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생각
정법안 지음 / 부글북스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제과점을 지키고 있을 때 가끔 빵을 사러 오시는 스님들께서 매번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빵은 어느 것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시는 것이 마냥 신기하면서도 왜 달걀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그러한 일들이 중첩되다 보니 자연스레 스님들은 달걀을 안 좋아하시나 보다 라고 어린 마음에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불자가 지켜야 할 계율 중의 하나가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다는 불살생때문이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어떠한 종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기에 어느 한 종교를 따른다기 보다는 각 종교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르침들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다만 항상 생각에서 멈췄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근래 들어 불교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왕왕 스쳐 지나간다. 지나치다 뵙게 되는 스님들을 보면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되기도 하고, 참선에 대해 수업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한 번 참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무엇인지 명확하게는 모르지만 편안해 지는 느낌이랄까,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아서인지 불교에 대해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지는 요즘이다.

 아마도 그래서 요 근래 읽는 책들이 그런 것들이 주류를 이루나 보다. 묵묵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래, 이것이면 되지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 하며 현재를 만족하게 하는 그 가르침들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보다. 

스님들의 옷 색깔이 회색인 까닭은 초기 불교 교단 시절부터 계율로 제정되어 있는 괴색법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괴색법이란 청, , , , 흑 이 다섯 가지 원색을 피해서 입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화려한 색들도 햇빛과 비바람을 맞아 바래게 되면 회색으로 변합니다. 우리나라 스님들의 승복 색깔이 회색인 까닭은 원색의 화려함을 피하면서 차분하고 겸손한 수행자의 품위와 세속의 희로애락을 초월한 스님들의 고요한 심경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문

 매 새로운 계절이 도래하면 그 때마다의 트렌드를 쫓겠다며 새로이 옷을 사려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지는 순간이었다. 내면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번 치장하려고만 하던 순간들. 옷방 가득히 쌓여 있는 옷들을 보노라면 대체 이 옷들은 왜 산 걸까? 라는 자기 비난과 더불어 어느 순간 그 값어치는 증발되어 그저 하나의 천으로 전락해버리는 넝마 같은 옷들을 보면서 부질 없는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아, 다시 사야해! 라는 생각으로 덮기를 반복했었는데 어차피 변하게 되는 그 물질적인 것들에 나는 푹 빠져 있었구나, 라며 얼굴이 붉어졌다.

 율법과 같은 어려운 내용들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순간 순간에 숨겨져 있던 스님의 말씀은 뭐랄까, 공허하니 어지럽기만 했던 머리 속을 시원하게 정리되게 하면서 깨우치게 하는 느낌이었다.

 스님, 의자가 비어 있는데 무거운 걸망을 내려놓으시고 의자에 앉으시지요.”

허허, 괜찮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두 다리가 멀쩡합니다.”

그래도 이왕 비어 있는 자리인데요.”

저 의자는 비어있지만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본문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것이 긴박하게만 돌아가야 이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매일 정신 없이 달리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들에게조차 그간의 고마움을 나눌 시간 조차 없이 눈 뜨자마자 바삐 시작되는 하루 안에서 틈틈이 여유를 찾도록 해 주는 있는, 잠깐의 쉼표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쉬이 넘어가면서도 그 만큼 쉬이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이야기들을 주변 지인들에게도 전해봐야겠다. 매일을 사투로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도 쉼표는 필요할 테니 말이다.

 당신은 아내나 남편을 너무 쉽게 대하고 있는 건은 아닌지요? 사랑과 존경은 어느 한쪽만 준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서로 주고 받아야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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