 피의 대가는 또 다른 유혈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었다.

그렇네. 정치인들이 불을 지르는데 그 불을 끌 소방대가 없는 셈이지. 참담하게 들리겠지만 오미 말이 맞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불만을 느끼면서도 그런 불만을 말하지 않을 뿐이네. 그러니까 차이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고. 분노가 부글부글 끓다가 결국 폭발하겠지. 하지만 그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거다.” –본문

서로 다른 종교, 서로 다른 이상향, 서로 다른 삶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고빈드, 이샨, 오미 이 셋을 세상 둘도 없는 막역지우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원하는 고빈드와 자신은 크리켓 선수로서의 삶은 실패했지만 자신을 대신할 크리켓 꿈나무들을 키우는 것이 목표인 이샨, 그리고 고빈드와 이샨과 함께 하고 싶은 오미까지. 이들 셋이 함께 웃으며 지내는 대에는 그 어떠한 잣대나 기준도 그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첫 번째 고빈드의 실수이자 그들의 사업 실패까지만 해도 이들 셋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거대한 지진 속에서 누구 하나 다치는 것 없이 그저 그들의 노력의 땀방울이었던 수 많은 투자 비용이 잠식해 버렸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었고 서로의 등을 두들겨 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신도시에서 50채의 고층건물이 무너지고, 다른 곳에서 수만 명이 사망한 데 비하면 아메다바드에서는 수백 명이 사망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수백 명의 사망자에게 이라는 꼬리표가 붙다니 기막힐 노릇이 아닌가. 그들 하나하나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그들의 희망과 염원이 불과 45초 만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러나 수학적 계산은 냉정했다. –본문

비디아와의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은 것이 그의 두 번째 실수였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이샨을 잃을 뻔 했다.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인도 사회에서 자신의 여동생이 상상지도 못한 자신의 친구와 연분으로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샨으로 하여금 혹은 이샨의 아버지로 하여금 자신의 여동생이자 딸인 비디아를 명예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관계는 브레이크가 전혀 들지 않고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향하는 것이 어찌 머리로만 되겠는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할수록 더 떠오르게 되는 점박이 코끼리 마냥 그들은 서로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왜 내가 비디아를 생각하고 있는거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비디아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대체 뭐지? 내가 마음 속으로 이런 멍청한 질문들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또 뭐지?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서 발가벗은 젖가슴을 드러낸 여자들이 주변에 있는데도 어떤 한 여자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면 뭔가 대단히 잘못된 게 분명하다. –본문

마지막 고빈드가 고백하는 그의 세 번째 실수는 자신의 본능이자 이기심이 발현된 순간이라는 죄책감에 그들의 안락했던 트라이앵글이 무자비하게 일그러지게 된다.

세 친구는 크로켓이라는 운동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고자 했다. 힌두교나 이슬람교나 정치가 아닌 스포츠로서 인도인들로 하나로 만들고 하나의 인도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녹록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이념의 대립은 결국 유혈사태를 만들었고 각자가 지키고자 했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아끼던 것들을 내놓아야만 했다.

살다 보면 실망하고 좌절할 일이 많이 겪기 마련이다. 때로는 너희와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할 거다. 하지만 우정까지 깨지는 마라. 그럼 더 큰 상처를 입을 뿐이니까. 상처를 치유하려고 애쓰거라. 너희만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본문

그래, 살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초행길인 일생이라는 시간 동안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하는 원망도 때로는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 닥치기도 하고 또 그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날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 아니기에 우리는 또 오늘 일어나서 내일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입맞춤하는 침팬지와 같이, 너와 내가 다르더라고 마지막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웃을 수 있는. 그리고 내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도 포용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 역시 인도의 발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이미 개봉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상영될 지는 모르겠지만, 소식이 들려오는 대로 달려가서 봐봐야겠다.

독서 기간 : 2013.04.20~04.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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