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사는 집 바다로 간 달팽이 6
최모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엄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해야 한다! 라는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서는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일전에 보았던 영화의 내용과 비슷했기 때문에 막연히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 책의 철민이보다 어린 초등학생이었지만 별거 중인 부모님이 다시 한 집에 살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아버지와 머물고 있는 할아버지 집 근처의 화산이 폭발하기만을 바라며 기도하는 내용인데 그 당시 유쾌하고 즐거운 상상이라며 어린이의 시각에서 화산 폭발이라는 바람 속에 가족이라는 의미를 바라보았다면 이 책은 영화보다는 조금 더 무거우면서도 가슴 아린 느낌이었다.

그래야……백두산이, 아니 온 세상이 하얗게 화산재로 더여야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백두산이 폭발 했을 때도 발해 사람들이 땅을 버리고 화산 폭발을 피해 고려로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문

북한과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어 있는 요즘에, 아니 필히 요즘이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이전이든 지금이든 탈북자들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북한에서 먹고 살기 힘들기에 목숨을 걷고 이 곳으로 넘어온 사람들로 그들은 우리와 한민족이었다고 배우기는 했으나 여전히 우리와는 무언가 다른 사람들로 바라보고 있었지, 학습된 대로 그들을 얼싸 안으며 반기거나 하기 보다는 탈북자 이상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로만 이 안에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살기 위해 목숨 걸어 탈출한 북한을 벗어나서 그들에게 자유는 주어졌을지 언정 그 어느 곳에서도 그들은 이방인으로서 살아야만 한다. 중국에서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도 그렇고. 그들은 어디서나 천덕꾸러기 마냥 흡수되지 못하고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고립된 섬으로 주변을 배회하고만 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슬쩍 철민이의 손에 10위안 지폐를 쥐어 주었다. 그 사람에게 철민이는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주억거렸다. 돈을 받자마자 철민이는 곧바로 근처 가게로 달려가 손바닥만 한 빵을 사서 그것을 한입에 다 쑤셔 넣었다. 그때마다 울음소리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왔다. 그 울음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빵을 꾸역꾸역 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본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책이었던가, 그 곳에서 탈북자 소년은 어딜 가나 탈북자라는 꼬리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던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데 철민을 보는 순간 그 당시 읽었던 책이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탈북자이기 이전에 우리와 동일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이 곳에 온 그들을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마냥 신기해하며 그들에게 탈북자로서의 삶에 대해 추궁하고 호기심으로만 가득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살기 빡빡한 이 곳에 경쟁자가 한 명 더 추가 됐다며 그들을 반기기 보다는 되려 처내기에 바쁜 우리의 모습이 철민이의 눈을 통해 고스란히 비춰진다.

그러니까, 따라지 형이 복이 터졌다는 거야. 집도 주지, 돈도 주지, 직장도 구해 주지. 거기다 누구는 스파르타식 학원까지 쫓아다녀도 꿈도 못 꾸는 대학까지 보너스로……”

, 너무 좋겠다. 그럼 우리도 북한으로 넘어가면 그곳에서도 따라지 형처럼 가고 싶은 대학에 보내줄까?” –본문

이 곳에만 오면 모든 것이 예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바람은 무색하게도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그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언제나 낯선 학교 문턱에서의 생활도 그렇고 북한에 삐라를 보내는 일을 한다던 아버지의 숨겨진 아픈 일과도 그렇고, 그저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그 소박한 꿈이 이렇게도 아련하게만 먼 일이라니. 아버지에게 품에 베어 있던 아카시아 향기가 이렇게 가슴 아릴 줄이야. 괭이밥으로 거울을 문지르며 엄마와 할머니를 그려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그들이 한 집에서 웃을 수 있는 날이 도래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하나의 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어딘가에 철민이가 있을 것만 같기에 쉽게 덮고 일어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에 대한 무관심이 철민이와 그의 아버지가 오늘도 찬 길거리에 머리 조우리며 엎드려 있게 한 장본인이 아닐지, 그 생각에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